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실업, 불평등 등 모든 복지문제 해결책 창조산업에서 찾아
영국,실업, 불평등 등 모든 복지문제 해결책 창조산업에서 찾아
  • 최미숙 한국국제교류재단 Program Officer
  • 승인 2011.02.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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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숙/한국국제교류재단ProgramOfficer

 "예술가는 런던을 사랑하고, 런던은 모든 예술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런던에는 어디서나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인구수 대비 예술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입니다. 전 노동당 정부는 창조산업이란 이름으로 예술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2007년 자료를 보면, 영국의 창조산업분야는 200만 명이 종사하고, 고용창출률은 7.3퍼센트나 됩니다. 이 분야 성장률은 평균 산업분야 성장속도보다 2배가 높습니다. 노동당 정부가 실업, 불평등, 교육 부재 등 모든 복지문제의 해결책을 창조산업에서 찾아 많은 지원을 한 것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정부의 보조로 그 많은  비영리 예술공간이 무료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영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은 스포츠 영화 등의 상업 문화관람이나 스포츠 관람이 아닌, 미술관 방문입니다.  이에 힘입어 영국의 현대미술은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 우뚝 서있습니다그런데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한 조사결과처럼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람하겠다는 시민들이 많은데도 정부는 미술관 무료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국세에서 4000만 파운드를 할당해야만 할까요?2010년 5월 집권한 보수당 정부는 예술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비즈니스식 예술 모델을 바탕으로 국가의 예술지원 방향을 선회하고, 국가지원 삭감 분은 기업 후원으로 충당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실제로 금년부터 ACE((Arts Council of England, 영국의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예산이 무려 20퍼센트나 삭감되고, 이에 따라 그동안 지원을 받던 기관 100 여 개의 문화예술 기관이 일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영국은 미국과 다르게 기업후원의 전통이 미미하다는 점, 그리고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예술계에서는 유럽식 예술 지원시스템을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타임지 부에디터 네일피셔(Neil Fishers)는 지난 4월 미국의 예술기관이 이사회나 후원기업의 입김에 시달리고 있으며, 요즘에는 브로드웨이도, 든든한 공적지원을 받아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영국의 작품을 반기고 있지 않느냐는 내용의 사설을 썼습니다.

물론 기업 후원을 통해 재원 조성을 잘 해오고 있는 기관도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테이트(Tate)는 특별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시가 무료인데 그  이유는 콜렉션 기증자이자 큰 후원자가  무료로 공개해야한다는 조건으로 작품을 기증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인 누구나 수준높은 미술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테이트에 대한 전국민의 사랑은 많은 기업이 후원을 희망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7-8년되는 장기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정부로 부터 지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기업의 입김이 전시나 작품에 반영될 때에는 국민과 언론은 감시의 회초리를 높게 듭니다.

그러나 이런 성공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많은 예술기관은 향후 몇년간 기업 후원처를 잘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에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점차 예술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영국이 현대 예술의 메카 명성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지 모릅니다. 물론 예술이 "국민을 문명화" 시키고, "국가의 영광과 명예를 유지"시켜준다는 믿음과, 예술이 예술의 의미를 "위대함과 선"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전통이 있던 영국 예술계가 하루아침에 몰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미숙/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예술교류부 전시 담당 Program Offi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