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너울’ 에 정치·경제계 ‘휘청’

공지영, 신정아‘4001’대필의혹... 단숨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

2011-04-11     최경호 / ‘문학in’ 취재부장

서점가뿐만 아니라 정가와 문단, 출판가까지, 온 나라를 ‘휘청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는 신정아가 일으키고 있는‘너울’은 어디까지 휘몰아칠까. 작가 공지영이 트위트에 올린 대필의혹은 사실일까. 출판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4001> 바람은 ‘일장춘몽’에 불과할까.

신정아 고백 에세이 <4001>(수감번호)이 펴내자마자 단숨에 종합베스트셀러 3위로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2주 만에 숨 가쁘게 3월 마지막 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4001>은 지난 2007년 학력위조 등으로 나라 곳곳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신정아 사건’주인공 신정아가 그 사건에 얽힌 속내를 털어놓은 책이다.

<4001>은 지난 2007년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신정아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 신정아가 사건 뒤 4년 동안 쓴 일기를 엮은 책으로, 펴낸지 이틀 만에 초판 5만 부가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YES24,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 따르면 <4001>에 대한 주문이 워낙 많아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YES24에서는 책이 서점에 나온 그날 3천500부가 팔리며, 단숨에 주간 베스트셀러 2위로 뛰어올랐으며, 교보문고에서도 책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온.오프라인에서 2천200부가 팔렸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현존하는 인물이 낸 책이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며“현재 <4001>은 일반 베스트셀러 하루 판매량의 10배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YES24는“40대 남성의 구매율이 전체의 20.5%를 차지하며 두드러졌으나 날이 갈수록 20~30대 여성들의 구매도 이어지며 구매층이 전 연령대와 성별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은“책이 갓 나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독자의 비율이 70%가량을 차지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비율이 60%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문과 본문의 문장이 너무 달라 대필 의혹이 상당
소설가 공지영은 대필의혹을 내놨다. 공지영은 24일 트위터를 통해“서문과 본문의 문장이 너무 달라 대필 의혹이 상당히…”라고 썼다.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는 이에 대해“신 씨가 글을 상당히 잘 쓴다”고 대필의혹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출판계에서는 <4001> 열기가 단기 화제에 기댄 것인 만큼 장기 화제로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신 씨가 책을 통해 자신만이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과거의 감정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는 불러올 수 있겠지만 책으로서의 가치는 기대 이하”라며“몇 년 전 재벌회장과의 결혼생활을 쓴 가수의 책이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가 후에 반품요청에 시달린 사례도 있듯이 근본적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폭로성 책은 독자들에게 결국 외면당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출판사 한 관계자도“처음에는 궁금증 때문에 우르르 몰려가서 살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2차 독자층으로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신정아 바람은 정치, 경제계에도 옮겨 불고 있다. 신정아 자전적 에세이 <4001>을 펴낸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는 책 출간에 정치, 경제성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정치, 경제적 의도는 전혀 없다”며“책이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졌다면 출간 시점에 대해 의혹이 일수도 있겠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작업이 다 끝나서 나온 것이지 시기를 따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귀퉁이에서는 이 책에 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 인사들이 실명과 이니셜로 등장한 것을 놓고 안 대표가 야권 인사와 친분이 있으며 4.2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표를 달았다.
안 대표는“<4001>은 지난 2007년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최근까지 써놓은 일기를 엮은 것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과 헤어짐, 사건 이후 자신이 겪은 일과 수감 생활 등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는“변양균 전 실장과의 관계, 학력위조 사건, 동국대 채용 문제, 수감 생활 등이 책에 다 담겨있다”며“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다른 내용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책 내용 중 절반은‘참회’, 절반은 잘못 알려진 것에 대한‘해명’의 글”이라며, 그동안 신정아에게 1억 원에 이르는 선인세를 지급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낭설이다. 일반 저자들과 똑같이 계약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저자와 내가 서로 알고 있는 예술계나 출판계 인사가 있긴 하지만 정치권 인사는 아니다”라며“개인적으로 2007년 사건이 터졌을 때 신 씨가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러한 내 태도와 적당한 출판사를 물색하던 신 씨의 상황이 지인들을 통해 서로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또“지난해 8월에 받은 초고는 원고지 8천매 분량이었는데 불필요한 부분, 수위가 높은 부분, 시시콜콜한 부분들을 대부분 저자 판단으로 뺐다”며 “저자가 글을 잘 써 편집작업도 오탈자를 고치거나 소제목을 붙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 책에 나온 일부 인사들이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아직까지 출판사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없다”며“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라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부정적인 인물에 대해 책을 냈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신 씨를) 부정적인 인물로 만들어버린 것은 사람들이지 신 씨 자신이 아니다”며“내용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출간 여부를 고민했겠지만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소명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되짚었다.
안 대표는 인세 등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1~2만부만 팔아도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낸 것”이라며“출판사도, 저자도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월의책은 <4001>을 펴낸 지 하루 만인 23일 초판 5만부를 모두 출고했고, 지금 2만~3만 부 추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다.

이 출판사 한 관계자는“신정아에게 지급된 선인세는 소액이며 인세는 일반적 수준인 10% 정도”라며“신 씨는 초판 판매만으로 7천만 원 가량의 인세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안희곤 대표는 고려원, 김영사, 씨앗을뿌리는사람 등 여러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자 생활을 하다 2009년 사월의책을 설립, <박애자본주의> <파리는 깊다>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등 인문, 예술서를 선보인 바 있다.

신정아는 학력을 속이고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2007년 10월 구속 기소됐다가 1심과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09년 4월 보석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