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의 미술
드라마속의 미술
  • 천호선 / 컬쳐리더스인스티튜트원장
  • 승인 2011.03.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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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공공미술은 일반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또는 전시되어 있는  작품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새로운 공공미술의 개념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방송매체는 가장 중요한 공공미술의 영역이 되어있다. 그중에서도 일반대중의 제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방송 드라마 속에 나오는 미술품들은 공공미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방송 드라마를 제작하는 PD들은 전혀 이러한 인식이 되어있는 것 같지 않다. 아직까지도 미술품을 단순한 소도구로서의 배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미술품들이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느낌을 줄 것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무대가 되어 있는 가정집이나 사무실 등의 수준에 어울리는 작품을 배치하느라고 그러한 작품을 선정한 것으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 되고있는 몇몇 드라마‘주홍글씨’,‘욕망의 불꽃’,‘웃어라 동해야’,‘장미의 전쟁’등 예를 보면, 인물이나 무대 설정이 전혀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배치는 작품의 수준에 있서 대동소이하다.

특히 재벌가의 스토리를 그리고 있는‘욕망의 불꽃’은  의상이나 각종 디자인들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것으로 꾸며진 반면에 벽에 걸려있는 미술품들은 너무 수준 이하이다.
 인사동의 싸구려 미술품집에서 팔고 있는 작품들만 골라온 듯한 느낌이다. 어떤 특정 장면에서 앤디 워홀의 ‘꽃’판화가 언뜻 보였던 적을 빼고는 제대로 된 미술품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반대중의 미적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산업제품의 고질화, 국제경쟁력 향상, 선진국 진입 조기달성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방송 드라마에 나오는 미술품들은 부지불식간에라도 일반대중의 안목을 높여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이는 소도구가 아니라 공공미술의 차원에서 다루어 져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방송사들의 진지한 검토가 요망된다. 특정 영화의 경우
음악감독과 함께 미술감독도 두는 사례가 있듯이 각 드라마 제작시에 미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겠다. 또한 의상 협찬이나, 가구 협찬과 마찬가지로 작가나 화랑, 미술관으로 부터 작품 임대 협찬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 제작 PD들에게 미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해주고 그들의 안목을 키워주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방송 드라마들이 스토리 전개나 스피드 등에 있어 크나 큰 발전이 지속됨으로서 한류의 중심에 있으나, 이것이 일본이나 동남아에 국한되지 않고 서구 선진국까지 진출하기 위하여는 미술문제가 드라마의 기본요소로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금년부터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추가되면서 TV 3사에 국한되었던 드라마 제작의 숫자도 엄청나게 확대되고 시청률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 기회에 드라마의 전반적인 수준이 훨씬 업그레이드되고 특히 소도구로 방치되었던 미술품들이 공공미술로서 일반대중들에게 가까이 가면서 미술문화의 향상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