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연사 보물들이 한가득! 공연예술박물관
우리 공연사 보물들이 한가득! 공연예술박물관
  • 성열한 기자
  • 승인 2010.11.10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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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공연자료가 깨어나다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무대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화려한 무대장치,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들. 그 모든 것들은 무대의 막이 내리면 신기루와 같이 사라지고 만다. 때문에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기록과 자료는 우리 공연예술의 역사에 그 어떤 것보다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 된다. 우리 근대공연예술의 지난 100년의 이야기와 함께 그 에필로그(Epilogue)를 담고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은 무대 위의 순간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보물들로 가득 채워졌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쌓여온 보물들을 찾기 위한 탐험을 시작해보자. 

◈우리 공연예술사를 한눈에!

▲공연예술박물관 전경

제1공간 ‘공연예술, 뿌리를 찾다’는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기원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분벽화, 기록화 등 옛 그림들이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살아나 생생하게 우리의 전통연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제2공간 ‘공연예술, 꽃을 피우다’에서는 20세기 초, 근대화와 함께 급격하게 변화한 공연예술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1920~30년대 민요와 대중음악, 연극 공연의 음원을 실제로 들어볼 수 있으며,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 전설적인 무용수인 최승희의 춤을 만나 볼 수도 있다. 이 자료는 북한에서의 공연을 기록한 희귀자료를 일본인에게 구입한 것으로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햄릿> 번역본 및 근대연극을 도입한 동경학생예술좌의 창단공연 티켓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또다른 중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전후, 전쟁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연예술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있는 제3공간 ‘공연예술, 숲을 이루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60년대 국악 LP 음반과 극작가들의 친필 대본이다. 이는 당시 활발한 창작활동이 이뤄졌음을 증명하는 자료들이다.

이와 함께 무용가들이 공연에서 실제 착용했던 의상들도 전시돼 한국의 춤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 왔는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연극 <에쿠우스>에 사용된 말 머리 소품에서부터 극단 <자유극장>의 작은 기념주화 등은 공연예술 부흥의 원동력이 됐던 70년대 ‘소극장 운동’의 산물이며, 개량 국악기는 동시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전시물이다.

전시장 안에 진열된 다양한 전시물들은 키오스크(kiosk,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도록 마련돼있다.

◈무대 뒷모습은 어떨까?

공연예술박물관에는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전시실도 마련해놨다. 무대의상과 무대디자인, 예술인의 방 등을 전시실로 구성한 ‘공연주제 전시실’에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무대 뒷모습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왕실 의상에서부터 모던한 한복까지 국립극단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의상들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으며, 무대 위 조명 속 화려했던 무대의상의 모습은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그대로 재현했다.

무대디자인 코너에는 세밀하게 제작된 무대 미니어처 및 무대에서 사용됐던 각종 소품이 전시돼있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린 무대 의상과 소품들의 원화들도 감상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무대 제작과정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도 상영하고 있다.

예술인의 방은 우리나라 공연예술가들의 실제 유품을 활용해 창작 공간의 분위기를 사실감있게 표현했다. 연극의 방, 음악의 방, 무용의 방을 통해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속에 멋진 작품이 나오는 순간을 상상해볼 수 있는 동시에 분야별 작가들의 삶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 공간이다.

◈공연예술 자료를 손쉽게 열람한다!

아카이브실은 다양한 매체와 풍부한 콘텐츠를 통해서 예술현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의 또 다른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공연자료 외에도 국가전자도서관 원문 정보 서비스와 국회도서관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사전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약은 공연예술박물관의 홈페이지(http://museum.ntok.go.kr/)로 할 수 있으며, 관심 공연의 정보까지 제공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작은 세미나실을 마련해 공연예술 전공자나 예술자들이 세미나를 통한 공동 연구를 펼치기도 한다. 공연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박물관을 견학 온 학생들이나 동호회 등이 각종 소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신청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특별기획전-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

오는 2011년 1월 9일까지 공연예술박물관에서는 1층 기획전시실에서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예술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선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인과 한국 인형극의 작품들을 동시에 전시해 양국의 인형극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고 있는 스페인 작품들은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이베리아반도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165점으로 구성됐다.

줄, 막대, 장갑 등 다양한 조종방식으로 연행되는 인형들과 무대세트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현대미술가 조안 미로(Joan Miro,1893~1983)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형극 <돈키호테의 모험>에 사용된 인형들. 하얀 달의 신사와 말타는 돈키호테를 표현했다

한국 인형극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로 전승되고 있는 ‘발탈’공연과 다양한 영상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더불어 이번 특별전기획전과 관련해 ‘발탈공연 보고 배우기’와 ‘나만의 발탈 만들기’ 등 전시 연계프로그램도 전시기간 동안 진행된다. 

‘발탈공연 보고 배우기’는 공연과 함께 동작, 민요, 장단 배우기을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전시기간 중 4차례 진행되며, ‘나만의 발탈 만들기’는 매주 토요일 참여할 수 있다.   

특히 특별기획전 <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는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국내 최초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QR코드’ 시스템까지 도입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 설립 취지 및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공연예술문화가 생산한 많은 물질문화들이 산실(散失)되어 가는 현실을 고려해 공연예술박물관이 설립됐습니다. 기존 국립국악고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별오름극장을 안에 두고 1차적으로 2009년 12월에 상설전시실과 아카이브실을 완비 개관했습니다. 이후 국립극장이 개관한 지 60년을 맞이하는 2010년 5월 시점에 기획전시 <6.25전쟁, 공연예술의 기억과 흔적> 개최를 통해 전관이 개관하게 됐습니다.

-공연예술박물관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공연예술박물관은 크게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아카이브실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공연예술박물관의 기능상 특징을 보여줍니다. 즉, 전시뿐만 아니라 아카이브실을 운영함으로써 국립극장에서 생산되는 제1차 자료들(악본, 대본, 무대디자인 등)을 보존하고 이를 디지털화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설전시의 경우, 우리의 공연예술 역사를 통시대적으로 영상자료와 문헌자료를 중심으로 보여주되 실제 전시내용을 터치해 학습하는 키오스크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으며, 관람자가 직접 조작해 소리를 듣고 파노라마를 통해 공연장면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영상 시각 자료들도 접할 수 있습니다.

-컬렉션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어느 정도나 되는지요?
국립극장 소장 자료 총 수는 영상, 음향, 이미지(사진, 필름, 무대디자인 등)로 구성된 비도서자료 15만점을 비롯해 기증자료 1만 여점, 도서류 1만 여점 등 총 18만 여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운영하시면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십니까?
‘박물관이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박물관은 이용자가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카이브실 혹은 리소스(resources) 센터, 자료관이 돼야 합니다. 박물관에 찾아와 박물관 전시를 보고 교육에 참석하는 이용자들의 모습을 목격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는 국립극장의 공연예술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영구히 후대들에게 보존되고 계승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발전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획전시에 대한 기획의도 및 기타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기획전시는 공연예술박물관 미션(mission)에 맞게 주제를 정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관 이후 두 번째 기획전시인 <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는 스페인 SEACEX(문화교류진흥원)과 공동으로 우리와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것입니다.
정치적인 수교를 넘어 문화적 교류를 통해 양국 간 우호를 보다 돈독하게 굳히기 위한 것을 비롯해 스페인 인형극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로 보고 스페인 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통시대적으로 접근하면서, 유명 공연단체별로 주요한 인형극에 등장했던 인형이나 조종기법 등을 전시유물의 노출전시와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극단으로서 티아 노리카 극단이 출연한 인형극, 바르셀로나연극원이 소장하고 있는 인형들, 라 판파라, 곤잘로 카냐스의 소장품 외에 저명한 미술가 조안 미로가 제작한 인형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향후 예정인 기획전시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박물관의 미션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향후 기획전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 앞에 공연예술이 다가올 때’(가제)까지의 과정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기획 전시라던가 다문화사회를 맞이해 우리 문화뿐만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기 위하여 공연예술 관련 문화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잠재 관람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물관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해서는 다가가는 박물관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활동을 통해 잠재 박물관 이용자들에게 친근하고 유익하고 흥미로운 박물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박물관을 찾게 하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