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김지숙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김지숙
  • 김은균 공연전문기자
  • 승인 2010.11.13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셰익스피어는 그녀를 자유라 불렀다’

가을이 무르익은 십일월 첫날, 대학로 바다시어터에서는 장애인들의 연극잔치인 나눔연극제 개막식이 열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서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하나가 되는 나눔연극제가 그래도 6회의 시간을 맞았다. 작지만 뜻깊은 잔치에 기성연극인들이 참여해서 그 의미는 더욱 깊었다.

이 연극제의 홍보대사를 맡은 김지숙 배우는 소박한 잔치에 함께 하게 되어서 마음이 훈훈하다고 했다.

이미 배우로서의 명성못지 않게 많은 사회활동으로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나누는 그녀는 배우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선택당하는 배우의 속성상‘갑’과‘을’의 관계에서‘을’의 위치를 고수해야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자앞에는 당당하고 약자앞에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넉넉한 마음을 지녔다. 그것은 완벽히 자신을 조율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91년 시작하여 십년에 걸쳐 전국의 중고등학교 소외기관을 돌면서 자비로 제작한 '로젤'을 끌어온 이력만 봐도 어디에서나 당당한 배우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모노드라마 '로젤'은 이미 100만 관객을 넘은 연극계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이기도 하다.
“소위 학교에서 좀 논다는 아이들이 연극을 보면서 펑펑 울때 저는 연극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은 그녀를 지탱시키는 힘의 원동력이다.

“연극계의 현실이 조금 어렵다고 해서 주저않아 있을 수는 없지요. 우리가 오히려 그들을 찾아가면 되지 않나요? 그들곁으로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연극이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이야기 한다면 그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청주교도소 여성재소자 위문공연으로 부터 윤금이 공대위 자문위원 명동성당 수녀원 기금마련 공연, 참여연대 기금공연, 정신대할머니 쉼터, 동두천 장애인 수용시설,임마누엘 무의탁 장애인의 집 등 드러나지 않는 도움의 손길에 그녀는 거기에 항상 있었다.

그리고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사랑의 문화봉사단 창단멤버등 사회활동에서도 배우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발언을 하곤 했다. 그러고 보니 연극협회 부이사장과 배우협회 부회장까지 한 이력은 평소에 미처 생각지 못한 이력이었다.

그녀의 데뷔는 1977년 극단 현대에 입단함으로써 연극계에 입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뛰어든 연극이었지만 마치 물고기가 잊었던 물을 만난듯 거의 무대에서 열광하며 보낸 세월동안 만큼이나 그녀는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다가 87년 '뜨거운 바다'를 공연한 이후 90년까지 은둔 아닌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한때 대중들로부터 만들어진 내가 진짜 내모습인줄 알고 그것에 취해 살던 때가 있었어요. 철없는 시절의 담콤한 향기에 묻혀 지내다보니 남에게 익숙해진 나 자신에 대해서 공허감이 생기더군요. 상품화된 나 때문에 본질적인 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대중으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곧바로 용인정신병원의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싸이코드라마에 몰입하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환자들을 보며 정신병자와 내가 다를 게 없다고 느꼈지요. 비로소 남에게 익숙해진 내가 아니라 본질적인 나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슬럼프를 봉사를 통해 극복하였고 그것은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졸업> 이후로 그녀는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나서 빛나는 세상을 볼 때 비로소 우리사는 세상이 찬란하다는 것을 느끼는것처럼 다시 무대에 서는 여배우를 기다리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