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80]프라움악기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악기 전문박물관

2012-09-17     한국박물관연구소

한강 강북강변로를 타고 천호대교를 지나 우측에 아차산을 끼고 구리시계로 접어들면 서울을 벗어남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와 근교의 한적한 풍광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목의 힘까지 이완시키게 한다.

‘태극기의 도시’, ‘고구려의 기상’을 정체성으로 하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의 또 다른 모습은 코스모스다. 이 쯤 구리시에 속해있는 한강고수부지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수 만평 코스모스 군락은 ‘누가 우리를 가냘프다고 했나?’ 항거라고 하듯 바람결에 맞춰 정확한 오와 열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나제동맹(羅濟同盟)에 맞서 5세기 남하정책을 펼친 고구려 군대의 한강 도하 직전의 결연함을 보는듯하다.

탁 트인 한강은 지하철과 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새롭게 조망되고 있는 남양주 덕소를 지나서도 이어진다. 덕소를 좌측에 두고 팔당 쪽으로 내달리다보면 한강변에 바로 나타나는 곳이 프라움악기박물관이 있다. 관명의 영문자인 PRAUM은 pr(pride, 자부심)+raum(독일어로 ‘공간’을 의미함, *r은 2번 들어간 것으로 해석)의 조합 형태로 ‘자부심을 가지고 마음껏 공간을 제공한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단독 건물로 되어있는 박물관은 비교적 규모가 크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 오후에는 햇볕마저 등지고 있어 진입로가 있는 북쪽에서 바라보는 박물관은 차라리 위압적인 느낌마저 준다. 비교적 너른 진입로와 주차장, 박물관을 몇 발치 앞에 두고 위치한 우측의 서양식레스토랑은 전체적인 박물관의 이미지를 권위적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프라움악기박물관은 서양고전악기를 전문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 올 가을로 1주년이 되는 샘이다. 2개 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에는 각각 1개씩의 상설과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수장고, 학예실, 세미나실, 소강당, 시청각실, 관장실이 있다. 특히, 시청각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어 그 활용도가 높다.

1층과 2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은 건반악기 존, 타악기 존, 현악기 존, 관악기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밴자민 브리튼의 소장 피아노, 비욤의 메시아 등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감상하는 전시에서 벗어나, 타악기 존에서는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있어 어린이들에게 연주자로서의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획전시실(1층에 위치)은 다양한 형태로 기획된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개최되고 있는 전시는 <현악기 제작과정>전(9월 2일~)으로 국내 유수의 현악기 제작사인 "정현악기"의 협찬으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현악기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제작에 필요한 부품, 현악기에 필요한 재료를 한 눈에 살펴보실 수 있다. 원목으로부터 출발하여 완제품까지의 주요 과정 전체를 이곳에 옮겨 놓았다.

한편, 2층에 위치한 콘서트홀에서는 정기적으로 수준 높은 음악공연이 열려 지역민들과 관람객들에게 고품격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 제공되는 각양각색의 공연은 박물관 개관이 1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잘 알려져 늘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립박물관이지만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이러한 공연은 박물관은 물론 덕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대표 문화콘텐츠로도 곧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용 전시감상 교재도 마련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전시 이해를 돕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박물관 교육 분야의 권위 있는 교수와 연구진을 투입해 연령별, 단체별, 학령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과 전시가 접목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의 부대공간으로는 레스토랑이 있어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문화와 함께하는 여가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간단한 문화상품코너도 운영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박물관 전면에 있는 너른 잔디밭은 시원하게 트인 한강과 접해있어 관람객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하고 있으며, 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놀이공원역할을 해 주고 있다.

특수박물관인 프라움악기박물관은 서양악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전시하고 연구와 교육이 접목된다면 미래 박물관이 지향하는 하나의 모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504-41, 문의 031-521-6043

한국박물관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