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서울문화투데이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3

2009-05-18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강 윤 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예전 공자시대의 마흔은 많은 유혹에서 자신을 절제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렸다.
지금 마흔은 시대의 흐름이 절제 보다 각자의 재능을 여전히 발견해야하는 시간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책의 화려한 부록처럼 여전히 존재의 가치를 드러내야 하는 시점으로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시인도 봄이기에 마음이 끌리는 일이 있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이 시대가 그만큼 젊기에, 생각대로 되어가는 세상이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