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섬에도 해양 박물관이 있소“
“거제 섬에도 해양 박물관이 있소“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2.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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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테마막물관 유천업ㆍ경명자 관장
해금강,신선대,바람의 언덕 등 관광명소로 익히 알려진 거제 남부면 갈곶리 262-5번지(구 해금강초등학교,폐교)에 자리 잡은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우선 관리하는 소장품 수량은 대한민국 박물관 1등이다. 또 남해 쪽빛 바다를 품에 안은 듯 천혜의 자연경관은 전 세계 1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천업 관장의 범선을 비롯해 해양지도와 해양유물 등 희귀자료를 수집하는 '열정과 헌신'은 40만점 보물이자 자식같은 유물수를 찍고 지리적으로는 외도와 해금강 비경을 넘는 거침없는 하이킥의 기본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못했을 해금강테마박물관 내력과 포부를 유천업ㆍ경명자 내외 관장의 이야기를 따라 들여다보자.

 소장품 40여만점 ‘미치지 않고서는 모을 수 없었고 이루지 못했다.’

▲ 해금강테마박물관 유천업,경명자 관장 내외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인터뷰 김충남 본부장,정리/사진 홍경찬 기자]거제 해금강은 절경이 각각 다르고 아름다워 마치 금강산의 해금강을 연상케 해서 유래했다. 거제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다. 해금강은 두 개의 큰 바위섬이 서로 맞닿고 있어 원래 이름은 '갈도'이다.

거제 신선대 거제 8경중 하나인 신선대, 바람의 언덕과 가까이 자리 잡은 이곳은 신선이 놀던 넓은 자리가 있다 해서 유래됐다. 가슴이 확 트이게 하는 비경으로 다도해의 쪽빛바다가 광할하게 펼쳐져 신선처럼 마음 편히 쉬고 싶은 곳이다. 봄에 유채꽃와 가을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방문객을 유혹하고 있다.
 
 바다(부산)가 고향인 유천업 관장은 바다 사나이처럼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한다'의 귀감을 보여준다. 유물 수집을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이 유천업 관장에게 딱 들어맞는다. 외형적으로 이천여평 부지와 40여점 소장품이지만 20여년 시간을 인내로 한 길만 걸어온 장인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입이 딱 벌어진다.

▲ 정교한 모형 범선이 보물중에 보물이라 언급했으며 범선과 해양지도 기획전시회를 통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20년간 이어온 수집병은 경명자 부인의 내조 없이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유 관장은 부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관장 직을 부인에게도 선물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쪽빛 남해 바다 위로 연인들이 즐겨 찾아 뽀뽀를 연신 날려대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좌우로 두고 해금강테마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을 위해 사재를 몽땅 털어 결실을 맺은 것은 지난 2005년 8월, 거제 해금강과 도장포 주민들 동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거제교육청 인가를 받기 전까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고난 중의 고난이었다고 털어놨다.

▲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오른쪽에 보이는 신선대와 왼쪽으로는 바람의 언덕을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어 관람객에게 좋은 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시대의 자화상 전시 관람으로 느낄 수 있어, 모형 범선과 해양지도는 천하 일품

 박물관은 크게 5~70년대 생활을 회상할 수 있는 1층과 범선과 해양유물,유럽 문화 체험할 수 있는 2층으로 구분돼 있다.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한국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때 그시절' 전시장이 반긴다. 50~70년대 어렵고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옛교실 가운데 자리 잡은 난로 위로 양은 도시락, 몽당연필, 검정 고무신 등이 전시돼 있고 제2관 '그리운 옛날 추억의 한 컷' 코너에는 조개탄을 피우던 초등학교 교실과 펌프질하며 물을 퍼올렸던 의용소방대 장비, 만화책방, 사진관,이용원,전파사 등 삶의 애환이 담긴 물건들이 전시돼 아련한 추억을 되짚어 보게 한다.

▲ 6~70년대 교실을 재현한 박물관 내, 보릿고개 시절 향수를 불러 온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 등 3대 가족이 "아빠 어렸을 땐, 엄마 어렸을 땐"하며 연신 무용담을 건네주기에 바쁜 산교육장이다. 교장으로 정년 퇴직 후 관광차 온 어떤 이는 직접 상장을 수여한 자기 이름을 발견하곤 너무 반가워 움직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솔직히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잔술을 팔던 대포집,엄마가 살았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으로의 여행'은 흑백TV,귀티 나는 꽃신 등 "엄마 백원만~"을 외치는 관광객을 찾을 수 있다.

▲ '보릿고개 시절 엄마 어렸을 적에' 집 안 내부를 전시했다.

 벽면에 붙어있는 '마부','돌아오지 않는 해병','빨간 마후라','동백아가씨' 등 영화포스터는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기에 충분하다. 한국 정치사와 역사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흑백 사진도 일품이다. 50년대의 이발관, 인쇄소, 세탁소, 잡화점 등의 모습이 생생히 세트로 재현돼 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 가족계획을 홍보하는 내무부 포스터와 경남도지사의 안내문, 부대 복귀를 종용하는 문구 등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아리랑, 금잔디, 신탄진, 파고다, 청자,파랑새 등 담뱃갑이 전시돼 50년대 이후의 담배 변천사, 98가지의 화폐와 각종 기념우표도 볼 수 있다.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에 사용했던 연통난로, 철도시락, 선풍기, 책상, 의자, 풍금, 상장, 기념증서,  초가집 방과 부엌, 장독, 절구통, 제기, 밥그릇, 펌프수도, 의용소방대 진화기구, 자전거와 벽면에 도시선언, 길목 등 200여종의 성냥갑,  '진공관에서 아날로그까지 소리 100년사'에는 1800년대 삼·사·오극진공관 라디오와 10인치 축음기, 전기난로, 녹음기 등 에디슨의 발명품 50여점이 전시돼 있다.

▲ 폐교된 해금강초등학교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개관한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1층 복도에는 역사적 정치적 사진과 영화 포스터로 가득차 있다.

 이곳 1층은 가족과 함께 추억 사진을 남겨 놓기에 충분하다.

 2층 유럽장식전시관에는 17세기 유럽 군함인 '바다의 군주호'와 1492년 콜럼버스가 제1차 항해로 현재의 서인도제도를 발견할 당시 기함인 '산타마리아호', 1805년 영국의 넬슨제독이 나폴레옹의 프랑스 함대를 무찔러 트라팔가 해전으로 유명해 영구 보존까지 되고 있는 '빅토리호' 등 세계 각국의 범선들을 축소 제작한 모형 범선들과 중세 기사들이 입었던 갑옷과 투구, 벌꿀의 분비물로 6개월여에 걸쳐 제작된 살아있는듯 화룡점정인 눈은 특별히 독일서 만들어진 밀랍인형,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과 프랑스 도자기 인형관 등이 있어 유럽각국의 문화를 볼 수 있다. 

▲ 선박 운항에 관련된 해양 유물이 2층 전시실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중세 유럽의 해양문화를 접해 볼 수 있도록 실제 옛 범선을 축소 제작한 대당 2천 만원이상의 모형범선과 그 유물수는 관람객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게 만든다.

 유천업 관장은 2001년 모형범선 전시회 성황이후 본격적으로 정교한 모형범선과 전 세계의 해양지도와 해심이 그려진 지도를 비롯 한국의 진귀한 해양고지도, 해양유물 등을 수집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라고 하지만 아끼는 유물은 2천여 척의 범선 모형과 해심이 그려진 지도라고 언급했다.

 "해심을 나타낸 해양지도는 그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바다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정보는 여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소중함을 전했다. 또 통영해양경찰서 1층 로비에 자리 잡은 범선 모형도 유 관장이 기증한 유물이라고 밝혔다.

 해시계, 풍속측정기압계,머구리 잠수복과 장비,수산업에 필요한 희귀자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한일어업협정 당시인 1965년 거제 앞 바다를 나타낸 해양지도와 1910년에 제작된 조선남안동부지역과 대마지역의 모습을 함께 나타낸 해양지도는 유천업 관장이 '수집광'임을 여실 없이 방증한다.

▲ 세계 해양지도와 국내 해심이 기록된 희귀 자료가 2층 전시실에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어 '이태리 베네치아 가면관과 프랑스 도자기 인형관'에는 중세 베네치아에서 유행하던 가면과 역대 칸느 영화 포스터전, 아인슈타인,에어리언,베트맨, 마스크맨 3명의 밀랍인형이 국내 유일하게 전시돼 있다.

 '유럽장식 미술 특별관'에는 클림트, 르누와르, 피카소, 고흐, 샤갈, 모네, 밀레의 명화와 유리종이 전시돼 있다.

 2층의 유경(유천업,경명자 관장의 유경)갤러리에는 이쑤시개로 제작된 곽기주 작가의 작품이 신선하다.

 35평 규모의 유경갤러리는 '거제예술창작스튜디오'로 운영되며, 상주를 희망하는 작가들에게 일정기간 동안의 별도 작업공간과 숙식을 제공, 작가들이 작품 창작활동과 강좌 혹은 교육 등을 겸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 입주작가들의 창작과정과 결과들을 공개적으로 일반인에게 선보이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오고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권기주 작가의 '생성과 재생2' 전시회가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암도 물리친 수집광'.‘전국에 소장품 원하는 곳 있으면 도움 주고파’

 

▲ 유천업 관장은 20여년간 수집한 소장품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게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어디든 필요한 곳이 있다면 소장품 기부를 통해 사회에 헌신하고 싶음을 전했다.
유 관장은 전국의 귀중한 수집품들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말마따나 '집 팔고 지하셋방으로 이주한 뒤' 유품과 유물을 본격적으로 인수 박물관을 건립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방문객이 줄을 이어 관람하던 시기인 2008년 12월 유천업 관장은 암판정이라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에 좌절했다. 오른손이 '악질적인' 골육증 암에 걸려 1년을 못산다는 의사의 말에 박물관 유물 수집에 걸린 20여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전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호전은 됐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암이란 건 유관장도 익히 알고 있다. 당시 유 관장은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의 사위인 한 의사의 치료로 골육증 암을 회복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천업 관장은 당당히 꿈을 전했다. "40여만 점의 이곳 유물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것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곳곳 사회에 환원해 박물관 부흥에 기여하고 싶다"며 "제 손자 손녀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정말 좋은 일 하셨구나라며 인정받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처럼 유 관장 소중하게 모은 보물인 소장품의 진가를 문화나눔으로 알아 주는 이가 곧 나타나 2011년 봄 기운처럼 새록새록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1900평 정도의 넓은 공간은 지난 2006년 4월엔 '음악이 있는 매직콘서트'.2008년 8월엔 '사랑 나눔 낭만콘서트' 등 음악회를 개최 큰 호흥을 얻은 바 있다.

▲ 박물관 내에 유경갤러리 곽기주 작가의 작품으로 이쑤시개를 이용 독특한 재료를 이용 눈길을 사로 잡았다.

 유천업 관장이 야심차게 제작한 ‘해양유물도록’은 총 635페이지에 달하는 거대한 자서전이다. 모형범선,선박포스터,해양지도,풍량측정기 등 해양 유물 소장품이 총 망라된 방대한 자료가 보물처럼 수록돼 있다.

▲ 유천업 해금강테마박물관 관장이 펴낸 해양역사박물관건립을 위한 해양유물도록집 총 635page에 모형범선과 해양지도를 비롯해 해양유물이 총 망라했다.

 해금강테마박물관(www.hggmuseum.com) 관람안내와 문의는 (055)632-0670,011-9397-5880)이며 휴관은 설,추석 당일은 뺀 연중 오픈한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이용 거제대교를 지나 사곡에서 갈곶마을로 접어드는 길이 있으며 또 거가대교를 이용 장승포를 지나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 갈곶마을로 향하면 된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262-5번지.

▲ 해양유물도록집

<아래는 해금강테마박물관 이모저모 사진>

▲ 5~70년대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포스터
▲ 사진으로 보는 한국사 격동의 100년,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등 정치사를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다.

 

▲ 가족계획 표어 변천사.
▲ 격동의 정치사를 경험한 세대이자 주인공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와 가족. 박 전 대통령 오른쪽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담배포
▲ 사진관,소리 전파사,대포집.만화책 방 등을 실물과 똑같이 재현한 곳이다.
▲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 예전 점빵을 재현.
▲ 유경 갤러리 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