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드로잉 전시 ‘한국드로잉30년’
역대 최대 규모 드로잉 전시 ‘한국드로잉30년’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10.09 0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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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 국내작가 70명 300여 점 드로잉 작품 연대기·주제별 전시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소마미술관(명예관장 이성순)은 서울올림픽 22주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21일까지 ‘한국드로잉 30년:1970-2000’(이하 ‘한국드로잉 30년’)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드로잉30년’은 드로잉이라는 근원적 시각매체를 통해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미술의 전위성과 철학적 깊이를 심도 있게 재조명하는 전시로, 국내작가 70명의 작품 300여 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 안팎에서 드로잉의 현대적 역할을 크게 3개의 연대기적 구성과 3개의 주제별 구성으로 담아낸다.  

제1전시실 ‘한국의 실험미술 드로잉(1):1970년대’에선 한국 실험미술의 첫 세대를 통해 한국적 급진적 실험미술의 등장과 전통을 재해석하려는 드로잉을 볼 수 있다.

백남준, 이건용, 성능경과 아울러 한국성을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 하려는 시도를 전혁림, 오경환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승조, 김차섭, 김창렬 등의 드로잉 작품을 통해 한국적 추상미술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전혁림_상자속의 정물
▲김차섭_1977_Study(Right Angle)

제2전시실 ‘이미지의 소멸과 부활:1970-80’에선 한국의 7~80년대 미술에서 이미지가 소멸하다가 다시 재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양식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노크롬과 형상미술 양쪽 모두 급격한 근대화 과정 하에서 깊은 실존적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드로잉을 통해 보여준다.

▲이강소_1981_무제

제3전시실 ‘삶의 드로잉, 실천의 드로잉-드로잉 한국 현대사’에선 한국 현대사의 생생한 목격담이 하나의 드로잉 대서사시로 펼쳐지게 된다.

한국 근대화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의 1호 선박 ‘아틀란틱 바론호의 설계도’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대전환점이 되는 4.3 제주항쟁, 6.25 전쟁,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험준한 역사적 사건을 우리의 작가들이 어떻게 드로잉으로 표현해 냈는지를 살펴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_1974_Atlantic Baron 설계도

제4전시실 ‘생각하는 드로잉’에선 현대 미술의 보수성을 해체하는 실험적 드로잉, 과정과 아이디어를 펼쳐내는 프로젝트 드로잉을 위한 전시실이다. 박이소, 안규철, 강익중, 공성훈, 이순주의 드로잉 연작을 펼쳐 놓는다.

▲강익중_1992_English Learning Drawing
▲안규철_1994_그 남자의 가방

제5전시실 ‘한국의 실험미술 드로잉(2):1980’에선 1980년대와 90년대의 실험적 드로잉을 연대기 적으로 살펴보면서 세대별 청년기 감수성을 비교 전시한다. 예를 들어, 시대적 아이콘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70년대의 김창렬, 80년대의 김태호와 황주리, 90년대의 이동기 작품 등은 흥미로운 세대별 차이점을 보여 준다.

▲김태호_1993_무제
▲이동기_1993_아토마우스

또한 이 전시실에 자리한 자화상 섹션은 현대문명 속에서 번민하는 작가의 상을 솔직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제6전시실 ‘한국의 실험미술 드로잉(3):1990’은 1990년대와 최근 한국 실험미술의 방향을 담은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한국 전통 회화의 힘찬 전환을 보여주는 김호득과 유근택의 대규모 드로잉 개념의 수묵 작업과 함께 전수천이 1989년 ‘한강 프로젝트’에서 발전시킨 2005년 ‘무빙드로잉 프로젝트’는 드로잉의 가진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면서 이번 전시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김호득_1991_얼굴
▲전수천_2005_무빙드로잉

소마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소묘나 데생으로 불리기도 하는 드로잉은 그간 습작이나 스케치같이 완성작의 보조수단이거나 숙련과정의 파생물 정도로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최근 미술계의 동향에 따라 전혀 새로운 지위가 부여 되고 있다. 이제 한국 현대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의지를 가장 생생하게 담아내는 매체로 드로잉을 주목하면서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수화하는 제도적 모더니즘 미술을 해체시키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드로잉의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 내부 모습

한편,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이 어떠한 배경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를 드로잉 매체가 지닌 순수성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밝혀내고자 하는 이번 ‘한국드로잉30년’은 소마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지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마감시간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somamuseum.org)를 참조하거나 전화(02-425-1077)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