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9.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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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운명의 격돌 <디파티드>

<디파티드>는 <비열한 거리,1973><택시 드라이버,1976><성난 황소,1980>로 로버트 드 니로를 스타로 만들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06년 작품이다. 약 60편의 크고 작은 히트작을(-필자는 폴 뉴먼,톰 크루즈 주연의 <컬러 오브 머니>를 추천-) 만든 명장답게 스콜세지는 헐리우드가 알아주는 최고의 감독이다.

그러나 스콜세지에게 아카데미 감독상 및 4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준 영화는 오늘 소개하는 <디파티드>였다. 수없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영광은 누렸으나 정작 마음을 비우고 만든 <디파디드>가 그에게 행운을 준 것이다.

이 영화는 홍콩 르와르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으로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질때부터 화제가 되었다. 리메이크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인터뷰에서 <무간도>의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고 말했다. <무간도>가 두명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지닌 이중성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디파티드>는 자신의 자리를 이탈한 사람들이 겪는 비극이라 했다. <디파티드>를 본 사람이면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무간도>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두 영화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홍콩의 <무간도>를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 이유는 원작이 갖는 참신함과 분위기 때문이다. 홍콩 영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인공들이 처해진 상황과 내면을 이해하기도 쉽다.

유덕화(유건명 역)가 맡은  유건명은 경찰 조직에 들어온 숨은 삼합회 조직원인 악역이지만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비춰진다. 언제든 진정한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데 비해 맷 데이먼(콜린 설리반 역)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역할 갈등에 인간적 동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디파티드>가 더 뚜렷한 선,악구조로 전세계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원제목에서 풍기는 무간도:-불경에 나오는 무간지옥을 뜻함, 즉 지옥을 헤매고 있는것 처럼 현실이 괴롭다는 것-의 삶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다.

양조위(진영인 역)는 경찰 대학에서 퇴학당한 경찰 끄나플로 불법 조직에 스며드는데 자신의 신분을 얼른 찾고 싶어한다. 양조위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로 살며 절망하는 삶의 눈빛을 그리고 있다면 디카프리오(빌리 코스티건 역)는 초조와 불안한 정신적 공황을 나타내는 연기를 펼친다.

빌리는 자신이 성장한 암흑가로부터 벗어나려는 일종의 컴플렉스에서 경찰의 스파이를 하고 콜린의 ‘너를 죽이고 나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계략 때문에 결국 죽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장면은 미국적인 냉소와 짜릿한 반전이 있다.

<디파티드>는 정신과 의사 마돌린의 역할이 <무간도>보다 눈에 띈다. 그녀는 빌리와 콜린을 둘다 사랑하지만 콜린을 바라보는 동정과 연민에 대한 정서가 영화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준다.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스콜세지 감독은 <갱스 오브 뉴욕><에비에이터>이후 세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 크게 성공한 편이다.  올해 개봉되었던 <셔터 아일랜드>와 현재 진행중인 <라이즈 오브 루즈벨트>까지 스콜세지 감독은 디카프리오와 5편의 영화를 같이 만들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스콜세지 감독을 자신의 멘토라고 불렀는데 알렉 볼드윈, 잭 니콜슨, 마크 윌버그, 마틴 쉰등 유명배우들이 스콜세지를 위해 기꺼이 영화에 참여하였다.

2006, 미국, 마틴 스콜세지 감독, 범죄/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