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하얀 어둠속을 걷다.
백야행-하얀 어둠속을 걷다.
  • 황현옥/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0.10.29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양이 높이 뜨면 그림자는 사라진다’

 

‘태양이 높이 뜨면 그림자는 사라진다’

 

주인공 요한(고수)은 태양속을 함께 걷고 싶었던 미호(손예진)를 그리며 어둠의 세계에서 쓸쓸히 사라진다. 오직 미호 인생의 빛이 되기 위해 요한은 살인을 하고 그 속에 감춰진 슬픈 비밀을 말하는 영화이다.

원작은 일본 최고 추리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용의자 X의 헌신,비밀,명탐정의 규칙,호숫가 살인사건 등이 번역되어 있음)의 <백야행>을 기초로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나라 시나리오를 보고 매우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내용 자체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단서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평범한 추리 영화에 불과했다.
오히려 2006년 일본에서 먼저 드라마로 만들어진 <백야행>은 원작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각색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방영 초기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했던 팬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그해 일본 드라마 아카데미 워어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일본 <백야행>이 훨씬 재미있었는데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초등학생 료지와 유키호가 왜 료지 아버지를 살해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처음부터 보여줌으로 그들이 성인이 되며 저지르는 삐뚤어진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한다.
시청자들이 극의 흐름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둘째는 원작보다 형사의 역할을 축소했다.
<백야행> 영화는 한동수(한석규)형사가 두 사람의 범죄 행각을 집요하게 쫓다보니 형사가 주인공이 되어 버리고 요한과 미호가 서로 만날 수 없는 이유와 그 애잔함이 설득력을 잃어갔다.
반면 일본 드라마에서 형사는 두 사람의 성장 과정과 그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추적하며 주인공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감초같은 역할로 등장했다.
이 같은 각색을 통해 살인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기 전까지 태양은 떠있으되 밤과 다를바 없는 날들을 살았던 주인공들의 내면과 원작의 주제의식을 더욱 부각시켰다.
소설과 영화,드라마라는 매체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야행>이 일본 드라마 주인공 아야세 하루카(유키호역,<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해피 플라이트, 싸이보그 그녀>에 출연)와 야마다 타카유키(료지 역,<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보다 손예진,고수의 연기가 훨씬 훌륭했다.
악역으로 등장한 손예진의 카리스마와 고수의 슬픈 눈동자는 영화가 보여주었던 미진한 부분이 더욱 아쉽게 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