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마지막 뼛속까지 토건족을 위한 정권

2012-07-02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이른바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지방의 발전과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목적이라는데, 1991년 지방의회의 부활과 더불어 중앙행정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기 시작했고, 1998년 국민의 정부와 2003년 집권한 참여정부, 그리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방으로 권한과 행정력의 분권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준비부족과 역량부족으로 인하여 지방분권의 성과는 미미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재정 독립 및 분권 미비” “중앙권력에 지방권력의 종속성” 이다. 즉 돈과 인사권의 독립과 권한 없이 지방분권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2013년 5월까지 한시적기구이다 보니 나름대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녹녹치 않다. 사실 지방분권의 가장 큰 핵심은 “경찰 권력의 분권” 즉 자치경찰제 도입일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돈과 인사권에 이어 중앙집권의 가장 큰 폐해인 공권력 즉 경찰 권력의 지방이양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경찰 권력의 지방이양은 집권세력이나 경찰내의 반발로 “지방자치경찰제” 도입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빨리 성과를 내어야 할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정부 부처 내 만만하고 힘이 없는 기관들의 행정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한다고 난리들이다.

대표적으로 고고학적 발굴 조사와 관련된 인하가 사항이다. 사실 고고학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몇 천만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기까지 땅속에 고착되어 있던 고고학유물을 몇 달, 몇 년 정도의 찰나에 불과한 시간에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은 단 기간의 훈련이나 경험 없는 행정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고고학조사의 허가와 발굴조사기관의 인허가까지 지방에 이양한다면 무면허운전자에게 운전면허증 교부권과 단속 기능까지 모두 준 꼴이 된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면 최소 3년간은 개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고고학조사와 관련된 매장문화재법은 개정된 지 1년도 안되었다. 국회에서 정한 입법제도를 대통령령으로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며, 헌법에도 위배된다.

얼마 전 곧 완공될 숭례문의 관리권을 두고 서울시와 중구는 전문 인력이 없다며 숭례문 관리권을 국가(문화재청)가 맡으라고 억지를 부린 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예산과 인력이 가장 풍부한 서울시조차도 건물(숭례문) 하나 관리하는 것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하물며 수 만 수 천 수백 년 동안 땅속에 있던 고고학유물의 조사허가나 보존방안, 심지어 조사기관의 설립 인허가까지 넘기겠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결국 고고학적 발굴 조사와 관련된 인하가 사항의 지방이양은 현 정권이 소수 토건세력에게 베푸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역사와 문화의 진정성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방안으로서의 지방분권이 아니라 마지막 뼛속까지 소수 토건세력의 배만 불리겠다는 아집에 불과하다.

이 정권은 소수 토건세력들을 이용해서 실용과 지방분권을 무기로 자손만대로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강산을 마음대로 유린해왔다. 이미 전 국토를 유린하며 실패로 결정되어가는 4대강사업이나 제주강정의 해군기지사업, 아라뱃길 사업, 지리산 댐 등등 어느 하나도 역사와 문화유산 앞에 겸허한 마음이 없는 정부다.

다시 말한다. 수억 년 동안 형성된 지구의 역사와 환경 앞에 지금 있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써 버리거나 개발해야할 명분이나 권리는 없다.

무조건 건드리지 말고, 최소한의 호흡만 하고 가는 순리를 배워라. 하긴 그걸 모르는 군상들이니 뭐라고 할 말은 없다만,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역사의 죄인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