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화인가?
왜 문화인가?
  • 이윤희 서일대 교수
  • 승인 2009.04.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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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서일대 교수

우리나라의 1950년대와 60년대는 전란과 가난의 시기였다. 70년대는 경제 개발의 초석을 쌓은 시기였다. 80년대도 문화활동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으로 보았던 시기이다. 외국여행 자체가 낭비이고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던 시기였다.

60년대 당시 한국과 아프리카의 가나 양국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했으며 농산품, 공산품, 서비스의 경제 점유분포도 비슷했다. 특히 농산품의 경제 점유율이 아주 유사했다. 당시 한국은 제대로 만들어 내는 공산품이 별로 없었고, 양국은 상당한 경제 원조를 받고 있었다.

▲ 이윤희 서일대 교수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산업 강국으로 발전했다. 조선, 전자,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 집약적인 공산품 등을 수출하는 나라로 부상했다.

반면 비약적인 발전이 가나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가나의 개인소득은 대략 한국의 3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엄청난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샤무엘 헌팅턴은 '문화'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하였다.

한국인들은 가나 국민이 갖고 있지 못한 검약, 근면, 투자,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을 국민정신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의 중요성을 요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유전, 인종, 불변성 등의 독특한 냄새를 갖고 있다. 한 사회 내에서 우세하게 발견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등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문화적 변화를 자극하여 국가의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  정치 지도자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싱가포르 사례에서 입증되었다.

국가의 부패 수준은 문화적 경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가장 부패한 국가로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라틴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거론된다. 반면 북유럽과 영국 등의 프로테스탄트 국가는 부패 수준이 가장 낮다.

유교 국가들은 그 중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교사회의 하나인 싱가포르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뉴질랜드 등과 함께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것은 분명 리콴유의 지도력에 힘입은바 컸다. 그는 싱가포르를 부패하지 않는 나라로 만들려 했고 성공했다. 문제는 리콴유가 더 이상 권좌에 있지 않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계속 부패하지 않는 나라로 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다가올 미래에는 문화가 생산의 가장 강력한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가치가 생산의 핵심 동력으로 변한 오늘날 세계는 문화를 소비적 관점에서 생산적 관점으로 바꾸어 보기를 요구한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하여 사람들은 1세기 이상 실생활에서의 문화의 효용성을 연구해 왔다. 그렇다면 문화 연구자와 문화 정책담당자 사이에 구체적인 연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양된 문화 이미지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결정적인,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넘은 금년 3ㆍ1절 기념식은 예전과 다른 특이한 광경을 보여주었다.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지 않는 것은 그런 데로 신선해 보였지만 아마도 탈렌트 출신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뭔가 보이려 시도한 듯 기념식 무대 위에서 여러 명이 공연을 하는 것은 생소해 보여서 그런지 기념식과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문화의 힘은 돈으로 환산되거나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국민 생활 속에서 단련되고 배양되는 것이다. 문화는 나와 세상과 사물의 관계성을 들여다보며 의미와 기쁨과 용기와 희망을 찾아가는 어떤 것이다. 자신을 성찰 하는 힘, 이것이 문화의 힘이 아닐까?

이윤희 서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