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다시보기4- 깨끗한 거리는 꿈인가
인사동 다시보기4- 깨끗한 거리는 꿈인가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09.04.10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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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국민은 세계인으로부터 멸시받을 것”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국민은 세계인으롭터 멸시받을 것"

 인사동 수도약국 앞에 소나무 한 그루. 도심 문화거리 복판에서 만나는 나무는 역시 반갑다. 콘크리트 건물과 벽돌들로 둘러싸인 도심 환경에 ‘독야청청’이라도 하려는 듯 버티고 선 소나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최근 심상찮다. 날 세운 듯 싱싱한 푸른 솔잎을 자랑해야 할 소나무가 꼭대기 잎이 말라 들어가며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 인사동

 약국의 약사 선생님에 따르면 나무가 이렇게 된 것은 나무 뿌리로 음식물 침출수가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두운 저녁시간만 되면 이 나무 밑둥치에 인근 음식점에서 내놓는 쓰레기 봉지가 항상 기대고 선다는 것이다. 미화원들이 쓰레기를 걷는 시간이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 반까지이니, 이 소나무에 기대어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일찌감치 치워진다 해도 최소한 하루 두 시간 이상 끈질기게 쓰레기 폭탄을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시멘트 보호벽에 갇힌 도시의 나무뿌리가 매일 음식물 침출수를 먹을 경우 이파리부터 병색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일 터이다.

 버리는 자 앞엔 백가지 처방도 무효

 수도약국 앞의 소나무 문제는 인사동 내에 또는 종로구 전체에서 봤을 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규정상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와 이물질(비닐 봉지,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유리병, 종이류, 소 · 돼지 등 육류의 털이나 뼈다귀, 조개 등 패류 껍데기)을 제거한 후 전용용기에 담아 버려야 한다. 만약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봉투에 담아 전용용기에 넣은 후 칩을 꼽아 배출하는 경우에도 20만원 까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인사동 쓰레기더미

 내 집 쓰레기는 내 집 앞에... 시민의식 향상 더 노력해야 할 듯

 또한 모든 쓰레기는 자기 집앞에 내놓는 것이 기본이다. 쓰레기를 내놓는 집중 배출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일반지역인 경우는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내놓게 돼 있으며, 관철동 대학로 종로 대로변과 인사동 등 특수지역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01시까지 내놓게 돼 있다. 수도약국 소나무 밑의 쓰레기는 이 모든 기본 규정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상징적 사례이다. 밤 10시도 되기 전인 8시가 넘으면 벌써 쓰레기 봉지가 나무에 기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사동 대로변에선 밤늦게 일반 쓰레기들이 길거리에 흩어져 다니는 것 외엔 음식물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지는 일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뒷골목에선 시간외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가끔 눈에 띈다. 일본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온다는 이화문고 관계자는 “문고에서 책이나 서예도구들을 구입한 일본인들이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인사동 골목길 모텔을 많이 찾는다”며 “이들이 초저녁 뒷골목에 몰래 내놓은 쓰레기에 놀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사동 문화지구처럼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선 쓰레기를 내놓는 시간을 좀 더 늦추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수도약국 앞 처럼 대로변인 경우에도 초저녁인 8시만 넘으면 등장하는 쓰레기가 10시 이후, 11시 또는 자정까지 쓰레기 배출시간을 늦춘다고 해서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도망가는 도둑 1명을 10명이 못잡는다는 속담이 있듯, 몰래 버리고자 하는 시민이 마음먹고 버린다면 시간규정이든, 단속이든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 인사동 쓰레기더미

  구청에선 상황극 만들어 계도 홍보

 종로구청 관계자는 만일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 차원이나 주민들의 집합된 의견과 민원이 제기된다면 인사동에서 쓰레기 배출 시간을 얼마든지 늦출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집 쓰레기는 자기 집 앞에 내놓는 시민의식이 완전히 정착되고, 생활화돼야 함을 강조하는 구청 측은 그러지 않아도 시민들이 몰래 버리는 담배꽁초나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골치를 섞는 입장이다. 담배 꽁초 단속반과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반을 운영하는 것만으론 모자라 최근엔 ‘생활쓰레기 배출요령 주민홍보 공연’을 준비해 종로구 전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특히 마포 자원회수시설 이용에 따른 강화된 폐기물 배출기준이 적용되면서부터  평소 자주 문의되는 쓰레기 처리 관련 민원 사례들을 상황극으로 만들어 현장감 있는 계도 홍보 공연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이번 공연은 4월말까지 종로구 전체 각 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되며, 공연 후엔 마포자원회수시설 현장견학을 통해 올바른 쓰레기 배출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고, 경각심을 갖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속활동이나 계도 홍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근본적으로 시민의식이 꾸준히 제고되는 길만이 깨끗한 도시, 깨끗한 거리, 깨끗한 나라로 가는 길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문화거리 인사동의 경우는 서울시민 모두의 거리이자 세계적 거리로 가꾸어져야 할 인사동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한 시민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그 어떤 처방보다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서 이화문고 대표의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국민은 쓰레기 관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이웃나라 국민에게 또다시 멸시당할 것이다.”                        

권대섭  대기자 kd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