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을 위로 할 수 있다면 - 김소희
지친 영혼을 위로 할 수 있다면 - 김소희
  • 김은균 Otr공연전문 기자
  • 승인 2011.03.1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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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는 현재 연희단거리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공연하는 극단이다.“같이 살면서 일상과 연극을 나누는 생활공동체지요.
서울과 밀양에 숙소와 연습실이 있고 큰 공연은 밀양에서 연습하는데, 대략 50명 정도의 배우들이 있어요. 하루 종일 훈련하고 연습하고 공연하고, 연극과 삶을 하나로 같이 가는 것이지요.
요즈음 저희 극단이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아요. 우수한 인재들이 연극인이 되겠다고 극단을 찾아오고 기꺼이 공동체 생활을 견뎌보겠다며 밀양으로 오기 때문이지요.”


그녀가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입학날 입학식이 지루해서 찾아간 연극동아리방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입학 날, 입학식이 지루해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연극동아리방이었어요. 각자의 일상을 깨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비상사태 같은 긴장감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학과 수업보다 연극반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죠. 동아리 활동만 줄기차게 하니깐 졸업 후에 당연히 연극을 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전 연극을 직업으로 선택할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그러나 대학졸업을 얼마 앞두던 어느 날, 같은 학교 임형택 선배의 권유로 대학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땐 참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극을 공부하게 된다.
“홍은지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미 연출가로 데뷔한 친군데요, 그 친구가 어느 날 우리극연구소라는 곳이 생기는데 배우훈련과정을 만든다니까 훈련을 한 번 받아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극연구소 1기로 연기훈련을 거쳤습니다.

그때 이윤택 선생님을 만나고 훈련을 받으면서 선생님의 연극정신에 매료됐습니다. 연구소과정을 수료하고 연희단거리패에 입단을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지요.”
합숙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생활은 없지만 꽉 짜여진 스케줄로 인해 연극에 대한 몰입도는 높다.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와 스텝을 동시에 겸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데 그녀는 배우이면서 연기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고비는 있었다는데“2001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 일상이 많이 깨져있었거든요. 작업이 없었다면 아마 많이 탈이 났을 거예요. 그때 문득 든 생각이‘나는 연극으로 구원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상황들, 사람들 그리고 극단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평소의 그녀의 모습은 평범 그 자체.“제 얼굴은 그 자체로는 아무 느낌이 없어요. 아무 이야기도 담고 있지 않아요. 얼굴이 도와주는 게 별로 없죠.

사실은 단점인데 그게 오히려 장점이기도 해요.‘아무 얘기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도 담을 수 있다’는.”공연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그녀는 전에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면서‘와! 내가  참 엉터리 였구나’이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밀양에서의 삶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 그녀는 주말극장을 통해 만나는 순수한 관객들을 통해서 많은 교감과 위로를 받는 다고 한다.
“밀양연극촌에서 연습하고 주말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배우로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줍니다. 그분들은 연극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참으로 순수하시고 의외로 관극하는 자세가 진지하세요.

그분들로부터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이 긍지를 갖게 되지요. 연기하면서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의 위안부 할머니나, <원전유서>의 가난과 폭력 앞에서 무기력했던 엄마처럼 실제로 그렇게 살다간 영혼들을 떠올리며 연기해요.
제가 역할을 잘해내면 그 영혼들이 조금은 위안을 받지 않을까, 소망하죠. 관객과도 소통하고 앞서간 영혼들도 위로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