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도 살을 빼야지
그래! 나도 살을 빼야지
  • 설영신 수필가
  • 승인 2010.09.08 17: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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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가 넘어가니 친구들 모임의 화재가 주로 건강문제들이다. 어쩔 수 없이 망가져가는 신체. 자기가 아픈 곳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의사 수준이다. 아무리 멀쩡해도 건강검진은 꼭 받아야 된다고 서로서로 충고한다.
 
 마침 사위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이틀 전부터 밥이 아닌 죽을 먹으며 시메트론액을 복용하여 가스를 제거하고 마그밀정제로 변비를 예방하며 하루 전날엔 장(腸)에 있는 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콜리트액을 2L을 마셔야 했다.

화장실을 수 없이 드나들며 설사에 토하는 등 보통일이 아니었다. 친구들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니 모두가 대단한 것 같았다. 받아 낸 가래와 대소변을 들고 드디어 검진을 시작했다. 전날 밤에 금식까지 했으니 기운이 다 빠져 병원가운을 입으니 환자가 따로 없었다.

 위암에 걸렸는데 하느님이 주신대로만 살다 가는 것이 순리라며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기도만 하다 저 세상으로 간 친구 생각이 났다. 그녀의 기준에 의하면 나는 나의 명(命)보다 더 살고 싶어 하는 환자이다. 산소 호흡기까지 끼면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의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통해 건강을 유지 하고픈 나의 욕심은 사람의 정상적인 본능이 아닐까.

 침대에 누워 둥그런 곳에 들어가 MRI를 찍고 위 속으로는 내시경을 집어넣어 검사한다. 최첨단 의료기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몸속에 넣기도 하면서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르며 정밀검사를 성실히 해 냈다. 며칠 후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보러 갔다. 어찌 청년의 건강이겠는가. 나이에 비해 축복받은 편이지만 남편도 나도 지방간이 심한 편이었다.

 간에 지방이 보통 5%정도면 정상인데 이보다 많이 축적된 상태이다. 외관상으로는 멀쩡하나 피로감과 권태감 또는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지방의 축적 정도와 기간 그리고 다른 질환의 동반 유무에 따라 방치하면 간경변증이나 간염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 치료는 적당한 운동과 음식조절로 체중을 줄이면 된다.

 우선 조금씩 먹으면서 살을 빼기로 했다. 같이 시작해 한 사람은 좀 빠졌는데 나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음식을 줄여야 된다니 더 먹고 싶어진다. 남편은 옆에서 계속 절식을 하라고 야단이다. 마치 나에게 잔소리하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그럴수록 살짝살짝 피해 더 먹게된다. 

 베트남의 탁닛한스님은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에서 "자신의 심장과 간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라고 했다. 또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 화를 다스린다고도 했다.  

 일본의 운명학자 미즈노 남보쿠도 <<절제의 성공학>>에서 "소중하면서도 무서운 것이 음식입니다. 음식은 생명을 기르는 근본이며 평생의 길흉이 음식에서 비롯됩니다. 음식을 항상 절제하고 조심하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라고 했다. 

  아파트 뒷길에 20여 년 전 어린 묘목이었던 메타세콰이어가 이젠 훌쩍 컸다. 6월이 되니 어김없이 신록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고 내리쬐는 석양에 숙연해진다. 빛이 있는 이 세상이 좋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래! 살을 빼자. 단단히 각오를 하자. 땀이 뻘뻘 나도록 양재천 둑길을 걷고 음식을 조금씩만 먹자. 그래서 내 간의 지방을 없애고 내 마음의 욕심과 미움도 같이 비우자.

 가벼워진 나의 몸에 초록색 옷을 걸치고 저 넓은 잔디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야지. 산천초목과 하나 되어 하늘을 향해 사랑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