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영화정신, 김갑의 손에서 꽃피다.
충무로 영화정신, 김갑의 손에서 꽃피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8.11.04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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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는 진정한 스타덤이 없는 것 문제, 영화는 감성, 동심을 일깨워 주는 역할 해야"
 
▲  충무로 영화의거리 추진협의회 김갑의 회장  / 사진: 편보경 기자
내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 이들은 지난 2004년 한국 영화의 고향 충무로, 한국영화의 메카인 이곳을 세계적인 문화 명소를 만들자는 일념 하에 모였다. 40여명의 영화인들은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추진협의회장으로 영화인 김갑의 씨(영화인협회 정책위의장)를 선출했다. 

영화의 거리 추진에 대한 홍보의 일환으로 열리는 축제는 오는 22일, 올해로 5회 째를 맞는다. 과거 충무로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충무로 영화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를 꿈꾸고자 하는 김갑의 영화인.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연출가이자 영화기획가이다. 총 105편의 영화를 기획했을 뿐 아니라 82년 ‘초대받은 사람들’, 83년 ‘물레야 물레야’ 등으로 대종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남양주 영화 촬영소 서울 문화영화관, 제주 신영영화박물관등의 기획 및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제46회 영화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20일 김갑의 협의회장을 충무로 영화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영화의 거리에 대해, 그리고 영화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충무로영화의거리’추진 취지에 대해 말해 달라.

 명칭만인 영화의 거리가 아닌 충무로 영화정신을 구현키위해 ‘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계 상황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은 너무 황금만능주의로 흐르고 있어 우려스럽다. 협력, 합동의 정신이 바로 충무로 영화정신이다. 지금이 아무리 이성의 시대라한다 해도 이성이 바로 서려면 바른 감성의 밑바탕이 있어야 한다. 감성 중에서도 동심이라는 것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가 해야 할 일이다. 

▲ 어떤 식으로 추진되는가?

 지중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충무로 일대에 전선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서 무엇인가 설치를 하려고 해도 곤란하다. 한전과 서울시, 중구청 등지를 좆아다니며 230미터 구간의 지중화 작업을 완료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작업을 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찾아와 보고 즐기고 체험하며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컨텐츠를 마련할 것이다.
 
예를 들면 충무로 골목 바닥 곳곳에 영화의 명장면 스틸이 깔리는가 하면 빛의 예술인 영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특수효과도 사용할 것이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려한다. 많은 계획이 있지만 아직 홈페이지조차 열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지자체들의 모방이나 도용을 염려해서다. 

▲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워낙에는 지휘자가 되려고 했다. 아버지는 법의학을 전공하셔서 조그만 제약회사를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장남인 내가 늘 의사가 되었으면 하셨다. 연극 연출자가 뭔지도 몰랐는데 5.16혁명 이후 한 오케스트라의 말단 트럼본 주자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때 연출가 이해랑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꿈이 바뀌었다.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연출가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여쭤봤는데 연극을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때만 해도 연극 연출과는 중앙대와 동국대에만 개설이 되어 있었다. 편입이 안돼 아예 시험을 다시 보게됐는데 당시 수험번호가 777이었다. 행운의 숫자가 세 개나 겹친 것이다(웃음). 예상대로 합격을 했고 학창시절 김무생, 장욱재 등과 함께 연출도 곧잘 했다. 4학년때는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조감독을 좀 하다 문화영화감독도 한 3년쯤 했다. 이후 영화감독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문화영화 한 사람이라고 해서 받아주지 않았다.
 
졸지에 백수가 되어 친구의 소개로 실버스크린이라는 영화 잡지사에서 기자생활을 좀 했다. 그러던 중 배석인 감독님이 유현목 감독님 밑에 조수로 추천을 해 주셔서 영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 영화기획가로서 영화를 기획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이 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보길 원하는지 그것을 찾는 작업이다. 데스크에앉아 흔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을 찾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신문과 뉴스, 사건, 인터넷 콘텐츠가 되는 것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을 들락거리며 봐야 한다. 현대인의 요구가 다르고 계층마다 욕구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공감대가 형성될 만한 소스, 소재가 뭔지를 찾아야 한다.
 
스필버그의 영화가 왜 항상 성공하는 줄 아는가? 어떤 특정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인간이면 누구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동심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른 예술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만들 수 없다. 요즘에 만들어지는 영화는 감각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소위 욕을 하고 살인적 행위로 충격을 주려하는 영화를 말하겠다.
 
이런 영화는 삼류다. 영화라는 것이 본디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나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상인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런 사람은 영화인들이 아니다. 부정부패 장사꾼 몰아내고자하는 것과 똑같이 그런 영화꾼들이 사라지라고 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 영화제가 사실 너무 난립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운영자

다다익선이면 좋다고 하는데 문제는 영화제가 각기 만들어진 목적에 대한 기대효과를 충족시키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자체예산을 끌어다가 집행부 주머니 채우는 것 아니겠느냐.

 ▲ 영화의 흥행 뒤에 배급사와 투자사는 살고 영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스텝들은 여전히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가? 

영화는 제작과 배급 양쪽 측면이 있다. 제작사에서 돈을 받아 프로덕션에 주는데 스텝들은 모두 프로덕션 소속이고 여기서 급여를 받는다. 처음에는 지분을 50대 50을 가지고 하다가 감독들이 제작비를 추가로 더 쓰다보면 결국 프로덕션은 제작사에게 손을 벌리게 되고 지분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홍보비용 이다 뭐다 해서 자꾸 돈이 들면 더 지분이 준다. 결국 10 ~ 15%의 지분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 한국영화사의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페이퍼웍 상에서의 순제작비와는 9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감각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 하다 보니까 경험이 부족한 일회용 젊은 감독을 많이 기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다보면 50회 촬영할 부분이 100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필름10만자 촬영할 것이 20만자가 되고, 프로덕션은 점점 더 오그라들어서 한국영화의 위기가 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자체가 메말라가는 못과 같아진다. 반면 현상소나 기획 홍보사들은 파생적인 이윤을 얻고 있다. 

 ▲ 강한섭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은 위기 정도가 아니라 대 공황상태다.” 영화산업의 침체를 우려하는 강도 높은 목소리를 냈다. 올해는 ‘놈놈놈’을 비롯해 겨우 한 두 작품 반짝 했을 뿐인데 문제점은 무엇이며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문제는 의욕과 정신 또 목표의 문제다. 예술 종사자는 자기 희생적 정신이 앞서야 한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그것이 장인정신일 수 있고 값진 행위다.

▲ ‘국민이 뽑는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이란 다소 긴 이름의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기획의도는 무엇이며 문제점은 없었는지?

소위 ‘피플스 초이스’ 라고 한다. 내가 대종상 사무총장도 해봤지만 수상항목이 20개 정도 있다. 그중 배우들에게 가는 것은 3~4개 정도에 불과하다. 관객들을 관찰해보면 배우들이 나올 때만 박수를 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이 극장에서 만나는 것은 배우이고 또 재미있고 없고도 배우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필름시대는 끝났다. 영화제에 스타를 보러 가는 것이지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래서 한 해 모든 상영작을 가지고 배우들만 가지고 인터넷 투표를 하자해서 이런 수여식을 준비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타덤이 없다. 그런 실례로 ‘님은 먼곳에’ 같은 좋은 영화가 참패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의 스타들은 팬을 몰고 다닌다. 스스로가 자선사업을 한다든지 해서 자신이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한다. 우리는 기획사에서 인위적으로 스타를 만들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스타상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 미성년자 보는 영화가 불과 5~6편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여중생들이 볼 수 있는 영화 몇 편 안된다. 사이더스나 팬텀 소속 연예인들이 상을 받게 된다면 온다고 했는데,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겨 못 왔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주위에서 유의미한 작업이었다는 평가를 했고, 내년에 또 할 것이다. 여중생들이 몰표를 줘서 선정된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에 대한 장치도 다했다.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 광주영화제위원장, 경북영상축제위원장 등 몇 개의 영화제집행위원을 맡으셨는데, 솔직히 당시에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내가 망친게 아니라 위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니 그런 말을 한다. 명실 공히 집행 위원장이었던 내가 어떻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영화제를 망치려고 하겠는가. 잘되니까 과거의 관심 없던 이사들이 와서 이사장 직을 차지하려고 싸우면서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법인체이므로 이사장을 통해 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일이 그렇게 되니 받을 수가 없어 내 개인카드를 쓰면서 일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예산도 15억 정도로 다른 영화제에 비해 2분의 1정도 되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서로 싸움을 해 시장이 더 이상 지원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무슨 일이든 신념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고 성공을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만 말한다.
 
기획자는 변화와 목적에 따라 어떤 기대효과가 오는가를 부딪쳐 봐야하는 거다. 나도 피해를 입고 만신창이가 될 수 있겠지만 정당한 이유도 없이 무리지어서 비난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서울문화투데이’가 그런 것에 대한 정화 운동을 해나가는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

▲ 젊은 세대와 영화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국영화가 볼만한 것이 없으면 아예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 정말 냉정해 져야 한다. 소비자가 생산자 보다 더 냉정하다. 한국영화가 불매운동에 봉착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몇 번 이나 만들어 봤나 묻고 싶다. 기존 한국영화 만들었던 사람들은 반성을 많이 해야 하고 현재 후배들은 선배들의 무책임한 영화, 이기적 영화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불행, 슬픔 등을 위로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져야한다.
 
그래야 우리 영화인들도 존경받는 것이다. 헐리우드는 그런 노력을 많이 해왔다. 한국은 그렇게 살아왔는가, 영화 기능공이 되지 말고 영화인이 되라고 부탁하고 싶다.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