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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2002년 5월 21일 서울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알려 서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심화하는 동시에 서울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건축면적 7,448㎡, 연면적 20,166m²의 규모로, 크게 전시전시실과 기증유물전시실, 상설전시실로 구분돼 있다. 이밖에 부대시설로 각종 교육실과 강당, 뮤지엄샵이 있으며, 전통문화체험교실과 올망졸망놀이교실 등 대상별 맞춤 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음악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서울시민과 내외국인 관광객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 역사와 문화에 빠져들다
제일 먼저 둘러본 곳은 박물관의 3층에 자리하고 있는 상설전시실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있는 공간이다. 그 중 ‘조선의 수도, 서울’ 전시실은 지리적으로 중심일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조선시대 도읍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조선왕조의 건국 과정을 노래한 서사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의 초간 원본과 서울을 강조한 전국지도인 조선팔도고금총람도(朝鮮八道古今總覽圖) 등이 대표적인 전시물이다.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는 신분, 직업, 계층, 혈연별로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를 형성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설명을 수록한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지형, 역사, 인물 등을 기록한 책인 망우동지(忘憂洞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행정 중심지로서의 서울의 역할을 알 수 있는 호패(16세 이상 남자들 신분증)도 전시돼 있다.
이어 서울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경제생활까지 활력 넘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서울사람의 생활’ 전시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로 태어나 노인으로 늙어가기까지 생활 속에 사용했던 소품들을 통해 당시의 풍습과 생활상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17세기 아기에 탯줄과 태반을 담아 묻는데 사용한 백자태항아리에선 조선시대의 고유의 풍습을 느낄 수 있다.
관복의 가슴과 등에 수놓은 헝겊 조각 흉배(胸背), 머리에 쓰던 갓의 형태가 틀어지지 않도록 보관하던 갓집,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는 조선시대의 수저집이나 반찬과 밥을 담는 휴대용 식기인 찬합(饌盒), 머리맡에 두고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것들을 수납한 머릿장 등을 통해 조선시대의 의식주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밖에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동전인 상평통보(常平通寶)나 계산할 때 사용했다는 산가지 등을 통해 경제생활의 모습도 가늠해볼 수 있다.
‘서울의 문화’ 전시실은 왕과 왕실, 조정의 권위를 위해 최고 수준의 품격을 유지하던 당시의 궁중문화를 볼 수 있다. 왕실 구성원들의 신원을 정리하고 변경사항이 생길 때마다 보충해서 만든 조선왕실의 족보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紀)과 농경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왕과 신하들이 모여 비가 옴을 기뻐하는 시회를 개최해 기록한 희우시첩(喜雨詩帖) 등이 전시 돼 있다.
휴대용 해시계인 양부일구(仰釜日晷)와 주요 도로와 지형을 자세하게 기록한 대표적인 서울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 등을 통해 궁중문화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했던 학술문화의 흔적도 볼 수 있다.
특유의 간결한 필치와 청신한 담채를 사용한 조선말기 이색화풍 화가 김수철의 전김수철필산수도(傳金秀哲筆山水圖) 등의 회화와 평양풍경을 묘사한 백자인 백자청화산수문병(白磁靑畵山水文)을 비롯한 도자, 그리고 자개조각을 여러 가지 문양으로 박아 넣은 나전칠기함(螺鈿漆器函) 등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조선시대의 예술문화도 같이 느낄 수 있다.
발전하는 세계적 도시, 서울
우리 역사의 중심이었던 서울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시서울의 발달’ 전시실이다.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모습인 20세기 서울의 근현대사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서재필(徐載弼)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급받아 한글로 발행한 독립신문을 비롯해 외부 문물의 유입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축음기나 전화기 등을 볼 수 있다. 백악산에서 남으로 내려 본 서울의 전경을 담고 있는 사진은 지금까지 봐왔던 전시물들과 크게 대비되는 발전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이색적이다.
이러한 서울의 변화를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역사박물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모형영상관’이다. 도시모형영상관는 서울을 1/1500으로 축소한 대형모형과 첨단 IT기술이 결합된 멀티미디어시설을 갖추고 현재와 미래의 서울을 직접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20만 여개의 LED꼬마전구를 넣어 건물, 아파트, 다리, 하천 등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스피드돔 카메라와 키오스크화면이 연결돼 있어 찾고자 하는 곳을 조명과 레이저빔으로 비춰주고, 카메라로 확대해 전면에 대형스크린에 비춰주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한편, 서울역사박물관은 상설전시실의 전시물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검색대도 충분히 마련돼 박물관의 견학과 학습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기증유물전시실은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박물관’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전시실 입구에 기증자 명단이 게시돼 있다.
기증유물전시실은 주제별로 4개의 전실로 구분돼 있다. 제1전시실은 과학기술과 고지도를 주제로 해시계, 윤도, 천문도, 고지도 등이 전시돼 있다. 제2전시실은 전적·고문서가 전시돼 있는데, 진성 이씨, 동래 정씨, 의성 김씨 등의 가문에서 기증한 유물을 비롯해 근대인물 관련 유묵과 서적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3전시실은 선사시대의 화살촉, 각종 토기와 도자기, 조선시대 서화류, 근대의 선풍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제4전시실은 흥선대원군과 그 후손들의 유품 등 왕실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과 함께 김정호가 만든 전국지도인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보물 제850-(2)호) 등 지정문화재를 포함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기증품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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