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 - 송승환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 - 송승환
  • 김은균 공연전문기자
  • 승인 2011.01.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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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현재형인 사람은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충실했고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람이 있다. 최근에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으로 부임한 송승환은 문화 CEO에서 예술교육의 리더로서 또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배우 송승환 (이미지출처 - 인터넷블로그) 

강단이야 그전부터 서왔던 것이지만 ‘융합(convergence)’이 붙은 교육체계처럼 전에 없던 신선한 바람이 문화예술계에 불어오는 것이다. 
 

그는 아역 배우였고  <밤을 잊은 그대에게>와 <젊음의 행진>이라는 프로를 진행한 명 MC였다. 중동특수를 타고 외국어대 아랍어학과에 진학했으나 그를 잡아 끈 것은 학과공부가 아니라 연극부 활동이었다. 머레이 쉬스갈 원작 <루브>를 뮤지컬로 올려 대박을 터뜨렸으나 엉성한 스텝과 체계화된 기획시스템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후 드라마 촬영차 떠난 미국 브로드웨이를 보고는 충격을 받아 한국에도 뮤지컬의 시대를 예감한다.

희곡 중심의 연극 무대만을 접했던 그에게 뉴욕에서 본 공연은 미래의 예감처럼 다가왔고 존 케이지의 음악에 맞춘 커닝 햄의 무용 공연, 피터 슈만이 이끄는 극단 ‘빵과 인형’의 인형극, BAM에서 기획한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피터브룩이 연출한 9시간에 달하는 대작 <마하바라타>, 그리고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의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된 실험극들은 공연이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가 1997년 <난타>를 제작할 수 있었던 문화적 자신이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캣츠> 포스터의 문구인데 ‘공연일시 : Now & Forever’ 였다. 귀국 후 국내 연극인들로 구성된 창작 뮤지컬을 시도한 그는 <우리 집 식구는 아무도 못 말려>의 희곡을 뮤지컬로 각색해 최수종, 엄정화를 주인공으로 김성옥, 김길호, 이정섭, 최형인, 양희경, 성병숙, 이재희, 권해효, 정종준, 이인철, 이정화, 이장훈, 가수 권인하 등의 호화캐스팅으로 자체제작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이어 <고래사냥>으로 창작뮤지컬을 올린다. 
 

<고래사냥>을 제작하면서 서울 공연을 끝내고 지방 몇 도시를 공연하면서 국내의 좁은 시장을 절감하였고 2년여를 준비하고 수십 명이 정열을 쏟아 만든 작품이 불과 2, 3개월의 공연으로 끝나야 하는 현실을 깨달은 그는 시장을 넓혀 세계로 달려 나가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비언어극 <난타>였다. <난타>의 호평에 용기를 얻었지만 해외공연의 길은 깜깜하기만 했다.

그전까지 한국의 공연을 제대로 해외 공연 기획자나 극장에 팔아본 전례가 없었으니 누구한테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공연 조건은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 속수무책이었던 현실에서 ‘무대뽀 정신’으로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으로 가서 공연 기획자들을 만나 <난타>를 설명하고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며 공연 판매를 하였지만 결과는 참담함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한국의 문화를 모르고, 한국이라는 나라조차 잘 모르는 그들에게서 “한국에서도 연극 공연을 하느냐”는 모욕적인 질문까지 받는 것이 우리가 처한 문화적인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길이 열리는 하늘의 이치처럼 ‘무대뽀 정신’은 결국, 1998년 10월에 ‘브로드웨이 아시아’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게 되었고 에든버러 페스티발에 참여하여, <난타>의 첫 해외 공연을 갖게 되었고 공연이 끝나고 객석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한 극장에서 그는 자신의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남들은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갈 때 그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서 개척을 해왔고 그것이 아직도 계속되는 현재형이다. 더군다나 융합(convergence)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다시금 도전을 하는 교육자의 길은 그를 믿고 따라와 주는 학생들에게는 ‘등불’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가 뉴욕에서 충격을 받았던 그 문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