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사치가 아니다
문화는 사치가 아니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01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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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해?”라는 질문에 답했다. “공연 보러 갈꺼야~”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돈도 많다! 쇼핑이나 하러가자~”

‘옷이냐, 공연이냐’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공연을 택했다.

하지만 친구는 한 번 보면 끝나버리는 공연에 돈을 쓰겠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꼭 돈을 들여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평소 문화에 관심이 없는 친구는 문화를 쇼핑이나 독서처럼 선택해서 즐기는 하나의 ‘취미’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전에서는 문화(文化)를 ‘인류의 지식·신념·행위의 총체, 인간사회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이나 생활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의 총칭. 특히 학문·예술·종교·도덕 등의 정신적 소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언뜻 이해될 것도 같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난해하다. 말이나 글 등 어떤 형태로든 문화를 정의하기에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비용이라는 조사결과에 답답하기만 했다. 그저 공기처럼 떠돌아다니는 문화를 즐길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것인지,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마인드가 문제인지...

아무리 돈이 전부인 세상이지만 문화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아둔함은 평생 두고 후회할 짓이라는 것을 왜 사람들은 모를까?

문화란 꼭 지갑이 두툼하고 돈이 남아돌 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머니가 얄팍해질수록 문화를 누리는 데 인색해지고 문화를 사치라고 여긴다.

일상에 녹아있는 문화를 그냥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사치란 말인가?
누군가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문화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이 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이 있다. 그리고 문화를 즐길 권리도 있다. 돈이 없어도 좋다. 비싼 미술관이나 공연을 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도심 속에 널려있는 문화를 제발 좀 즐기라는 말이다. 특히 돈 없이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연이 넘쳐나는 서울에 살면서 돈 없어 못하겠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저 안타깝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구민회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하는 무료공연들이 많다. 하다못해 사람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의 하나인 ‘지하철’의 작은 공간에도 문화는 존재한다. 그것만 찾아봐도 한 달이 일주일이 금방이다.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