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매일 목욕탕 가고, 막걸리 마신다? ‘김현풍 강북구청장’
구청장이 매일 목욕탕 가고, 막걸리 마신다? ‘김현풍 강북구청장’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0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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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와 닿는 행정,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삼각산’을 중심으로 역사·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것


“스스로를 행정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북구를 사랑하는 주민으로서 그동안 구를 위해 생각해온 일, 하고 싶었던 일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구민들을 대신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 행복하고 살기 좋은 구가 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의 말이다.
지난 2002년 민선 3기 구청장으로 당선 됐을 때는 행정을 모르는 치과의사가 구청장이라니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40여 년을 강북구에 살면서 구에 대한 유별난 사랑하나로 구민들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왔다. 이후 재선에서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로 7년째 구민들을 대표해 강북구를 이끌어오고 있다.
작년에는 개발소외지역이었던 구를 ‘우이~신설선 지하경전철’ 건설과 ‘북서울 꿈의 숲’ 조성 등 구민들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돈 천 만원을 쓰더라도 어디에 어떻게 써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구민들의 가슴에 와 닿은 행정을 위해 매일 목욕탕과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18여 년 동안 ‘삼각산 제 이름 찾기 운동’에 힘쓰며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일에도 전력투구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영산인 삼각산의 문화유산들을 찾아내 다양한 행사를 열어 왔으며, 올해는 순국선열묘역을 성역화 하는 등 역사·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 전통 술인 ‘막걸리’를 세계화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퓨전막걸리까지 직접 개발한 구청장이라니 앞으로가 점점 기대된다. 이러한 강북의 ‘비전’을 듣기 위해 김현풍 강북구청장을 만났다.

-구청장이 되기 전인 1991년부터 북한산으로 알려진 ‘삼각산 제이름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삼각산은 5천년 역사를 품고 있는 민족의 영산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강북구의 가장 큰 자산이며 관광자원이다.

▲ 김현풍 강북구청장

현재 삼각산에는 연평균 천 만 명의 등산객이 찾고 있으며 매년 열리고 있는 문화축제들은 구민뿐만 아니라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삼각산과 문화유산들의 경제적 가치는 6조1천억 원에 이른다.

따라서 그동안 한강과 시내 중심에 국한되어 있던 서울 관광이 한강의 원천이 되는 삼각산과 강북구로 그 영역을 넓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스가 기둥이나 벽밖에 없는 데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유산들이 산재해있는 삼각산을 관광화하기 위해 ‘삼각산 문화관광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삼각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 이름은 북한산으로 돼있다. 얼마 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문장에 서울과 삼각산을 상징하는 그림이 나와 화제가 됐다. 태조 이성계, 삼봉 정도전, 청음 김상헌 등 위대한 선조들께서도 삼각산을 노래했다.

이처럼 삼각산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한 소중한 이름이다. 삼각산의 제 이름을 찾는 것은 단순히 산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건국 90년이 될 때까지 제 이름을 되찾지 못한 것은 후손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에 삼각산 제이름찾기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삼각산의 제 이름을 찾기를 위해 15여년의 노력 끝에 지난 2003년 문화재청, 2005년 산림청으로부터 삼각산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서울시 지명위원회와 중앙지명위원회에 개명을 요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각산 제이름찾기운동이 이제는 강북구민 뿐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추진되고 있어 더 없이 기쁘다. 서울문화투데이 애독자 여러분들도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올해 신년사에서 ‘순국선열묘역 성역화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선조들과 역사를 돌아봐야한다. 현재 강북구 삼각산 자락에는 이준열사, 손병희 선생, 신익희 선생 등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들의 묘소 21기가 잠들어 계신다.

항상 한 분 한 분을 생각해왔다. 박물관에 따로 모셔야 할 정도로 위대한 분들이지만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는 이 없이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채 철조망에 갇혀있었다. 주변 4.19묘지는 성역화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을 볼 때면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들에게 죄송스럽기만 하다.

각 묘소별 정비와 함께 탐방로를 연결하고 산책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주변에 순국선열들을 위한 역사문화관을 짓고 다양한 역사, 문화 탐방프로그램도 마련하고자 한다.

순국선열묘역 성역화 사업은 조상에 대한 예우를 바르게 하고 애국심을 일깨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난을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와 치욕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운다면 위기 극복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북구는 삼각산과 오패산, 우이천, 솔밭공원 등 친환경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웰빙 열풍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구가 가진 친환경인프라를 활용해 강북구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청정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생활 속에서 주민들이 자연을 접하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나무 가로수 심기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전국 최초로 도봉로 일대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12곳과 솔샘길, 4.19길에 소나무를 심는다.

오패산길에는 소나무에 비해 저렴하면서 공기 정화 효과가 큰 잣나무 가로수를 조성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철제 및 플라스틱 가로수 보호판을 걷어내고 잔디 등 생태 블록으로 바꿔 가로수에 좋은 생육환경으로 바꿀 계획이다.

아울러 오동근린공원엔 노인 친화형 웰빙 테마공원이 들어서며, 벌말어린이 공원 외 13개소엔 상상어린이 공원이 생긴다.

그밖에도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 삼각산문화관광프로젝트, 우이천 친수하천 복원 등 다양한 사업으로 청정 1등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지난 해 10월 착공해 기반공사가 진행 중인 ‘북서울 꿈의 숲 조성사업’은 서울에서는 4번째로 큰 규모다. 완공된 후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북서울 꿈의 숲’은 총 90만 제곱미터 부지에 약 3천5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올해 10월 공사가 마무리된다. 90년대 이후 버려진 드림랜드에 전통 정원, 잔디광장, 전망타워, 산책로, 폭포 등을 만들어 우리 고유의 역사, 문화,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친환경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특히 공연장, 문화센터,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평소 문화시설이 부족했던 서울 동북부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강북구민 뿐 아니라 서울 동북부 270만 주민들의 생활 속 문화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을 것이다. 아울러 삼각산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기를 바란다.

-매일 지역 내 식당과 목욕탕을 이용하면서 주민들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구청장으로 유명하다. 행정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구민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구청장이 된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돌고 있다. 목욕탕과 음식점은 구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현장에 찾아가서 구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것들을 행정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과의 교감을 중요시 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주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정담도 나누면서 구청장이기 이전에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민의 입장에서 들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나니 지금은 사소한 이야기나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편하게 대한다. 얼마 전에도 두 달 만에 갔더니 “왜 이렇게 안 오셨냐”며 반겨줬다. 주말에는 삼각산 등산을 하다 만나는 주민들과 막걸리 한 잔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우리동네행복만들기’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 올해 어떤 일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나?

우리 구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페인트나 벽지 등의 건설업 분야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건물을 많이 짓지 않아서 걱정이 크다. 집을 많이 짓게 하는 붐을 일으켜서 구민들에게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할 것이다.

창업지원도 해주고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 올해는 노인들을 위한 장학금을 줄 수 있는 한 다 주려고 최대한 애쓰고 있다.

또 돈 없어서 학교 못가는 아이들이 없도록 교육에 제일 많이 투자·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초·중·고등학교에만 34억 원을 지원한다.

어린이집에도 20억 원 이상 투자했다. 교육은 희망과 꿈을 키우는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인 아이들에게 교육은 당연한 것이다.

-도봉, 강북 문화원장을 지내셨고 1999년에는 전국문화원연합회 서울시회장도 역임했다. 몇 년 사이 강북구가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에 대한 정의를 부탁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에 대해 말씀하시던 김구선생님을 제일 존경한다. 1990년대에는 ‘문화’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문화원을 만들 때도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겼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것으로 그 자체가 삶이고,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그 흔적들을 이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우리 조상의 흔적인 문화를 자꾸 버렸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이유다.

보존은 못하더라도 유지라도 했어야 하는데 1963년 박정희 정권 당시 미신을 옳지 않은 것으로 몰아 없애려고만 했다. 지금에 와서 도당을 복원하려니 너무 힘들다.

일본은 신사 등 하나부터 열까지 버린 것 없이 다 받아들이고 지키고 이어나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멀게 느껴져 안타깝다.

-강북구에서 봉황각 3.1행사, 단군제, 도당제 등 우리 선조들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행사들이 많이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군 할아버지는 신이 아닌 우리 조상인데 일본 사람들이 신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신으로 여긴다. 하지만 단군을 할아버지로 생각하고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문화로 생각해야 한다.

조상들의 하눌님, 우리의 하나님, 하느님은 모두 카톨릭 종교로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고, 불교도 조상들의 문화라고 생각하면 모두 믿고 받들 수 있는 것이다.

단군제, 3.1절 행사, 4.19, 도당제 등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도 우리 조상의 역사를 문화로 재현해 민족혼을 살리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봉황각은 3.1운동의 발원지로 1969년 9월 서울시 유형문화재 2호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봉황각이 어딘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미3.1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의암 손병희 선생이 이곳에서 1912~1919년 동안 500여명을 조직적으로 교육했다.

이런 의암 선생의 뜻을 기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이어가기 위해 매년 3월 1일 ‘봉황각 독립운동 재현행사’를 열고 있다.

-막걸리구청장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막걸리를 좋아하시고 최근에는 ‘현풍퓨전막걸리’를 개발, 현재 특허 출원 중 이라는데.

막걸리를 밥보다 더 좋아해서 거의 매일 마신다. 막걸리는 정(情)의 문화, 나눔의 문화를 담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전통 술이기 때문에 구민들과 소통하는 데도 더없이 좋은 매개체가 된다.

이 좋은 술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까? 6년 동안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과 함께 배합비율을 조절한 끝에 가장 이상적인 맛을 찾아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호 교수에게 배우고 3개월 시험도 거쳐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있는 막걸리가 탄생했다.

‘현풍퓨전막걸리’는 기존 막걸리의 최대 단점인 트림과 냄새가 없고 다음날 숙취로 인한 두통도 없다. 오세훈 시장과의 술자리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줬더니 그것만 마셨다.

캐나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우리 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에서도 반응이 대단했다. ‘현풍퓨전막걸리’가 상품화되면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 나아가 전 세계에서 와인, 보드카 등과 경쟁하는 것이 욕심이다.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