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문화관'을 가다
'닭 문화관'을 가다
  • 김유경 기자
  • 승인 2011.01.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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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과 전 세계문화로 살펴보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닭’ 이야기

3호선 안국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북촌로를 따라 600m, 도보로 약 6분 가량을 걷다보면‘닭 문화관’이란 안내가 크게 있는 아담한 2층건물이 반긴다.
1층은 기획전시관이며, 2층은 한국고유의 꼭두닭과 민화속에 담긴 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닭문화관이 있는 북촌로를 따라 다양한 갤러리와 여러 박물관들이 위치해 있어 찾아가는 내내 문화의 정취를 한 껏 즐길 수도 있는 곳이다.

▲닭은 예로부터 문, 무, 용, 인. 신 다섯가지 덕을 지녔다고 칭송되어온 동물이다.     

‘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나다
‘닭 문화관’2층에 전시된 각종 닭 유물들은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닭의 이미지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가를 보여준다.
일본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인해 닭의 부정적인 면만을 받아들이게 된 우리들은 흔히 닭을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닭 문화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그러한 사실이 틀렸음을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입증시켜 주고 있다.

닭은 흔히 다섯 가지 덕(德)을 지녔다고 칭송되어 온다. 즉 닭의 머리에 얹은 붉은 벼슬 관(冠)은 문(文)을,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 적을 앞에 두고 감투(敢鬪) 하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이요, 때를 잃지 않고 밤을 지켜 새벽을 알림은 신(信)이라 한다.

특히, 전해 내려오는 많은 신화들을 살펴보면‘닭’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살펴 볼 수 있다.
신라 김알지 신화에서는 호공이 밤에 월성을 지나가다가 나무에 황금 궤가 걸려있고 그 밑에서 흰 닭이 울었는데, 그 황금 궤 안에서 동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궤에서 나왔다고 하여 성을 김씨라 했다는 것이다. 그곳을 계림(鷄林)이라 부른다. 흰 닭의 울음소리는 빛의 상징으로서, 나라를 통치할 인물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이밖에도 닭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그저 가축이 아닌 상서롭게 신통력을 지닌 존재로 여겨져 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로서, 밤에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믿음이 존재하기도 했다.
 또한, 무속신화나 건국신화에서 닭울음소리는 천지개벽이나 국부의 탄생을 알리는 태초의 소리로 해석되곤 한다.


예술적 감각이 있는 민초들의 순수민간 공예품‘꼭두닭’
 2층 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꼭두닭’이란 상여 가마 위에 장식하기 위해 조각한‘닭’조각품을 말한다. 상여의 네 귀퉁이를 화려하게 수놓던 장식품으로 이것을 만드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마을 사람들 중에서 솜씨 좋은 누군가가 조각을 하고 색칠하던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렇게 민초들에 의해 제작된 조각품들은 아이디어의 자유로움 때문에 매우 화려하고 신비롭다.
이 꼭두닭을 통해 우리민족의 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데, 예부터 상여 가마 위 나무 조각, 즉 꼭두는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신앙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닭을 비롯해 용, 봉황 등 여러 가지 모양이 있는데, 그 중 닭의 형상을 띈 것이 꼭두닭이다. 이는 닭이 영물이어서 망자에게 잡귀가 들러붙지 못하게 지키고,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이승의 삶을 정리하고 저승길을 떠나는 망자를 극락으로 안내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꼭두닭과 같은 상여의 장식품들은 민중들의 염원을 대신해 저승으로 같이 가는 길동무를 하며, 망자를 돌보고, 이승 사람들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이 세상을 떠난 슬픔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런 염원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고 예술로 승화시킨 민중의 민속 미술이자 나무 공예품이다.

▲여러가지 모양의 꼭두닭들. 대부분 이름도 없는 민초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그들의 익살과 재치, 놀라운 재주를 느낄수 있다.        

기획전시, 체험을 통해 만나보는‘닭’
‘닭 문화관’의 1층 기획전시실에는 전 세계의 닭 장식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나라별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전 세계 닭 유물들로는 장식품에서부터 그림, 공예품, 도자기, 장신구, 조명, 크리스탈 조각품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세계 각국의 유물들을 통해 그 나라 문화에서 닭이 어떤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지난 기획전시로 ‘우표와 닭을 아이콘으로 세상보기’,‘자수로 표현한 여심’,‘공존’ 등이 있다.
매 기획전시는 닭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꾸며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획전시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가족프로그램, 방학프로그램, 아동.청소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령대에 맞추어 이뤄지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닭에 대해 더 깊게 알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방학프로그램중 하나인‘세계 닭 속의 숨은 아이콘을 찾자 프로그램은 우리의 문화와 다른 역사 및 정체성 제고와 동시에 닭 문화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아동. 청소년의 정체성과 역사이해 및 문화생활의 접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다양한 미술표현을 하도록 도와준다.
이밖에도‘알 품은 닭’‘머그컵 만들기’등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닭문화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요금은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관장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및 교육프로그램은‘닭문화관’홈페이지(http://www.kokodac.com)에서 예약가능하다. 문의 (02-763-9995)

- 닭 박물관이 아닌 닭 문화관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
문화관이라고 한 이유는 보통 박물관은 유물위주입니다. 반면 우리는 2층은 박물관으로 도 충분하지만 1층은 유물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전 세계의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두 가지를 아우를수 있도록 문화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특히 1층의 전 세계 닭들의 모습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닭 문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문화까지 소개하는‘닭 문화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기획전시가 열리는데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기획을 하시는지?
1년에 3~4번 정도 기획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조선시대의 민화등 유물 속에 닭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근래 생활도구 속에 들어있는 닭의 모습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닭을 금기시 하는 영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결혼식에 닭을 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우리는 닭을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왔습니다. 여러나라에서도 닭은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프랑스의 국조는 닭이며 프랑스혁명때도 상징 깃발에 닭이 쓰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생활속에 들어있는 닭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3번째는 기증하신 분들의 소장품 중심으로 일년을 마무리할 계획에 있습니다.

-현재 많은 교육프로그램들을 진행 중이신데, 설명 좀 해주세요.
일단은 작년에 이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6주간 진행 할 예정입니다.
이는 6주간 프로젝트 수업으로서 수업뿐만 아니라 수업 후에 전시까지, 나아가 가족행사로 이어지는 그런 프로그램 기획 중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보육원에서 일일체험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북촌지역을 알리는 미션을 나누어주어 한 바퀴를 돌면서 숨어있는 미션을 찾아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유물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한 학기 수업을 할 예정인데. 우리유물과 관련된 디자인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할 것입니다.

특히, 종로구 관광과에서 진행하는 북촌 관광사업에 저희 박물관이 한 코스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알품은 닭 만들기, 머그컵에 그림그리기, 에코백만들기 등등 많은 체험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체험프로그램들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 위해 홍보할 대상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 많은 동물들이 있는데 특별히‘닭’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문화관까지 기획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대관장님이 계세요. 그분이 자연과학 전공으로 하시던 분이셨는데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가서 식사를 준비하는데 급하게 밥을 하게 되셨답니다.
그런데 그때 상여에 있는 조형물을 태워서 밥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답니다. 그리고 나서  인사동에 오니깐 일본인이나 미국인들이 닭 조형물을 사가서 전시회를 하는 것을 목격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땔감으로 태워 버리는 닭 조각품들을 외국 사람들이 사가서 전시를 하는 것을 보신 것이지요.

우리가 알고 있던 닭은 금기되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외국 사람들이 닭 조각품을 사갈까 생각을 하시다가 닭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니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되신겁니다. 그때부터 닭에 빠져 들어가셨고‘닭박물관’을 기획하게 되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이러한 닭에 대한 유물들과 자료 들을 모아놓지 않으면 우리나라 문화가 없어지게 되는 것 입니다. 특히 외국인이 사간다는 것은 우리의 유물과 문화가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우리가 후세들에게 전하지 않으면 결국은 사라져버릴 문화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현 세대들은 닭에 대한 문화를 잘 모릅니다. 꼭두닭 조각품들을 예로들면,  하나의 민중예술품으로서 누가 만든지를 모릅니다. 그저 그때그때 그 동네에 살고있는 민초들이 만든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작품 하나하나가 창의적이고 색다릅니다. 아프리카인이 만든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현대미술의 면모도 엿 볼 수 있습니다.
꼭두닭 조각품들은 옛날 시골에서 손재주 좋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들과  생각이 자유로운 민초들의 머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민중예술품으로서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