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칠만 하면 다 금동대향로?
금칠만 하면 다 금동대향로?
  • 특별취재팀
  • 승인 2010.12.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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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대향로를 둘러싼 진실 공방 2라운드

[서울문화투데이=특별취재팀] 지난 11월 10일 본지는 49호 기사를 통해 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찬란한 백제문화의 상징인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복제품(이하 금동향로)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했다. 이는 우리문화와 역사 전반에 대한 부정으로 확대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국보 287호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

기사의 발단은 지난 9월에 열린 ‘2010세계대백제전(9월18일~10월 17일)’에서 시작 됐다. 대학 강사인 김 모씨는 평소 다니던 절에 향로를 하나 시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향로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부여군청이 (주)보광퓨터(대표 임부원, 경기도 부천시 소재)와 계약해 판매하고 있는 복제품을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주문을 하려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던 중 보광퓨터가 생산하는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좋지 않은 글들을 발견하고 잠시 주춤하게 된다. 이후 직접 현장을 가서 직접보기로 마음먹고‘2010세계대백제전’(9월 18일~10월 17일)이 열리는 부여로 향했다.

전시장에서 부여군이 추천하고 국립중앙박물관 인장이 바닥에 찍힌 백제금동대향로를 살펴본 그녀는 마무리 등이 조악한 것을 보곤 실망했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부스에 전시되고 있던 청암 오문계(백제금속공예 대표) 선생이 제작한 향로를 발견하게 된다. 좀 전의 작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작품성이 뛰어났다.

이에 본지는 조형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보광퓨터의 금동향로 제품이 어떻게 국립중앙박물관 인장을 받고 판매되고 있는지 지난 49호 보도를 통해 관계기관에 의혹을 제기하고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부여로 금동향로 원본이 이관된 후 국립중앙박물관과 보광퓨터 와의 계약은 만료된 상태였다. 하지만 본지 보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국립부여박물관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인장(印章)이 찍힌 금동향로 복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본지는 현재 보광퓨터 제품이 판매 되고있는 배경을 추적 했다.

당시 문화체육부가 추진 중인 문화상품개발 사업에 금동향로복제품을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허가한 문화부 사무관이었던 김모 씨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당시 금동향로복제품을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 할 수 있는 금속제조업체를 찾던중 보광퓨터를 알게 됐고 그 업체에 제작의뢰를 하게됐다고 당시 업체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여러 전문가와 박물관, 교수 등의 자문을 얻으며 자본력, 기술력, 매출을 선정기준으로 삼아 찾고 있었는데, 당시 선뜻 나서겠다는 업체가 없었다. 복원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보광퓨터가 자진해서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관계전문가의 기술지도하에 보광퓨터가 선정, 복원하게 된 것 뿐이다.”라고 해명했다.그에게 당시에 한국공예예술가협회에서 주관한 특별전에서 그것도‘금동향로’로 대상을 받은 작품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김 모 사무관은 당시 복원에 참여하겠다는 업체를 찾는 것만도 어려웠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공방까지 하나하나 일제조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공예협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국가에서 무조건 선정해야 하나?”며“전문가들과 각계 관련 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 오문계 선생이 한국공예예술가협회로부터 받은 보증서.

상식적으로 국보를 복제한 복제품은 원본과 동일하게,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데 보광퓨터의 작품은 62cm 원본에 비해 2cm나 작은이유에 대해서 묻자.“우리나라는 워낙 기술력이 좋은 나라가 아닌가. 100년 후 200년 후에 진품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2cm 작게 만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업체 선정 전 오문계 선생이 복원품(금동향로 발굴시 부여군청 의뢰로 최초로 복원한)을 들고 찾아갔을 때, 왜 다짜고짜 보광퓨터의 임부원 사장을 만나보라고 했는지에 대해 묻자.“선정 후 어떤 사람이 찾아온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누구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금동향로가 출토되고 보광퓨터의 복제품이 국립중앙박물관 판매허가를 받고 판매된후 , 보광퓨터의 향로 복제품을 두고 무늬와 조형이 조악하고, 향을 피우는 중에 향로가 녹아내리는 문제점 등에 대해 대전일보 등 충남지역 언론은 수차례 보도했다.

하지만 그 논란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95년부터 약 10년간 금동향로 복제품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던 박 모 사무관은“그런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비교를 통해 검증을 했었겠지만 10년간 그런 언론보도를 들어 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부여군청 관광기획 이모 담당자 역시“그런 보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검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껏 금동향로 상품에 대한 문제는 판매 가격이 비싸다는 민원 뿐 품질 문제는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5년 국립부여박물관은 문화상품개발 공모전을 열었고 보광퓨터는 문화관광부장관 대상을 수상한다. 이에 본지는 청암 오문계 선생에게 당시 공모전 출품 여부에 대해 물었다. 오 선생은“어차피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에 출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부여박물관과 부여군청은 2005년 문화상품개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보광퓨터의 금동향로 복제품에 대해“복제품에 대한 불만은 없으며 품질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더 나은 제품이 있다는 것도 들은 바 없다. 2005년 공모전 대상 작품을 선정해 지금껏 판매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본지 49호 보도에서 오문계 선생의 지적재산권보호를 받게 도와주겠다던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 담당자 홍 모 연구원도“그때는 내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말이었다. 지적재산권보호는 내 소관이 아니다. 그리고 지재권 보호를 받으려면 보광퓨터로부터 원본을 직접 받아야 한다”라고 뒤늦게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오선생은“보광퓨터가 자신의 작품을 가져가 복제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보광퓨터는 절대 원본을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 청암 오문계 선생.

취재가 시작되자 금동향로 복제를 둘러싼 관계자들은 스스로의 정의를 찾기에 급급했다.  오랜 시간 어느 누구 하나도 힘없는 예술인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며, 민감한 질문엔“내 업무가 아니다”“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보광퓨터의 임부원 사장을 찾아갔다. 우선  임 사장에게 최근까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판매중인‘금동향로’밑면에 국립중앙박물관 인장이 찍혀있는 까닭을 물었다.

임 사장은“2005년 부여로 금동향로 판매 관리가 이관되기 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세 11%로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그때 인장이 찍힌 향로 재고가 아마 판매되고 있을 것이다. 2005년 이후엔 부여박물관과 계약을 맺으려 했는데 맺지 못했다. 지금 부여박물관에서 향로를 파는 업체는 우리가 아니라‘밀레21’인가 하는  위탁판매 업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결과 부여박물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밀레21’이라는 업체도 보광퓨터의 금동향로를 판매하고 있었다. 국립부여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초 공모를 통해‘밀레21’과 3년간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오문계 선생이 부여군청의 의뢰로 최초로 복원한 금동향로를 보광퓨터가 베껴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1995년 문화부에 금동향로로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협조를 구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전문가와 서울대학교 미대 학생들과 모작을 만들었다. 우리가 왜 오문계씨의 작품을 사서 베끼나, 여섯 달 동안 1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만들었다.”라고 임사장은 말했다.

본지가 의문을 제기했던 금동향로‘복원품’이라면 그 원품의 가치와 높은 예술성을 지녀야 하는데 진품과 크기를 비롯해 세밀한 차이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임 사장은“우리가 만든 금동향로는 백제금동향로 진품의 복원품이 아니다.” 라고 답했다.

▲ 보광퓨터의 금동향로.

“나는 금동향로를 베껴 상품을 만든 것이지. 진품과 동일한 복원을 한 게 아니다.”라며 “95년에도 문화부에 금동향로 상품을 만들어서 팔겠다고 협조를 부탁했고, 문화부가 협조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금동향로복제품을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 할 수 있는 금속제조업체를 찾았다’던 김 모 사무관의 말과 완전히 모순된다. “학예전문가들의 지도하에 6개월이란 시간과 1억을 쏟아 붓고 만든 것 뿐, 중간에 여기를 고쳐라 저기가 이상하다 말도 참 많았다”라고 말했다.“그리고 처음에 모작을 만들고 있을 땐, 어느 정도 사주기로 했었다. 근데 모작을 만들고 나니 안 사줬다.”

금동향로를 매입해주기로 약속한 사람이 당시 문화부 사무관이었던 김 모 사무관이 맞는지 물었다.“그렇다. 그분이 처음엔 복원해서 만들면 사주기로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 안  사줬다. 그래서 홍보를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 인장을 찍게 된 것이다. 인세는 11%를 주기로 한것이다”

이에 본지는 마지막 남은 의문인 과연 보광퓨터가 오문계 선생의 금동향로를 베꼈는지, 그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보광퓨터에서 직접 모작을 만들 때 참여한 전문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임 사장은 직접 참여한 전문가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조백’이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역시 임 사장은“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

▲ 보광퓨터가 눈으로 보고 만들었다고 주장한 1995년 복원 당시 사진.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입수한 보광퓨터 임부원 사장과 조백씨가 체결한 계약서 사본을 꺼내보이자 임 사장은 상기된 얼굴로 “조백이란 사람은 단지 금속 기술자일 뿐이다. 그 사람한테 일을 시킨 적이 있다.” 고 말을 바꿨다.

임사장은 말을 번복하며 당황했다.  조백이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조백은 당시 보광퓨터에서 금동향로 복제를 담당하던 기술자다. 오문계 선생에 따르면, 그는 오문계 선생을 찾아와“선생의 작품을 어떤 전시회에서 구해왔다. 외형은 제대로 못 고치고 겉 손질만 하다 보니 향로가 뒤집어 졌다. 솔직히 선생의 작품을 따라갈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당시 보광퓨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던 오 선생의 증인이 돼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씨가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일각에서는 “문화체육부 등에서 그의 입막음을 위해 출국시켰다”는 후문만 남긴 채 석연치 않게 마무리됐다.

지금 문제 해결의 키를 갖고 있는 조백이란 인물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15년 이라는 시간동안 오 선생의 억울함을 풀어줄 명백한 증거는 없다. 당시 향로 선정과 복원에 관여한 담당 공무원과 관계인들은 기억에 없다. 내 소관이 아니다.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취재 중 부여군청이 출연한 재단법인 부여군 문화재 보존센터 산하 백제문화상품화사업단에서 금동향로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소문한 결과 그 제품역시 보광퓨터의 상품이란 걸 알게 됐다.

▲ 청암 오문계 선생의 금동향로.

부여군청에 2005년 부여박물관으로부터 판매계약을 받지 못한 보광퓨터의 향로가 왜 부여군청의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는지 묻자 담당자는“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작, 판매를 하던 업체였기 때문에 부여로 이관된 다음 군수와 협의해 허가를 얻은 것 같다.”말했다.

현재 부여군청의 인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는 보광퓨터의 향로에 대해 묻자 이모 담당자는 “만약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검증이 필요할거란 의견에 동의 한다”고 답했다. 현재 보광퓨터의 향로는 향을 피울 때 향로 일부가 녹아내리고, 휘는 현상이 나타나는 제품이 있다.

부여군청 관광안내과 관계자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부임한지 3개월 됐다”는 그는“복원품에 대한 불만은 없으며, 있다고 해도 값이 비싸다는 점 뿐이었다.‘세계 대 백제전’공개 당시 많은 이들이 정말 제대로 된 복원이라며 극찬했다”고 말했다.

백제문화권관리사업소 관계자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단지“백제금동대향로 복원품이 종류가 여러 종류다. 아마 문제가 있다고 제보가 들어온 제품이라면 1:1 복원품이 아닌 축소 복원품일 것이다. 축소로 복원된 관상용을 함부로 다루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현재 판매되는 제품의 이상여부나 그에 관한 불만 제기 등이 있는지에 대해선“현재까지 그런 사항들이 접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문계 선생의 작품을 타 업체에서 모방했는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단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평생을 바쳐 복원한 백제의 찬란한 문화가 집약된 금동향로가 단지 판매를 위해 대량생산되는 상품과 동등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재단법인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산하 백제문화상품화 사업단에서 보광퓨터의 금동향로를 판매하고 있다. 적어도‘문화재보존센터’라는 이름을 쓰는 단체라면 국보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의 예술성과 가치를 담은 제품을 선정, 판매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005년까지 10년간 금동향로 업무를 맡아온 국립중앙박물관 박모 담당자는“만약 복원된 문화상품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나고 원작의 아름다움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다시 심사할 필요도 있겠죠”라고 대답했다. 부여군청의 관광기획 담당자도 현재 백제 문화 상품화 사업단에서 판매중인 향로에 문제가 있다면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비쳤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국가는 국보급에 유형 문화재를 복원해 문화상품화 시키는 과정에도 별다른 법적 기준을 정해 놓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조형미와 완성도 면에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이 문화상품으로 개발되어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더구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소자본의 예술인을 무시하고 국가가 앞장서 자본과 매출을 앞세운 기업의 손만을 들어준다면 우리나라 공예예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고 전승과 발전의 길은 점차 좁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찬란한 백제문화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비록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그 아름다운 조형미를 충실히 재현해 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찾지 못하는 세계인들에게 선물되는 금동향로 복원품이야 말로 그 존재자체가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명확한 검증을 통해 빛나는 백제문화의 산물인 금동향로가 아름답게 복원되기를, 또한 두 번 다시 오 선생과 같은 소자본 공예인이 거대 자본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