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래는 영혼의 위안을 주는 것”
“우리의 노래는 영혼의 위안을 주는 것”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3.1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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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스카이라운지 31층에서 추억을 듣는다.
로드스튜어트, 에릭크립튼, 퀸 등 올드팝으로 다양한 팬들 찾아


When I wake up, well I know...hundered miles...Fivehundered miles...
어둠이 짙게 깔려가는 저녁, 청계천에서 종로1가 쪽 코너에 한때 대한민국의 마천루로 랜드마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던 3.1빌딩의 스카이라운지가 나타난다. 그곳엔 젊은 시절의 추억과 감성을 일깨워 주는‘천상’의 음악이 있다.
음악을 찾아 올라가 보면 성숙한 두 여인이, 한 사람은 그랜드피아노를 앞에 놓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스테이지에서 잔잔하지만 힘있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친구이자 음악동지인 이복임씨와 신금비씨.
이들의 목소리는 영혼의 저 깊은 바닥에서 퍼올려지는 울림이 있다. 도심속 메마른 빌딩숲에도 감성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수줍은 듯 노래하는 그녀들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팍팍한 우리네 삶에 상큼한 박하사탕이다.
그녀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두 평 남짓한 스테이지는 2백평이 넘는 넓은 공간을 오로지 품격있는 음악의 힘으로 일궈낸다.
이들 때문에 프로클래이머스와 로드스튜어트, 에릭크립톤, 존 덴버, 페티패이지, 퀸이 서울의 도심부로 성큼 걸어 나와 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날에도 몇 몇 테이블에서는 그들의 노래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형 무대도 아닌 그야말로‘술집’라이브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였다.

◆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

이복임씨와 신금비씨는 개성있는 음색과 창법이 2인(人)2색(色)이지만 노래에서는 완벽한 호흡을 이루는 一色(일색)이다.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음역대를 넘나드는 뛰어난 가창력이 그들의 음악을 받침해 준다.

이들은 지금은 한 무대에 서지만 애초 출발은 좀 다르다.

복임씨는 어렸을 적 꿈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였다. 복임씨는 실제로 자신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대학을 들어가 작곡을 전공하게 되면서 피아니스트의 꿈은 접었다. 졸업 후 유명가수들의 연주와 편곡 작업을 많이 했고‘그쪽' 에서 잘나갔다. 남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무대에 서는 것도 많이 망설였다. 그러다 노래를 직접 부르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부터.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을 뻔 했어요. 지금은 한창 노래에 물이 올랐어요”라는 그녀는 뒤늦게 노래를 시작한 것이 아쉽지만 지금 노래 하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그녀는 지금은 노래가 너무 좋아 하루 24시간 내내 노래 속에 묻혀 살게된, 그야말로‘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 삶이 됐다. 노래에 대한 열정이 콸콸 쏟아오르는 샘물이다.

▲ 신금비씨

금비씨가 어렸을 적 그녀 부모님의 바람은 그녀가 외교관이나 기자되는 거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이 너무 좋아 부모님과 주변과의 갈등도 컸었다.“어렸을 적 꿈이 많았어요. 글도 쓰고 싶었고 발레와 펜싱에도 한동안 미쳐봤지요.

그러나 노래에 미쳐서 한동안 눈에 뵈는 게 없었죠. 덕분에 집에서 한동안‘축출’을 당하기까지 했으니까요”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영어 공부만은 열심히 해서 자신이 원하던 노래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성공했다.

고교 졸업후 미국으로 건너가 작곡공부를 하면서 락을 접하게 됐고 보컬활동을 통해 스탠다드재즈에서 뽕짝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그동안 CD도 몇 장 냈고 언더가 아닌 오버그라운드(방송활동)에 서보기도 한, 말하자면 기성가수인 셈이다. 특히나 락을 해서 기본기가 다져져 있어 웬만한 노래는 소화한다.

두 사람은 돈벌이를 위해 여기저기 쫓아 다니는 것 보다는 스테이지에 서는 것이 좋아 복임씨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같이 무대에 서게 됐다.

이들은 7080 위주의 올드팝을 기본으로 가요, 성악 등 500곡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을 법도 해 이에 대해 묻자“예전엔 특별히 누구라 할 수 있었지만 요사이는 각 장르별로 다 좋아 합니다. 장르별로 너무나 좋은 뮤지션들이 많기 때문이지요”(신금비)

“탐 존스를 좋아해요. 그의 열정적인 노래와 무대가 너무 좋기 때문이죠”(이복임)

복임씨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그녀가 강한 비트의 음악을 하는 탐존스를 좋아한다니.“저 친구는 평상시는 수줍은데 음악을 할때는 치고 나가는 게 있어요”라는 금비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  품위있는 음악하는 분들 활동무대 사라져 안타깝다.

이들은 무대에 선 것이 가장 보람될 때는 자신들의 노래를 듣고 슬프건 기쁘건 위로 받음이 느껴질 때와, 대중적이지 않지만 가수가 좋아하는 노래를 했을 때 같이 좋아하고 인정해 줬을 때다.

“어느날 ‘코리나 코리나’ 란 50년대 올드팝을 듣고 노래가 끝나자 70대 노신사분께서 오셔서 '젊음을 되돌려줘서 정말 감사하다' 고 말해 오히려 우리가 감사했어요” 

▲ 이복임씨
반면 더러는 매너없는 손님들 때문에 마음 상할 때도 있다.“영혼을 즐겁게 하는 음악이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만큼 음악인들에게 예의를 갖춰주면 더 나은 음악을 선물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들은 또 현재 대중음악계 풍토에 따끔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품위있는 음악을 하는 이미배· 이동원 같은 분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오승근씨같은 음악성 있는 분이 트로트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대중음악이 젊은사람들 위주로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는 노래를 위해 태어났고 노래와 함께 태어났어요. 이제 세상을 알고 갈길을 아는 나이라, 나이는 상관없어요. 목이 허락하고 무대가 주어지는 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이들은‘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서로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말이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들은 사람은 안다.

이들의 열렬 마니아인 영화‘편지’의 박경원 촬영감독은“그들의 노래는 안식입니다. 올드팝을 정말 좋아하는 내게는 더 할 수 없는 행복감을 전해 주니까요” 라고 이들을 표현했다.

심리학자인 윤유경씨는 라이브 콘서트가 가수의 호감변화를 예측하는 평가요인은 가수의 콘서트에 대한 '성의'라고 정의했다. 이들에게 딱 적용되는 논리가 아닌가 싶다.

이들의 공연시간은 저녁 8시~11시 30분까지 각 30분씩 4타임이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적해지고 스스로 가라 앉는 것 같을 때 이들을 찾아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자. 청계천 야경을 보면서 부담없는 맥주 한 잔과 함께 듣는, 이들의 음악은 지친 하루를 풀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  사진 :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