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숨소리 전달하는 소극장이 더 좋아
내 숨소리 전달하는 소극장이 더 좋아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3.1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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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잘한다~ 추임새 응원으로 힘나


지난 7일부터 대학로 성균 소극장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춤의 멋을 보여주는 춤판이 시작됐다. 4월 5일까지 계속되는 ‘30일간의 승무이야기’는 한영숙流의 대표춤들인 태평무와 살풀이, 기악독주, 그리고 ‘승무 완판’을 볼 수 있는 전통 춤판이다.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춤꾼이 되고 싶다는 무용수 이철진씨는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자신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전하는 ‘승무 완판’으로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감흥을 전달해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30일간의 승무이야기의 첫 공연을 마친 한국춤예술원 이철진 대표를 만나 전통예술과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무대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공연을 올리고 나니 좀 편안해졌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최근 일주일동안은 밤새 연습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춤꾼은 춤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 무대나 상황이 좋지 못해서 야단맞을 일 많았다. 우리 춤들은 잘 미끄러지는 바닥에서 해야 한다.

특히 태평무는 미끄러지듯 추는 발 놀음이 특징인데 실수로 미끄러지지 않는 무광을 칠해 바닥이 매끄럽지 않았다. 발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무게 중심 옮기는 것도 잘 안 돼 2배는 더 힘들었다. 게다가 승무를 추면서 처음 써본 고깔은 사이즈가 커서 자꾸 빛을 가렸다. 버선은 바닥 때문에 결국 찢어지고 말았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 좋아서 아쉽기도 하다.

-춤사위에 빠져들면서 호흡까지 같이 따라가게 되더라.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극장이기 때문도 있는 것 같다. 이번 공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소극장에 마련한 것인지?

▲숨이 차다고 했는데 그게 내가 원하던 것이다. 관객들이 대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고 내가 소극장을 추구하는 이유다. 관객과 직접 만나고 싶었다. 전통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현 시점은 전통예술의 위기다. 1년에 364일 연습하고 대극장에서 하루 공연하는 풍토가 문제다.

처음에는 다들 대극장에서 하니까 하루이상은 체력이 안 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도 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

15번 정도 대극장에서 공연했는데 굉장히 생산적이지 못하다. 대극장에서 한 번 할 돈이면 소극장에서 며칠 가능하다.

전통 예술도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해야 많은 관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전통예술계의 소극장 운동은 필요하다고 본다.

-춤추다 리듬과 동작이 어긋나거나 실수하면 어떻게 대처하나?

▲몸이 좀 흔들리거나 동작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모두 공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봐줬으면 좋겠다. 항상 잘하고 싶지만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원하는 만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연극이나 다른 공연에서 박수치면서 응원하듯이 얼쑤! 잘한다! 추임새를 넣으면서 응원하고 다독여주면 좋겠다. 그냥 즐겨줬으면 좋겠다. 절대 쉽게 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성’이 보이면 용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항상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통춤 중에서도 왜 승무를 선택하게 됐나?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춤에 대해 뭘 모를 때 89년도 승무 추는 이애주 선생을 만났다. 스승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고 일종의 사랑 같은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전화하고 약속하면 3일 전부터 잠이 안 왔다. 이애주 선생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는 승무가 다였다. 한국무용은 워낙 하려는 사람도 없고 버텨내는 사람이 없어서 전수되는 부분이 강하다. 선생을 롤 모델로 삼아서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그 후부터는 혼자 추기 시작했다. 승무 추는 선생과의 만남이 팔자라고 생각한다. 승무가 제일 편하다.
 
-계속 같은 동작, 같은 춤추는 것 지겹지 않나? 승무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98, 99년도쯤 국악원에서 첫 발표회를 했는데 장삼을 밟아서 북 가락을 떨어뜨렸다.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그냥 주워들고 계속 췄다. 정말 하늘을 우러러보는 게 부끄럽고 두려워 일주일동안 집 밖을 못 나왔다.

춤만 열심히 추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했던 것을 다 못 보여줬다는 게 속상했고 자기만족을 못하겠더라. 춤 그만 둘까 고민한 적 없는데 그 때 딱 한 번 고민했다. 그 때 발표회 봤던 한 선생이 승무를 꼭 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만 둘 땐 그만 두더라도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로 예술의 전당에 공연을 잡았다. 해보니 좋아서 포기 안하고 자유소극장에서 두 번째 시도를 했다.

-춤이라는 것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연습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건 아니다. 춤도 다른 분야처럼 늘지 않는 일종의 침체기가 있을 것 같다.

▲배울 때 춤사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정돼 있다. 그래서 함부로 바꾸지 못하고 배운 대로 추니까 보는 사람들도 힘든 것이다. 출 때마다 느낀다. 움직임이 다르다는 것을. 그 속에는 굉장한 것들이 있다.

10년이 더 지나고 나니 어느 날 눈에 보이는 질적인 변화가 있더라. 최근 2~3년 사이에 느꼈다. 춤이 그 사람 수준은 그대로 나타낸다. 지금도 내 색깔이 나오고 있지만 조금 더하면 표현의 한계를 넘어 내 색깔을 더 명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전통춤을 계승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없다. 태평무나 승무를 이어갈 후계자는 있는지?

▲아직은 스스로 더 배우고 나만의 색깔을 더 찾아야 할 시기 인 것 같다. 가르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자리 잡혀야 학생들도 붙고 나도 좀 가르칠 수 있지 않겠나. 나중에 학원이든 학교든 스쿨을 만들어서 가르칠 것이다.

전통예술이 사라져가는 1차적인 잘못은 현재 문화재 2세 춤꾼들에게 있다. 가망 있고 경쟁력 있는 분야인데 스타를 키워내지 않고 있다. 요즘 우리 문화 자체가 스타가 없는 것 같다. 전통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예술까지... 배가 고파서 그런 것 같다. 유럽은 문화적 욕구 충전이 우선인데 우리는 굶주린 배부터 채우기 급급하다.

한국의 풍토도 문제다. 전통예술이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예술이라는 선입견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유럽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오히려 학자들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똑같이 가난하고 배고프다면 가치를 인정해주는 외국이 더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솔직히 유럽에서 몇 년 정도 순수하게 승무와 살풀이를 알리면서 춤추고 싶다.

◆ 이철진(현 한국춤예술원 대표 / 성균소극장 대표)
주요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 보유자 이애주 사사, 제98호 ‘경기도당굿’ 보유자 오수복 사사, 제98호 ‘경기도당굿’ 이수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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