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로커 - "전쟁은 마약이다"
허트로커 - "전쟁은 마약이다"
  • 황현옥 / 영화평론가
  • 승인 2010.1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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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월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쟁영화의 장르를 개척한 <허트 로커>에 6개 부문의 상이 돌아갔다. 아카데미 영화제 최초로 여성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이밖에 작품,편집,각본,음향,음향효과상을 받았다.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멜론의 전부인이며 영화배우를 능가하는 외모와 선이 굵직한 영화(키아누 리브스,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폭풍속으로>가 가장 알려짐)를 주로 만들어온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바타>와 후보경쟁을 벌였었다. 아카데미의 선택은 ‘기술력은 영화예술이 아니다’라는 말로 엄청난 흥행과 3D 돌풍을 일으킨 <아바타>를 제치고 <허트 로커>를 선택했다.
 <허트 로커>는 직접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같은 화면 구성을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하여 관객들이 전쟁을 직접 누비는 현장감을 전달했고, 음향과 음향 효과의 절묘한 조화가 영화속 전투를 보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묘미를 전해준다. 영화를 이렇게 만들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허트 로커(hurt locker)란 군대에서만 통하는 은어로서 심각한 부상을 뜻하는 단어이다. 미군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즉 폭탄물 처리를 맡은 군인들의 활약을 영화에 담았다. 실제 이라크 전장의 군인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더니 허술한 폭발물 처리와 이라크전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소설과 논픽션이 다르듯 영화와 다큐멘터리와 다른것과 마찬가지이다. 실제 관객들은 험비(폭탄제거반원들이 타는 특수 트럭)에 타고 영화주인공들이 폭탄을 제거할때의 긴박감을 느끼고 어떤때는 어쩔수 없이 폭탄이 터지는 상황도 맞이하는 그럴듯한 허구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영화적 기법을 구현했다. 마치 써든 어택이란 게임을 할때의 기분이랄까!  게임에 몰두했을 때는 게임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는 것처럼 <허트 로커>는 영화적 사실감과 그 완성도가 탄탄했다.
 어떤 평론가들은 <허트 로커>를 이런 이유로 비난했다. 이라크 전쟁이 왜 일어 났는지, 얼마나 추악한 전쟁인지 이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비슷한 시기 개봉된 맷 데이먼 주연의 <그린존>을 훨씬 높게 평가하며 마치 아카데미가 이라크전을 옹호하는 듯한 선택을 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일부 평론가들이 주장하는 영화라는 장르의 다양성, 즉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의 차이, 타인의 취향을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허트 로커>는 전쟁의 본질과 배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란 강력하며 종종 치명적 중독이다. 전쟁은 마약이다”라고 말한 종군기자 크리스 헤지스의 말을 인용하며 영화가 시작되듯 전쟁에서 인간들이 경험하는 세계, 그속에서 인간의 생존과 어떤 이들에겐 습관적 일상이라는 것을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