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평론]강동아트센터의 관객모독

2013-05-03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서울의 문화지도로 볼 때 강동구 상일동에 자리 잡은 강동아트센터는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물론이고 대학로 예술극장과 장충동 국립극장, 역삼동 LG아트센터, 서초동 예술의 전당 등 중요 공연장들로부터 한시간 너머 떨어진 곳이고 지하철역도 가깝지 않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면서 동부서울의 명품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쾌적한 공연장 주변 환경을 유지하고 차별화된 공연프로그램으로 승부해야 할 곳이다.

무용중심극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극장(한강)과 소극장(드림), 전시장과 야외무대를 골고루 갖춘 공연장 인프라를 활용하여 강동아트센터가 개최하는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GDF)은 야심적인 기획이라 할 수 있었다.

금년 2회를 맞는 페스티벌(4.21~5.19)은 국내최초로 전국규모 대학무용제를 창설하고 월드댄스와 전시학술행사를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등 종합무용제로서의 골격을 갖추면서 무용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4월 26일(목)은 페스티벌 개막공연인 ‘통(通)’이 열리는 날이다. 국수호디딤무용단의 <북의 대합주>, 안성수 픽업그룹의 <몸의 협주곡>과 유니버설발레단의 <This is your life> 등 3개 공연이 8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티켓은 R석이 40,000원이고 가장 싼 A석이 20,000원이었다. 객석은 꽉 찼다.

조명이 꺼지고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 앞에 갑자기 홍보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구의회의장, 무용협회장 등이 보내온 축하메시지였다. 그 다음엔 사회자가 등장하고 강동구청장이 소개되었다. 개회선언에 앞서 그의 긴 개회사가 시작되었다. 페스티벌을 위해 예산지원 등을 협조해준 구의원들의 참석을 알리면서 박수를 유도했다.

대학무용제의 시상식이 다음 순서였다. 결선에 참가한 9개 팀의 대표와 안무자들로 무대가 가득 찼다. 5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팀이 호명된 후 상금이 전달되고 기념촬영이 줄을 이었다. 공연 프로그램이나 안내 팸플릿에 전연 나타나지 않았던 예기치 못한 행사에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한 유료관객들은 모두 들러리였다.

그 뒤에 차례로 공연된 세 작품은 모두 몇 번씩 본 작품들 뿐 창작공연은 없었다. 금요일 저녁시간을 빼내어 개막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무용가와 관객들에게 비친 이날의 풍경은 제목그대로 ’강동아트센터의 관객모독‘이었다.

강동댄스페스티벌이 동부서울을 대표하는 종합무용제로서 정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점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로 행정과 예술이 분리되어야 한다. 예산지원과 관장임명은 구청의 소관이겠지만 공연프로그램 선정과 심사, 진행 등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예술가들에게 맡겨져야 한다. 둘째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모다페(MODAFE), 서울무용제, SI Dance등 기존무용제와 차별화된 GDF의 특성을 찾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운영진의 면모가 일신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로부터 참신하고 특성화된 축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로 경연으로 치러지는 대학무묭제는 어느 무용제보다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원금 5천만원이 세금임을 명심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채용하여 심사위원명단과 위원별 점수를 공개하고 심사과정과 선정이유를 투명하게 밝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