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사랑하는 CEO, 대우 건설 문경 상무
문화를 사랑하는 CEO, 대우 건설 문경 상무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11.02.0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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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Fun 하고 Happy한 공간이 돼야 한다”

곳곳 조각품과 벽화,"아파트야?갤러리야?" 문화공간으로 승부한 '부개역 푸르지오 아파트'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편집국장]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날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가지만, 후회스럽지는 않다. 인천 부개역 푸르지오의 현장 소장을 맡았던 문경 대우 건설 상무가 그런 사람이다. 문경 상무는 본지의 취재팀을 만나자마자 “여기에는 이런 것들이 있고, 저기에는 이런 식으로 예술품을 설치해 봤습니다”라며 소개하기 바쁘다. 그에게 아파트는 자부심이자 그의 기술자적 양심의 결정체다.

 

▲ 대우건설 문경 상무 

“원래 조각이나, 그와 같은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생계를 따라서 건축학과를 가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예술을 직업으로 삼아선 생계가 어려웠던 시절이니까요. 그래서 나름대로 예술에 근접하면서 취업이 잘되는 건축학과로 가게 됐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끝났다면 그저 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데 그쳤을 예술 작품을 문경 상무는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함으로써 입주자들이 아파트를 문화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 '휴식'(김경민 作)

“작품을 설치하는데 있어 김경민 작가에게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김 작가가 작업한 잠시의 현실이탈을 꿈꾸는 직장인의 모습을 나타낸 조각상과 같이, 입주자들과 가까운 예술이 입주자들에게 예술을 아주 편하고 거부감 없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저도 처음보면서 ‘아 되게 신선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언제나 솔직한 사람, 문경 상무의 눈빛은 나이만큼이나 깊은 호수 같다. 그의 사려 깊은 마음으로 설치된 아파트 단지의 조각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파트에 하모니 존, 메모리 존, 스마일 존, 드림 존 등 다양한 공간을 구성해서 사람들이 지상을 걸어다니며, 최소 100미터 이내에 장식품을 4개 이상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래 건축물 내부에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할 장식품은 4개에 불과하지만, 소화전 위의 쇼냐 장식품,  청동 조각품, 은빛 나무 등 단지 내 특화 장식품까지 대략적으로 40여개 가까운 예술품을 설치해 놨어요. 무작정 큰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요소요소에 입주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예술품을 설치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에요. 대형 평수의 아파트에는 아무래도 연륜이 있는 4~50대 정도인 입주자 분들이 들어오시기 때문에 그 분들의 기호에 맞는 70년대, 80년대에 유행하던 노래들의 제목을 대리석으로 바닥에 설치했어요. ‘꿈의 대화’ ‘사노라면’같이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들로 감성을 자극하는 거죠. 그리고 소형 평수의 아파트는 아무래도 젊은 부부들이 입주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아이들의 장래 꿈이 될 수 있는 직업명 100 여개를 깔아 놓았습니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에 ‘톰 소여의 모험’을 상상할 수 있는 놀이집을 설치해 아이들이 동화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 것도 하나의 보람이죠.”

▲ 소화전 위의 쇼냐 조각상

“특히, 쇼냐조각품의 경우, 전시회와 판매가 모두 끝난 걸 어렵게 구했어요. 모양이나 생김새가 아주 독특하고 신선해서 꼭 설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20개 정도의 쇼냐 조각품을 한 번에 구입해서 소화전 위에 설치해 기능성에 예술성을 더했어요. 거기다가 아파트 단지 한 켠에 솟대 100개를 설치했어요. 솟대라는게 마을의 입구에서 마을의 안녕을 비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솟대를 통해 이 공간이 그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라는 걸 입주자들에게 인식시켜주고, 도심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솟대를 설치해 입주자들에게 마을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그리고 솟대 사이에 보면 붉은 색으로 칠해진 솟대가 서 있는데, 이 붉은 색 솟대는 옛부터 그 마을에 입신양명한 사람이 등장했을 때 세우거에요. 그래서 붉은 색 솟대의 기운으로 우리 아파트에서 입신양명한 사람이 나타나라고 한번 세워봤습니다."(웃음)

▲ '100개의 솟대'

“그리고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건 전철역으로 통하는 출입구에 요사이 가정에서 소외돼 가는가장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복한 출퇴근’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에요. 들어 올 때는 오늘 하루의 피로를 씻어 주는 따뜻한 문장을 보이게 하고, 나갈 때는 힘을 실어주는 ‘오늘도 파이팅’이라는 문자 등을 보이게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든든한 문구더라구요. 이렇게 사소한 배려들이 모여서 입주자들이 아파트에 대한 자부심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요?”

▲ '행복한 출퇴근' "오늘도 화이팅!"

건설과 조각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뜻을 분명히 나타내는 문경 상무. 그런만큼 예술품을 설치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텐데, 각각의 에피소드를 묻자 문경 상무는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는 여자”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 '궁금하다 궁금해' /김경민 作

“당연히 있었죠. 아까 보셨던 망원경으로 아파트를 보는 여자 조각상('궁금하다 궁금해')을 보면서 현장 근무자들이 그 전에는 무미건조하게 일을 끝내고 지나가다가 조각상이 설치 된 다음에는 조각상을 보면서 “저 여자는 참 늘씬하다, 안 추울까, 뭘 그렇게 보고 있는지”하고 관심을 가지더라구요. 하나의 무미건조한 공간이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에게 호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30년 가까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 있었는데, 시공자들이 아파트를 통해 항상 즐거움과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유치한 개념이지만, “너희 집에는 뭐 있냐?? 우리 집에는 뭐 있다.”라는 식으로라도 우리 집, 우리 공간에 대한 의미를 입주자들에게 인식시킨다면 충분히 아파트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아파트의 내부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즐거움과 행복이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게 한 문경 상무.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힘이 가득하다.

▲ 보도블럭 위 7080 유행가 제목

“우리가 단지 아파트를 짓고 파는 업체의 개념으로만 인식이 되는데, 그런 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좀 더 fun하고 Happy한, 거기에 스토리가 있는 공간(아파트)을 만들어보자 해서 이렇게 아파트 단지를 예술품으로 꾸미게 된 겁니다. 보통의 시공자들은 도면대로만 시공을 하지만, 우리는 적극적으로 무미건조한 공간을 재구성해 입주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겁니다. 거기에 각 공간에 뚜렷한 스토리를 집어넣어서 재미를 생성해 내 입주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사는 공간이 재미있고 행복해야한다"고 말하는 문경 상무

문경 상무의 자신감은 바로 원칙은 지키되 고객들에게 좀 더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겠다는 추진력에서 기인한다. 많은 사람들이 만류하고 우려하더라도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으로 지금까지 아파트를 시공해 온 것이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대형 프로젝트이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강제될 부분이 있었을 텐데, 문경 상무,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고집은 고객을 위해 수십 년간 집을 지어 온 사람의 양심적인 고집이다. 고객 만족은 곧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소신이다.

▲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창 너머 볼 수 있는 조각상

“아파트에 입주하시는 분들은 3년정도 지나면 지겹다고 인테리어 등 아파트 내부를 고치곤 하세요. 이에 비해 아무래도 공동의 공간인 아파트의 외부는 고치기가 쉽지 않죠. 그러니까 아파트의 외관은 몇십년, 10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번 시공할 때 신중하게 다시 손대지 않도록 최대한 적절한 공간 배치와 시설물로 정서적인 공간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몇십년 동안 아파트에서 살아갈 입주자들이 변치 않는 외관을 감상할 수 있는 거겠죠. 그게 제 시공자로서의 양심이자 각오입니다.”

언제나 생각하고 발전하는 ‘집짓는 사람’ 문경 상무.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앞으로 어떤 아파트를, 아니 어떤 문화 공간이 들어간 아파트를 탄생시킬지 궁금해졌다.

“현재 제가 일산 탄현의 재건축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계획이 많아요. 부개역을 제가 생각하는 초기 단계의 문화공간이라고 봤을 때, 이번에 재건축 할 아파트는 더 발전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3세대를 위한 세대별 계획을 세웠습니다. 노년층을 위한 텃밭과 원기회복실,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대학생 멘토, 가족 건강을 위한 매칭 트레이너 등입니다"

▲ 'twin shine tree'

“우선, 노령화 시대를 맞아 노년층을 위한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개역 푸르지오에서는 텃밭이나, 닭장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전원 생활에 신경 썼지만, 그것이 아니라, 옥상을 활용해 도시형 농업을 구성하고 그 농업의 주체를 어르신들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래서 생산된 야채를 단지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성하고 그 수익금들은 노년층들의 여가 생활을 위해서, 노년층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거죠. 또 노년층들을 위한 원기회복실을 구성해서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맞벌이하는 부부들을 위해서 대학생 멘토를 구성, 아이들의 틈새 시간들을 보조해주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입주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트레이너를 배치할 예정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공간을 구성했을 때, 아파트가 단지 주거를 위한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경 상무. 만나는 사람을 혼을 빼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좋다. 그의 즐거운 입담을 따라서, 그의 고집을 따라서 앞으로의 아파트가 얼마나 달라질 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엘리베이터 옆에서 그림을 보고, 놀이터 옆에서 조각을 감상하고, 아파트를 들어오면서, 혹은 나가면서 내 마음을 채우는 문구를 보면 어느새 높고 위압적인 건물은 사라지고 옹기종기 모여 살던 정겨운 동네 한구석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문경 상무의 즐거운 도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