대학로를 12년간 주름 잡은 ‘김종선 칼국수’를 파헤치다
대학로를 12년간 주름 잡은 ‘김종선 칼국수’를 파헤치다
  • 이상정 인턴기자 · 최윤경 인턴기자
  • 승인 2010.08.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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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정성으로 성대 앞으로 이전 후에도 깊은 맛 보증!

[서울문화투데이=이상정 인턴기자·최윤경 인턴기자] 날씨가 무덥고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흐를 때, 또 입맛이 뚝 떨어지는 날이거나 어젯밤 술이 과한 사람이라면 한번 쯤 떠오르는 음식, 칼국수. 이번에는 한번 먹으면 앉으나 서나 생각나는 기가 막힌 칼국수의 명가 한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SBS <생활의 달인>에서 최고 명인으로 등극한 달인이 직접 만드는 시원한 칼국수 한 사발 들이키러 떠나볼까?

▲ 성균관대 정문에 위치한 '김종선 칼국수'

‘김종선 칼국수’는 올해 8월 9일 개점한 아주 ‘어린’ 칼국수 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로 어리지 않다.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12년간 영업을 해왔던 대학로의 대표 칼국수 집 ‘辛칼국수’가 바로 이 ‘어린’ 칼국수 집의 전신(前身)이기 때문. 세월의 여파와 물가의 상승으로 장소를 성균관대 정문으로 옮겼지만, 그 맛은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 김경하 사장과 김종선 주방장 내외

성균관대 정문 맞은편에서 ‘김종선 칼국수’라는 간판을 찾아 들어가 보면 ‘辛칼국수’ 적부터 우리를 반겨 준 주인장 김경하씨가 해맑은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다. 김경하 사장은 손님들의 자리를 골라주는 데 여념이 없다. 그리 크지 않은 실내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맛 뿐만아니라, 사장님의 유순한 인상 덕은 아닐까?

▲ 바지락 칼국수 면발과 국물이 끝내준다.

‘김종선 칼국수’의 메뉴는 면류, 특히 칼국수가 주를 이룬다. 거기에 크기가 애기 주먹만한 만두와 신선한 굴이 함께 하는 굴 보쌈까지 메뉴판만 보고 있어도 침이 꿀떡하고 넘어가는 음식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많은 음식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칼국수. 그 중에서도 '김종선 칼국수'의 바지락 칼국수는 다른 집과는 다르게 국물에서 밀가루 특유의 전분 맛이 나지 않고, 시원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사장님이 매일같이 새벽시장에 나가 직접 공수해 오는 바지락은 하루가 지나지 않고 그날 물량을 그날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다. 거기에 칼국수 안의 바지락 양이 보통이 아니다. 여기에다 주방장이자, 사장님의 든든한 남편 김종선 주방장이 몇 십년간 발전시켜온 노하우를 통해 만든 면이 국물 속에 탱탱하게 살아있어 식도를 통해서도 칼국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 이 집만의 장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집의 칼국수는 주방장이 직접 뽑아내 만드는 이 집만의 특제 면과 맛보기 어려운 신선한 국물로 말그대로 ‘유니크’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 말 그대로 '왕만두'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그런데, 이게 어디 칼국수 뿐이랴.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이 항상 놀래는 메뉴 중 하나 왕만두도 마찬가지다. 이 커다랗고 모양 이쁜 왕만두도 주방장이 직접 빚어서 만드는 수제 왕만두라니, 이거 칼국수만으로도 배가 안차는 손님들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메뉴다. ‘김종선 칼국수’의 왕만두는 이 집의 자랑 거리 중 하나로 그 속부터 피까지 집접 재료를 준비해 만드는 그야말로 웰빙 만두다. 그 맛이 아주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왕만두를 이집의 두 번째 대표메뉴로 손꼽는다.

▲ 직접 담근 김치 아삭하는 미감이 아주 좋다.

여기에 멋들어진 굴 보쌈과 직접 담근 김치가 함께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가족끼리 모여 잔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김종선 칼국수’를 찾는 많은 손님들 중 가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높다고 하니, 얼마나 아늑한 맛인지는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 집의 맛이 비밀이 뭐길래 이렇게 모든 음식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맛있는 걸까? 김경하 사장은 “맛에는 비법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항시 노력하고 연구를 하는데서 맛이 나오는 법”이라고 말한다. “모든 재료에 있어서 꼼꼼하게 고르고 거기에 손님들의 입맛을 외면하지 않는 노력이 반드시 맛에는 필요하다”고 하며 아직도 부족하다고 겸손을 보였다.

▲ 보쌈 요리. 이집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주방장에게 맛의 비법을 물어보니, 명인 김종선 주방장은 더욱 겸손하다. “뭐 대단한 거라고.. 그냥 손님들이 어떤 걸 제일 좋아할까 생각하고 노력하는 거지요., 그냥 부끄럽네요”하고 허허 웃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한 장인의 냄새를 맡는 것은 나뿐일까?

이렇게 맛도 좋고 마음씨도 좋은 ‘김종선 칼국수’는 현재 가게가 이전한 위치가 대학가라는 점을 감안해 값을 이전보다 더 다운시켰다. 물가는 점점 오르는 데, 그래도 되는 것인지 오히려 불안해서 물어보니 “학생들이 뭔 돈이 있다고... 열심히 먹어주는 모습이 더 좋다”고 환하게 웃는 김경하 사장, 오히려 맛이 예전과 달라졌을까 손님 보기가 부끄럽단다. ‘辛칼국수’ 시절, 돈이 없다고 하는 손님에게는 밥을 그냥 줬다는 그 마음씀씀이가 여기서도 올곧게 드러난다. 이렇게 착한 음식점이기 때문에 음식의 맛도 최고가 될 수 있었나 보다.

이렇게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것도 거만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름을 걸면 걸수록 책임감이 생겨서 스스로 엄격해지기 때문이라는 ‘김종선 칼국수’의 정신은 맛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손님에게는 한없이 선량하고 맛과 위생에 있어서는 철저한 ‘김종선 칼국수’는 혜화 4번 출구를 나와 성대 정문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전의 ‘辛칼국수’를 기억하시는 사람에게는 장소가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만큼 깊은 정감과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연락해 보는 것이 좋다.(문의 : 02-765-0234)

가격은 바지락 칼국수 5,500원, 명동 칼국수 5,000원, 왕만두는 5,000원, 굴보쌈은 23,000원이다. 값에 비해서 그 양이 매우 푸짐하니, 지금 당장 달려가서 즐거운 칼국수의 세계로 빠져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