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신정아’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 허위 경력 뭇매
‘제2의 신정아’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 허위 경력 뭇매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10.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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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력 대부분 허위·과장으로 밝혀져…문화부는 감싸기에만 급급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허위 경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시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경력 대부분이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문화체육방송관광통신위원회 소속 정장선 의원(민주당)과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 단장의 주요 경력인 ▲서울대학교 오페라연구소 소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국립오페라단 초대 상임연출가 ▲도니제티 국제음악아카데미 교수 가운데 3가지는 허위거나 부풀려진 경력이라고 폭로했다.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단장이 밝힌 서울대학교 오페라연구소 소장, 도니제티 국제음악아카데미 교수 재직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우선, 이 단장은 본인이 서울대학교 오페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장선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서울대 측에 공식 자료를 요청, 제출받은 역대 소장 명단에 이 단장의 이름은 없었다. 이 단장이 소장으로 근무했다던 1998년~1999년의 연구소 소장은 박세원 성악과 교수였다.

국립오페라단은 이 단장의 허위 경력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박 소장이 당시 이소영 단장을 부소장으로 임명해 소장의 역할을 병행하게 했다는 확인서가 있다”며 허위 경력을 부인한 바 있다.

당시 박세원 교수는 “연구소는 학교로부터 어떤 공식적 급여나 직책도 받지 않는 순수 연구 모임의 단체로 (내가 소장일 때) 이소영을 부소장으로 임명해 소장의 역할을 병행하게 했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번 공문을 통해 이 단장이 서울대 오페라 연구소 소장을 지낸 바 없음을 재차 확인했으며, 최문순 의원은 “본인이 소장 역할을 했던 것과 소장을 지낸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니제티 아카데미 교수라는 경력 역시 이상했다. 도니제티 아카데미 측은 이 단장을 ‘외국인 초빙교수’로 임명했다고 했지만, 이 단장은 이 아카데미가 위치한 이탈리아 마자테시에서 강의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니제티 아카데미 홈페이지

이 단장과 도니제티 아카데미에서는 “이 단장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도니제티 국제음악원에서 강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음악원은 사설 학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교수의 의미와 다른 일을 한 셈이다.

이탈리아의 도니제티 아카데미 역시 석사나 박사 등 정식 학위를 주는 학교가 아닌 ‘수료증’을 주는 사설학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이 아카데미는 '이탈리아 최초로 박사과정을 개설했다‘는 소개가 있지만, 주 밀라노 총영사관을 통해 관련 정부 인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분당 소재의 음악원 강의 경력도 의혹이 많다. 이 단장은 2006년 3월부터 이 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분당에 위치한 이 학원이 성남교육청에 등록한 날짜는 2007년 8월이다. 학원이 존재하기 전부터 강의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더불어 정 의원은 “국내 학원의 경우 교육청에 반드시 강사 현황을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 이 학원의 강사현황에 이 단장의 이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학원은 문을 연 지 2년 만인 지난해 ‘학원장이 관련 연수에 3회 이상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직권 폐원됐다.

제1대 국립오페라단 상임연출가 경력도 거짓이었다. 최 의원은 “당시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상임이 아닌 상근연출가였다”고 밝히며 “상근연출가는 비상근의 반대말일 뿐 상임연출가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직책”이라고 강조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 단장이 친동생 소속 업체와의 계약을 숨기기 위해 유령회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이소영 단장의 친동생이 매니저로 근무하는 ‘MCM 유럽’과의 거래가 지적을 받은 이후 2009년 9월부터 지금까지 ‘엠피티인터내셔널’과 계약을 맺었다”며 “확인 결과 ‘엠피티인터내셔널’ 대표는 ‘MCM 유럽’의 대표와 같은 이름이었다. 친동생 소속 업체와의 계약을 숨기기 위한 유령회사 아니냐”고 폭로했다.

사업자등록증에 명시된 사무실을 찾은 결과, 건물 안내판과 사물함에 ‘엠피티인터내셔널’과 ‘MCM 코리아’가 6층의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6층은 옥상으로 통하는 비상구였고 사무실은 없었다.

정 의원 또한 “작년 국회에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소영 단장은 친동생이 근무하는 회사와 사실상 동일한 회사와 거래를 계속하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총 8작품, 7억5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들이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앞에서 해체 반대 시위를 하고있는 모습

이 단장은 이번 허위 경력 논란 외에 부임 당시 각종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2008년 8월 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된 이 단장은 그해 12월 “규정에 없는 합창단을 운영할 수 없다”며 해체를 통보했다.

42명의 합창단원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합창단 존속을 요구했고, 이들의 싸움은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그러나 이 단장과 문화부는 끝내 2009년 3월 합창단을 공식 해체시켰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이미 지난해 6월 이 단장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어 이 단장의 허위 경력을 알면서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부인이 중앙대 성악과 교수를 지냈다는 점 때문에 ‘문광부가 장관 부인과 이 단장의 인연으로 모른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