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캠브리지통신 [2]
이수경의 캠브리지통신 [2]
  • 이수경 캠브리지 대학 방문교수
  • 승인 2010.10.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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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필자 역시 학교에 묻혀서 살 것 같기에 런던시내에 5박 6일동안 여정을 잡고는 런던시내를 누빌 수 있는 오이스터(다목적 교통권, 시간대에 따라서 상당히 경제적)카드를 구입하고선 구석 구석의 작고 큰 박물관, 런던대학과 임페리얼 컬리지 등의 학교와 미술, 과학사, 자연사 자료관, 궁전, 공원 등을 돌아다녔다.

마침 템즈강 축제 기간이었기에 엄청난 사람들이 강가 주변에 모여 있었고, 한국에서 온 재즈 가수들도 큰 코너를 마련하여 공연을 하고 있었다. 많은 노점에는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들,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불경기를 타파하는듯, 버스형의 이동용 현금 지출 기계에 줄지어선 사람들이 소비심리에 부추켜서 현금을 빼내고 있었다.

런던을 상징하는 대형 관람차 런던아이의 꼭대기에서 보이는 웨스트민스트 사원과 국회의사당, 각종 명물 다리들과 성당/교회 건물들과 유람선 등이 천천히 시간을 잊은 듯 가을을 맞고 있었다. 대부분 입장료가 무료인 박물관과 공원 등을 돌며 느낀 대영제국이 모아온, 때로는 침탈도 없지 않았던 수 많은 인류사의 유산들을 전신으로 느끼며 왜 런던에 사람들이 모이고, 꼭 와보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런던을 걷다 지쳤기에 이번에는 영국의 허리부분인 중부지방을 돌기로 했다. 새벽 잠 설치며 각 대학 선전기간인 오픈 캠퍼스데이를 맞은 옥스포드대학과 애슈몰론 박물관 등에서 영어권 최초의 대학가를 즐기며 렘브런트나 라파엘로 같은 거장들의 작품에 흠뻑 젖은 뒤, 윌리엄 모리스가 절찬을 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코츠월즈 지방에서 웨일즈쪽 그로스터, 첼튼햄, 위치콤, 바이브리 등지의 중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풍의 마을과 자연경관이 뛰어난 풍광과 정원, 성을 걷고,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행복감]에 도취되었다.

해리포터로 유명한 그로스터 성당에서는 중세의 역사와 현대 조형물, 그리고 웅장한 건축물 등을 보면서 종교와 역사와 유물과 지자체 살리기의 인프라 정비를 엿볼 수 있었다. 또, 그들이 낳은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 관련지를 돌아보면서 중세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문화가 바로 그들의 자존심을 양산하고 있음을 느꼈다. 

영국 북부와 중부를 다녀오니 이젠 프랑스쪽을 바라보는 남부 지방의 리조트 지역과 하얀 절벽으로 유명한 도버 지역을 돌아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새벽이 가시지 않은 미명의 주말에 포츠머스를 거쳐서 목욕이란 용어로 알려진Bath 지역의 초생달형 건물들과 곱게 꾸며놓은 정원들을 즐긴 뒤, 세계유산인 스톤헨지를 본 뒤, 영국에서 제일 높은 탑을 가진 솔즈베리 성당으로 달렸다.

세계유산의

그 곳에는 인류 최초로 자유 평등을 주장하고 영국 헌법의 기초가 된 [마그나칼타]헌장(다른 2장은 불탄 것까지 포함해서 대영 도서관에 소장, 나머지 1장은 미국)가 소중히 보관되어 있었다. 1215년에 절대 군주의 독재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명문화 된 인류사의 역사적 사건이었던 이 마그나칼타 공표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자니 흥분됨을 감출 수 없었고, 원문을 읽을 수는 없었으나 국제 인권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운 만남이었다.

종교 예술의 미를 듬뿍 감상한 뒤, 아름다운 해변 도시이자 고급 휴양지로 알려진 브라이튼과 세븐 시스터즈, 이스트 본에서 머물면서 하얀 해안가의 절벽과 넘실대는 파도, 눈부신 태양 속에 정리된 집들을 거닐며, 현지의 코테지에서 만든 토속 음식을 즐기며 도버해협으로 향할 때, 비바람이 심하여졌다.

그냥 도버해협을 건너서 저녁엔 파리 시내를 한바퀴 돌려다가 결국 심해지는 비와 시간적 여유로 인해 다음 기회(10월 1일부터 차로 유로터널을 건너서 프랑스의 까레항과 벨기를 건너서 네델란드의 암스텔담과 헤이그를 다녀왔다. 다음 기회에 이준열사 박물관과 고호, 렘브랜트, 베르메르와 풍차마을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로 미뤘다.

 이로서 약 1개월간에 일단 영국이란 섬나라는 거의 다 다닌 셈이다. 도쿄 생활에 비교하면 몇 년분을 걸은 셈이고, 10년가까이 문화적 환경과 격리된 생활이었기에 고갈되었던 정신에는 거장들의 작품을 보면서 참으로 풍요로운 마음으로 행복에 젖었다. 게다가 맑은 공기와 좋은 풀꽃향기, 각양각색의 정원과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건축물과 다양한 이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은 주로 영국식 레스토랑이지만 간혹 태국 음식점(정도로 인기가 많다), 혹은 홍콩 중국 음식점, 때로는 와사비 라는 일본식(한국 닭볶음도 판매) 음식 혹은 일본 식당, 터키 음식점,아르헨틴 음식점 등에서 해결하였고, 최근엔 캠브리지 시내의 한국음식점 판매장에서 사다가 적당히 해먹기도 한다.

영국을 다녀보니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한국 음식점이나 한국 음식이 제대로 된 것이 없는게 인상적이었다. 쌀과 고추장과 된장, 야채와 고기,생선 등을 적당히 활용한 [건강과 미용, 장수]의 컨셉으로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모든 국민이 지혜를 짜고 협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보급된 음식종류가 바로 국가의 힘이라는 것을 영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절실히 느낀다.

Bath

영국은 감자가 저렴하다. 예를 들자면 그런 감자로 얇게 전을 만들어, 크레이프 처럼 각종 샐러드와 김치불고기, 김치볶음 등을 넣고, 고추장 혹은 된장 페이스트로 맛을 곁들이면 가벼운 식사 대용의 보급이 될 것이고, 인도나 태국음식과는 다른 매력적인 음식 문화의 보급이 되지 않을까? 이미 일본의 된장국은 Miso Soup으로 근처의 카페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얼큰하고 시원한 맛의 한국 음식은 어설픈 한국 음식점에 가도 만족할 수 없으니, 한국 음식의 세계 보급은 정말 시급하다.

영국 사회의 느긋한 문화적 습성은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프라이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실력 경쟁주의, 물질 만능주의 현대사회의 피곤함을 불식하며 [Slow life]의 실생활을 즐기고 있다. 엊그제 암스텔담의 복잡한 차선땜에 몇 번이나 클랙션에 쫓겼던  씁쓰레한 기억에 비하면, 영국은 몇 천키로를 뛰면서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점잖게 양보하거나 피해갔기에 너그럽고 인간적인 이미지가 가슴에 남는다. 그런 안정된 여유가 곧 그 사회의 문화 성장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영국의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면상 생략한 단점도 많다는 것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의식주가 만족되어야 예의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삶이 소박해도 만족하며 즐기는 사람, 타인과 비교하기 보다 내 주변을 소중히 하며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여유로움과 자연을 사랑하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여기서 새삼 많이 느꼈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삶을 초연히 걸어가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여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가을이 되자.

Don`t compare yourself with anyone in the world.If you do so, you are insulting yourself.-Alen Strike(당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캠브리지대학에서 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