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내팽개친 국립공원관리공단
‘도덕’ 내팽개친 국립공원관리공단
  • 김동수 기자
  • 승인 2011.02.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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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이 안전관리반 장비 뺏어... 직위 이용해 취미생활 즐겨

[서울문화투데이탐사보도팀=김동수 기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렸다. 이 공단을 맡고 있는 소장이 스스로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안전관리반 대원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뺏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북한산 봉우리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 출처- daum blog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7일 1급 공무원 이 아무개 처장을 다시 공단본부 아무개 처 실장으로 임명했다. 이 아무개 실장은 본부행정처장, 북한산국립공원 소장 등을 맡은 국립공원관리공단 1급 직원이다. 그는 지난 2008년 북한산 국립공원 소장을 맡고 있을 때 독단적인 공원운용과 직권남용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처장은 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8년 수차례에 걸쳐 북한산 등반을 즐겼다. 이 소장은 이때 인수대피소에 자주 들러 장비를 빌렸다. 그 장비는 북한산국립공원 재난안전관리반 대원들에게 지급된 개인장비였다. 인수대피소에도 공용장비가 있었다. 이 소장은 하지만 인수대피소에 있는 공용장비가 노후된 탓인지 늘 안전관리반 대원이 가지고 있던 장비를 사용했다.

기자가 이 처장에게 “왜 대원에게 지급된 장비를 뺏어 사용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휴일에 국립공원 위험지역을 순찰하기 위해 아래 직원에게 장비를 준비하라 말한 적은 있다”라며 “하지만 공용장비 대신 개인장비를 뺏어 준비하라 말한 적은 없다”고 발뺌했다.

재난안전관리반 한 관계자는 “당시 북한산 국립공원 안전관리반 직원이 낡고 지저분한 장비를 소장에게 줄 수 없어 ‘아랫사람들이 자진해서’ 개인장비를 불출해 지급한 것 같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기자가 안전관리반을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이 소장에게 왜 개인장비를 내줬는가”라고 묻자 A씨는 “나는 모른다”라며 “나는 지시를 받지도 않고, 준비를 시키지도 않았다”고 변명했다. B씨 또한 “예전에 모시던 분이라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2008년 가을 안전관리반 직원에게 안전헬멧, 하네스, 카라비날 등 개인장비를 내줬다. 이 장비는 산악사고 예방과 사고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전관리반원들 사이에서는 이 소장 등반이 있는 날에는 구조대원은 장비 없이, 근무지로 이동해야만 했다는 소문도 떠돈다.

안전관리반에게 장비를 뺏는 일은 군인에게 총을 뺏는 것과 다름없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단순한 암벽등반도 손에 익은 장비가 아니면 아주 위험하다. 암벽등반을 하는 등산객을 구조하는 임무를 지닌 안전관리반에게는 특히 늘 지니고 있던 장비가 아닌, 낡고 불편한 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구조를 하려다 또다른 사고를 부르는 것과 같다. 여기에 장비를 갖추지 못한 대원이 구조에 나선다면 제2, 제3의 사고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 암벽등반 모습(기사와 관련 없음) 출처-nate blog

봄철 산행인구가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드높아지고 있다. 안전관리반은 사고예방과 위험지역순찰 등을 통해 등반객들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공단은 국고로 집행된 장비가 편용되는 사례가 없는지 다시 한번 되짚고, 이에 따른 확실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 세금으로 꾸려지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라면 더더욱 직위를 이용해 스스로 취미를 즐기는 일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실장은 장비 무단 사용은 물론 다른 비위혐의로 지난해 자체 징계를 받은 사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공단 인사에서  또 다시  주요 보직을 받은 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닌 도덕적 해이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산 등반을 자주 즐긴다는 한 등반객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고위급 직원들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묵인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너무 안타깝다”며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봉이냐”고 볼멘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