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고 싶다고? 화페금융 박물관으로~
돈벼락 맞고 싶다고? 화페금융 박물관으로~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4.1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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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7000만원짜리 의자, 4300만원짜리 바닥재
내 얼굴 넣은 세계 유일 화폐 만들어봐요


오랜만에 명동으로 쇼핑을 즐기러 나온 미영씨는 쇼핑시간이 길어져도 집에 가자고 징징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왜?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을 맘 편하게 맡길 수 있고 경제교육까지 자연스럽게 받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화폐금융박물관.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 해 있는 박물관은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최첨단 시설과 놀이 및 게임이 있는 ‘무료 경제학교’라 관람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대박 맞는 돈 의자에 앉아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화폐금융박물관으로 가 보자.

화폐금융박물관은 건물 자체부터가 국가중요문화재 사적 제280호라는 게 눈에 띈다. 1907년 일본이 제일은행으로 사용하기 위해 착공했으나 조선은행이 인수해 공사를 완료하고 1912년부터 조선은행 본점의 건물로 사용했다. 1953년 6.25 당시 내부가 전소되었으나 설계도가 일본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것을 근거로 1987년 복원공사에 착수, 1989년 완공됐다.

건물이 조선총독부청사, 경성우체국, 조선호텔 등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의 전반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한 절충식 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바깥에서 봐도 궁전, 내부를 봐도 궁전이다. 그래서 박물관을 방문한 아이들은 하얀색 아치를 보면서 ‘선생님 누가 결혼해요?’, ‘공주가 어디 살아요?’ 하고 물어본다.

화폐금융박물관은 지난 2001년 6월 12일 박물관으로 정식 개장하고 2007년에는 2층에 있던 사무실 공간까지 활용해 건물 전체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게 됐다. 화폐금융박물관은 공간마다 어떤 벽이나 문으로 단절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을 존이라고 부른다.

1층은 우리의 중앙은행, 화폐의 일생, 화페광장, 돈과 나라경제, 상평아트갤러리, 자료안내실 등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2층은 세계의 화폐실, 모형금고, 체험학습실, 기획전시실, 한은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 화폐금융박물관은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지어져 안팎이 다 궁전같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우리의 중앙은행’존에 들어서면 댐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화 시정 정책’을 통해 돈의 가뭄이나 수해를 막는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 조직도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 금리를 주관하는 7인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합위원회 위원 등 총 7인이 매월 셋째 월요일에 모여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근래 뉴스가 되는 금리(이자율) 결정 등 중요정책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가 경제가 좌우된다는 것. 

‘화폐의 일생’ 존에서는 한국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돈을 발행하는 일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이 돈 발행에 관한 정책을 세우면 한국 조폐 공사는 이에 따라 돈을 찍어 내게 된다.

이곳에서는 돈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동영상을 통해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지갑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잘라져서 나오지만 처음에는 전지 형태로 크게 인쇄된다.

어떤 이는 이 전지형태로 인쇄된 돈을 한꺼번에 가지면 되겠다고 생각 할지도 모르지만 이 전지 형태의 돈은 통용될 수 없다. 한국은행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의 재료는 많은 이들이 종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면 섬유다. 그래서 100프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 은행권의 위ㆍ변조 방지 장치를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가령 진품 만원권의 경우 자외선을 쏘이면 소나무 숲 배경이 형광 초록색을 띠게 되지만 위폐는 그렇지 않다. 율곡 이이 선생의 도포 자락에도 ‘뱅크 오브 코리아(bank of Korea)’ 라는 미세문자가 새겨져 있어 돈을 임의로 스캔하거나 위폐를 만들어 내면 이 미세문자가 뭉개져서 나온다. 

자신이 가진 돈을 직접 넣어봐 진짜인지 가까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기계도 준비돼 있다.  돈이 진짜인 경우 파란 램프가 켜지고 종이나 상품권을 넣으면 빨간불이 켜진다. 진권이지만 센서가 세탁 등으로 인해 깨지거나 없어진 경우에도 빨간램프가 켜진다.

‘돈과 나라경제’ 존은 어려운 ‘인플레이션’ 같은 용어들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을 통해 원리를 깨닫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세계2차 대전을 맞았을때 돈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 돈은 아이들이 블록 쌓기 놀이를 하는데 쓰였다든지 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인형 모형들로 재미있게 꾸며 놨다.

자료 안내실에는 경제와 관련한 도서들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공간도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색감을 사용해 꾸몄다. 

1층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화폐광장이다. 이 곳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서고금의 화폐들이 다 모여 있기 때문에 화폐광장이라고 부른다. 인류가 초기에 화폐로 사용했던 칼과 볍씨, 조개 껍데기 등을 비롯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돈까지 총집결 돼 있다.

가운데 있는 화폐광장의 상징모형을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한국 화폐들이, 오른쪽으로는 세계 화폐들이 전시돼 있다.

눈길을 끄는 한국 화폐로 918년 최초로 고려 시대 때 발행된 돈인 건원중보가 있다. 외면이 둥글고 가운데가 네모낳게 뚫려있는 것이 전형적인 엽전의 형태다. 고려시대의 특이한 돈도 인기다. 소은병과 쇄은이라는 돈인데 모든 은으로 만들어 졌으며 조그만 호리병 모양과 벽돌 모양을 각각 띄고 있다.

그 밖에 별전(시주화의 개념)라는 돈은 상평통보를 찍어 내기 전 샘플로 만드는 돈인데 좋은 의미를 담아 선물로 주고받았던 것이다.

화페 콜렉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순도 98프로의 금화도 전시되어 있다. 대한제국합병되기 전에 나왔던 이 돈은 5원, 10원, 20원으로 발행됐으나 유통이 금방 중지 돼 모두 회수됐다.

또 시중에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만원권이 있다.

경주의 석굴암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이 돈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결제 후 발행될 준비를 마쳤으나 불교계와 기독교 계의 반발로 결국은 발행되지 못했던 돈이다. 이 돈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사인까지 되어있다.

북한 돈도 전시돼 있다. 북한 돈의 경우 초기에 발행 된 돈에는 노동자 이야기를 주로 담았지만 최근에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돈을 발행한다. 

세계 각국의 고화폐들이 전시되어 있는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화폐다. 13개주의 기념 심볼 마크를 그림으로 표현해 만든 이 화폐는 기념 주화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다. 

화폐금융박물관은 짜투리 공간이라도 그냥 두는 법이 없다. 2층으로 가는 통로의 길목을 살려 상평아트갤리리로 꾸몄다. 조선시대 상평통보를 집중적으로 탐구 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의 전시실에서는 수명이 다한 돈의 폐기와 재활용 과정을 알 수 있다. 자동정사기라는 기계가 전시돼 있는데 이 기계에 돈이 들어가면 사용할 수 있는 돈과 수명이 다한 돈을 분리 해 준다.

사용할 수 없는 돈은 잘게 분쇄돼 건축자재나 자동차의 방진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박물관 내에는 실제 만원권을 재활용해 건축 자재로 사용되고 있는 바닥재가 전시중인데 한 판이 자그마치 4300만원의 돈 분량이라고 한다.

▲ 자그마치 1억 7000천 만원이 든 투명의자. 앉으면 돈 복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2층의 중간통로들에는 한국은행에서만 볼 수 있는 돈 의자가 있다. 투명상자속에 잘게 분쇄된 폐기한 돈을 담아 만든 것인데 이 투명의자 속에는 1억 7천 만원의 돈이 들어있다고 한다. 의자에 앉으면 돈복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한국은행의 지하 금고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는 216억 상당의 모형 돈이 전시되어 있는데 코너에는 007가방 하나 싸이즈에 들어가는 1억이 어떤 모습이며 실제 무게는 어떤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모형도 있다. 

2층 전시실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2007년에 꾸며진 ‘세계 화페실’이다. 디자인부터 최첨단을 달리는 이곳은 입구를 들어서면 세계 주요 화페 모양의 빔 프로젝트가 공중으로부터 바닥으로 쏘아져 들어서자마자 ‘돈벼락’을 맞게 된다.

이 곳에는 170여개국 세계 화폐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들을 만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벽면에 금속 판넬을 슬라이드 식으로 숨겨서 전시 해 놓은 것이다. 슬라이드 판을 꺼내면 옆에 위치한 영상에서 그 나라의 정보와 지구상에서의 위치, 인구, 국민소득 등의 상세한 정보가 함께 제시된다.

▲ 170여개국의 화폐들이 벽면에 보관돼 있는 세계 화폐실
가운데에 위치한 테이블도 또 다른 볼꺼리다. 마치 우주에서 돈들이 떠 다니는 것은 영상이 테이블에 비춰지는데 돈 영상에 손을 갖다 대면 돈에 관한 정보가 팝업창으로 보여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너로 체험 전시실이 있다. 말 그대로 돈과 노는 공간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자기 사진을 돈에 담을 수 있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지폐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코너다.

체험전시실 바로 옆에는 기획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지폐에 들어간 동물들을 테마로 ‘신기한 화폐 동물원’이 진행 중이다.

화폐금융박물관은 단지 경제와 화폐만을 다루는 박물관이 아니라 더욱 특별하다. 2층에 한은갤러리가 있어 은행이 소유한 그림들을 활용해 연중 전시를 계속하고 있다. 갤러리에는 미술전공자가 상주하고 있어 원할 경우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 밖에 어린이 경제교실이나 매주 2째 4째 주에는 무료 화폐 경제 강의도 진행 중이다.

음악이 흐르는 박물관이라는 테마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고, 일요 영화 무료 상영으로 가족들의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한다.

자세한 오디오 가이드가 준비 돼 있어 혼자서도 알차게 박물관을 둘러 볼 수 있는 것도 관람객에 대한 큰 배려다. 덕분에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관람객이 꾸준히 증가 하고 있으며 현재는 20만에 육박한다. (문의 :02)759-4881~2)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