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미대사관저,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나?
구 미대사관저,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나?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10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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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부지매입, ‘서울 Land Mark’ 활용 검토
주민들, "사회 환원으로 공익성 살리길"

지난해 12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3호)가 방치 문제로 지적했던 종로구 송현동 구 미 대사관저 부지가 삼성그룹에서 한진그룹으로 넘어가면서 20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올해 초 한진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부지 활용을 놓고 공익 측면의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미 대사관저 부지는 지금의 미대사관저가 1980년대 중구 정동으로 이전하면서 삼성생명이 매입했다. 그 후 대사관저 건물이 헐리고 황량한 빈 공터만 담장에 둘러싸여져, 높은 건물에서 보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 담장에 둘러싸인 구 미 대사관저 내부 모습. 고궁과 문화지역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 부지의 활용을 높고 서울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부지를 중심으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우리나라 주요 궁들이 밀집해 있으며, 한옥밀집지역으로 가회동, 삼청동, 안국동 등이 인접해 있다. 또한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학로와 인사동도 인근에 있어 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종로구청 관계자와 서울시민들은 “각 종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위치한 이 부지를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공공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다. 이에 뜻을 모으고 삼성생명 측에 끊임없이 활용계획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삼성생명 측은 구체적인 활용계획이나 의도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함구한 채 문제를 회피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부지가 한진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이 지역에 청신호가 켜질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방치되고 있는 이 부지를 매입하고 활용방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부지의 활용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한진그룹 측은 “서울시의 Land Mark 설립을 목적으로 북촌 한옥지구와 경복궁, 미술관 등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전통과 현대를 포괄할 수 있는 서울,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을 형성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러한 목적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가지고 최적의 안을 찾기 위해 종합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이전 부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에서 보인 모호한 태도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종로구청 관계자와 구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종로 구민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의 오랜 숙원인 구 미 대사관저 부지가 기업에게 넘어간 만큼, 부지를 시민과 나라를 위해 공공의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큰 관심을 표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 소유권을 가진 한 기업의 결정이 국가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진그룹이 이 부지를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부암동에 사는 김민석씨는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면 바람직한 일이고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다. 좋은 뜻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면 잘 살려서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북촌주민들은 부지의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놓고 ‘공원 또는 문화시설로 조성하자’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구 미 대사관저 부지 인근 송현동에서 살고 있는 이승현씨는 “대학로, 인사동, 삼청동 등 종로는 숨 막히도록 건물들이 들어차 있다”며 “넓은 공원으로 조성해 비움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문화재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종로의 허파’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최인호씨는 “기무사 터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활용한다니 같은 맥락에서 문화시설로 쓰이는 것도 좋겠다”며 “공원이든 건물이든 문화 인프라로 활용해 사회에 환원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처럼 한진그룹의 부지활용 방향성에 대해 종로 구민과 서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공익을 위해 쓰여 지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아 “공공으로 환원한다는 것인지,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