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싸게 받으세요!"..."충분함니더~"
"더 비싸게 받으세요!"..."충분함니더~"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3.30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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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200원 호떡 아지매, 흑설탕 단물같은 인심 훈훈

 
 
호떡 200원?

기자는 눈을 의심하며 달인의 손길에 밀가루 반죽이 프라이판 위에 정량으로 떨어져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호떡 아줌마의 묘기는 대단했다. 타지않게 첫 면이 구워질 즈음에 다음 면으로 호떡을 얼른 뒤집으며 정확한 크기로 꾹 누른다. 여러개의 호떡을 뒤집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다. 흑설탕 잼도 정중앙에 위치한다. 터지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에서는 호떡이 700원인데 서울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호떡이 200원이라니..당췌 기름값이나 밀가루 값은 나올지 기자는 걱정이 돼 말을 붙였다.

"아주머니, 호떡 한 500원은 받으셔야 겠는데요?" 고운 얼굴의 '호떡 아지매'는 "충분함니더..."라고 말한 뒤 덤덤하게 또 호떡 굽기에 열중한다.

호떡을 사러 온사람들도 성화다. '아지매, 기름에 손 다 디것소(기름에 손을 데이겠다). 장갑끼고 하소'하고 염려를 하는 손님이 있는 가 하면 '아이고 답답에~ 좀더 비싸게 받아도 되겠구만은'하고 기자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손님도 있다.

호떡 200원의 위력은 대단하다. 2000원치를 주문하면 10개를 산다. '호떡 아지매가' 한 아주머니 손님이 주문한 호떡을 굽고 있는 와중에 한 꼬마가 와서 200원을 내밀면서 호떡을 하나 달라 했다. 호떡 아지매는 아쉬워 하면서 '짝이 안맞아서 줄 것이 없다'고 하자 호떡을 주문한 아주머니가 이내 '아가 이거 하나 먹어라' 하면서 꼬마에게 호떡을 하나 내민다. 고사리 손에 쥐인 200원은 받지도 않은채.

손님은 어떻게든 깍으려 하고 주인은 어떻게든 많이 받으려하는 세상에서 통영의 '200원 호떡아지매'와 통영시민들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손님들의 건강까지 고려해 기름까지 정량을 사용한 담백한 호떡은 너무나 양심적이었다.

기자는 3000원치를 샀다. 통영의 훈훈한 인심이 계피와 조화를 이룬 흑설탕의 호떡 단물처럼 입안 가득 고이면서 흐뭇해졌다.

'호떡 아지매'는 통영시민회관 입구 진입로인 남망로에서 왼쪽으로 30~40m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