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권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며 통곡, 시민들 노란물결로 깊은 애도

2009-05-29     이소영 기자

29일 서울광장이 노란 물결로 뒤 덮였다.


오전 9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속속 자리를 잡고 침통한 표정으로 풍선을 불고 노란띠를 매고 완장을 차고 노란종이비행기를 접으면서 노제를 준비했다.

봉하마을에서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이 경복궁 앞뜰에 도착하고 11시 경복궁 앞뜰에서 영결식이 시작되자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세종로 네거리부터 남대문,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인도와 도로에 시민들이 빽빽하게 모여들었다.

서울광장의 시민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보며, 故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모습에 노란풍선을 날리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영결식은 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노 전 대통령의 약력을 소개에 이어 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차례로 조사를 읽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라고 조사를 읽기 시작하자 시민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내비쳤다.

그리고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하자 시민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점점 더 커진 흐느낌과 울음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권양숙 여사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울음으로 들썩였던 영결식장은 뒤를 이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의 장례의식이 엄숙하게 진행되면서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대형 화면을 통해 상영되자 사람들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고장시아 시인의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 낭독에 모두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

헌화에서는 수척한 모습의 권 여사가 다리를 떨며 아들 건호씨와 정연씨, 그리고 며느리가 손녀와 함께 흰 국화꽃을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바쳤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헌화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민들이 격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하지 마라”, “막아라”, “죽어라”, “살려내라”, “사죄해라” 등 야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헌화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영정 앞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김 전 대통령이 헌화를 마친 뒤 권 여사와 악수하며 위로하자 권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소리 내 통곡했다.

영결식 이후 경복궁에서 출발한 운구차량이 서울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운구차에 노란 비행기를 날리며 애도의 물결을 이뤘고 이어진 노제에서 그 뜨거움은 더해졌다.

노제 사전 추모행사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 역시 차분한 모습으로 진행을 하다가 연이은 추모곡과 추모시에 울먹거리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총감독으로 진행된 노제는 시인 안도현과 김진경의 조시가 낭독되면서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어 장시아 시인이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낭독했으며, 안숙선 명창의 조창이 끝난 뒤 서울광장에는 그의 애창곡 중 하나인 ‘사랑으로’가 하늘을 찌를 듯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울먹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통곡하는 모습이 전광판 화면에 나타나자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흘렸다.

1시 50분쯤 서울광장에서 서울역 광장을 향해 출발한 운구차량 양쪽으로는 만장(죽은 사람을 슬퍼하여 지은 글)과 조금이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은 시민들이 줄지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날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등의 모든 일정은 TV생중계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으며, 시민들은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