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놓친명화 - 반두비
다시보는 놓친명화 - 반두비
  • 황현옥 / 영화평론가
  • 승인 2011.01.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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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신동일감독,한국

얼마전 TV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외국인 노동자 특집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외국인도 한국말을 할 줄 알면 훨씬 친근해 보인다.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하니까. 그들에게 PD가 준 선물이라는 고향 가족 영상과 실제 만남은 나를 한참 울게 했다. 가족을 떠나 외로운 곳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안다.

막막하고 의지할 데 없는 곳에서 살던 곳이 너무 그리워 가끔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가족들이 자신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도, 때론 서운한 마음도 잠시의 울음으로 접고 다시 현재의 삶에 적응한다.
이제 가고 싶은 그곳은 그리움으로 묻어둬야 할 과거의 곳이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 고생스러웠지만 이제 한국을 쉽게 떠날 수 없을 것이다.‘반두비’의 주인공 카림처럼.
 오늘 소개하는.‘반두비’는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 카림과 여고생 민서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반두비’를 만든 신동일 감독은 우연한 남녀의 만남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로맨틱 코메디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방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과 편견을 보여준 사회성 짙은 영화였다. 영화적 내용과 상관없는 반정부적 구호와 시선들이 다소 생뚱맞아 보였고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
 염색공장에 다니는 카림은 1년전 못받은 체불임금 때문에 사장의 집을 찾고 있다. 민서는 엄마와 둘이 산다. 홀로 노래방을 운영하고 애인을 집에 데리고 오는 엄마 때문에 불만이 많다. 늘 외롭고 영어학원에 다닐 돈도 없는 여고생이라 속상하다.
둘은 버스안에서 처음 만났지만 경찰서에서 다시 만나 친해진다. 카림은 편의점에서 싸우던 한국인들을 말리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고, 민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중에 치근대는 사장 아들에게 기름을 부어버려서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웃사이더인 둘은 밥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탁구도 치고 걷기도 하며 서로의 친구가 되어 준다.“때는 무슨색이야?“ 민서가 카림에게 묻자‘너랑 똑같아’라며 웃으며 대답한다. 이방인과 친해지며 민서는 피부색과 국적은 서로의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카림이 유일하다고 느낀다.
카림 또한 한국 생활이 힘들었지만 민서가 데리고 간 바닷가에서 그동안 3년중에 가장 행복한 하루라고 고백한다. 카림은 고용허가제 시기가 끝나 방글라데시아로 돌아가야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불법체류하기로 결심한다.

카림역을 맡은 마붑 알엄은 현재 이주노동자 방송의 미디어 활동가이며 배우(유준상 주연의‘로니를 찾아서’와‘히말라야,바람이 머무는곳’등 다수 출연)이다.
1999년 한국에 와서 3D업종에 종사하며 갖은 고생과 차별을 경험한 한국을 잘 아는 인권운동가이다. 연기도 잘하고 똑똑하다..‘반두비’말고도 방글라데시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영화는‘로니를 찾아서’를 보면 재미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끼리끼리라는 유치한면도 있고 의리도 꽤 있는 편이다. 일단 마음을 열면 정도 많고 한없이 편해지는 사람들인데 그게 어떤때는 무척 힘든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