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제7사단,독서경연대회 수상작 ①

최우수작, 일병 최재만 <마지막 길을 함께한 군인>  

2013-08-21     김지완 기자
 

"장병들이 책과 친해지게 합니다." 책과 친해지면 꿈과 목표를 갖게 되고,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이는 육군 제7사단(사단장 구홍모) 칠성부대가 펼치고 있는 <Army Book Start>운동의 취지다.(본지 5월8일자 인터뷰-이형주 육군 제7사단 감찰참모, 참조)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이 단순히 국가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육군 제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군 복무기간동안  독서의 즐거움을 깨우치게하고 더 나아가 ‘청춘’의 장병들이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Army Book Start>운동은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후감을 통해 글쓰기 훈련은 물론 독서를 위한 동기유발과 군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도 선물한다.이형주 감찰참모의 제안으로 시작된 <Army Book Start>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후감 경연대회는 지난 2010년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까지 8회 째를 맞고 있다.지난 4.1일부터 6월30일까지 마감된 제8회 독후감 경연대회에는 일선장병을 비롯 군 간부들이 함께 참여해 총 500 여편의 독후감이 출품됐다.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친 10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육군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을 지지하며 그간 책보내기를 통해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제 8회(4. 1∼6. 30) 독후감 대회 수상작들을 차례로 게재키로 한다. -편집자 


시상상은 독서 분위기 장려를 위해  수상 장병들에게 책과 함께 각 장병들이 소속된 분대 전체의 포상 외출증 등이 주어진다. 시상내용은 아래와 같다.
 ▲ 최우수작 : 사단장 상장, 양서 3권, 분대 포상 외박증,  회관 이용권 10만원
 ▲ 우 수 작  : 사단장 상장, 양서 2권, 분대 포상 외박증, 회관 이용권. 5만원
 ▲ 장 려 작  : 사단장 상장, 양서 1권, 분대 포상 외박증
 ▲ 입 선 작  : 사단장 상장, 양서 1권, 분대 포상 외출증

 

★최우수작★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군인>
                                                                                                                

                                                                                본부근무대 일병 최재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사춘기’라는 성장통을 한번쯤은 겪는다. 그 성장통은 굉장히 아플 수도 있고, 간지러울 수도 있고,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사람들마다 사춘기가 찾아오고 떠나가는 시간이 다르지만, 나는 요즘 군대에 와서 쓸모없이 내가 만들어낸 스트레스와 싸우고 혼자 지쳐가며 제 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미운 내 모습을 상상해보고 나도 바뀌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선임, 동료, 후임들과 상담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혼자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읽기를 다짐하고 병영도서관을 찾았다. 그곳엔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있었다. ‘이기는 습관’, ‘미래를 읽는 힘’, ‘창조적 대화론’등등 거창하고 두꺼운 책들이 널려있었다. 그러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좋은 생각’이라는 월간 책이었다. ‘좋은 생각’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했거나 만든 이야기들을 묶어놓은 책이다. 그 중 처음 읽은 이야기는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군인’이었다.

책의 내용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뒤 상여를 메고 장지로 향할 때였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서 알아서 하고, 상여가 나가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그때 당시엔 누군가 돌아가시면 관을 싣고 장지로 가곤 했다. 주인공은 하염없이 눈물을 흐르고 정신없었다. 그 와중에 동네 어르신들이 장례 절차를 다 준비해 주셨지만 상여를 짊어질 상여꾼이 없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가장 나이 적은 분이 예순을 한참 넘기셨기에 상여꾼 구하기가 힘들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동네 어르신들이 상여를 메고 올라가시는데 아니나 다를까, 산 중턱에 있는 장지까지 가기엔 무리였다. 삯을 주고서라도 사람을 구했어야 했는데 그럴 형편이 여의치 않았고, 돈이 있다 해도 젊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어르신이 벌집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뒤따르던 상여꾼들이 벌들에게 쏘이고, 결국 휘청거리던 상여는 반도 못 올라가고 멈춰야만했다.

그때였다. 건너편 산에 있던 군인들이 우리 쪽으로 향했다. 중대장인 듯한 인솔자와 병사들이 땀을 흘리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멀리서 훈련하다 장례 행렬이 눈에 띄어 유심히 본 모양이었다. 훈련받기도 힘들 텐데 이곳까지 와서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군인들은 전투화를 졸라 메고, 상여를 동여 메고 순식간에 올라갔다. 한발 한발 올라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자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가 아니라 고마워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주인공은 얼굴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 흐르고, 그 땀으로 전투복이 젖어 가는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힘든 내색 없이 장지까지 올라가는 젊은 군인들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한 군인은 부모님 생각이 났는지 울먹이기도 했다. 상여를 따라 석관을 들고 올라가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군인들이 도와주었다. 땅속에 아버지를 누이고, 칠성판을 덮고, 흙을 한 삽 두 삽 털어 낼 때 군인들이 하나둘씩 흐느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그저 상여를 메 준 인연이 다인데 마치 오래 알았던 사람들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해 주는 마음에 감동했다. 아마 주인공의 아버지는 외롭지 않으셨을 것이다. 군인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고단한 생을 마감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다.

일단 제목부터 ‘아버지’와 ‘마지막 길’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두려움을 느꼈다. 항상 곁에 계시고, 당연하게 곁에 계셔서 평소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책에 있는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상상을 해보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여태껏 내가 아들노릇을 했나 반성도 해보았다. 효도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못했을까? 평소에 ‘앞으로는... 앞으로는...’이런 다짐을 무심코 해왔었는데 이제는 그럴 뭉클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평소 아버지께 자주 전화를 드리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어리광이 아닌 진짜 군인다운 모습으로 나가서 믿을 만하고 어디서 누구한테나 자랑할 수 있는 아들이 되겠다고 깊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야기 중간에 군인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요즘 주말마다 나가는 자원봉사 페스티벌이 생각났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저 봉사활동 시간을 주니까, 어차피 나중에 어딘가 쓸모가 있으니까 억지로 꾸역꾸역 하던 봉사활동이었다.

그러나 계속 참여하다보니 매일 똑같은 군부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서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히는 시간이 되어갔다. 물론 자원봉사를 나가서 흥청망청 노는 것도 아니지만 진짜 억지로 하는 군대 속 작업이 아닌 이름 그대로의 자원봉사를 하여서 나름 뿌듯함도 느끼고 별것 아닌 것을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속의 군인들도 아마 나랑 비슷했을 것이다.

훈련 속에서 지쳤어도 나의 작은 귀찮음이, 나의 작은 노력이 남에게는 엄청난 도움과 감동이 되고, 그 모습을 보며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말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보람차다, 뿌듯하다’라고 글을 쓰고 말해봐야 상대방은 그 감정을 못 느낄 것이다. 나는 그런 전우들에게 만약 평소 하는 게 TV보고 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가고 PX에서 시간 때우는 것이라면 일단 한번쯤 나가서 느껴보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짧은 독후감을 쓰면서 많이 변화된 나를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 한 번 가슴속에 새길 수 있게 되었고, 사회에 있을 땐 시간이 남아도 뭘 할지를 몰라서 멍하게 있거나 의미 없이 보내는 나였는데, 동아리 활동시간을 이용하여 규칙적으로 하루하루 작은 목표라도 세우고 무언가를 하다 보니 학교 숙제가 아니면 펴보지도 않는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고 조금씩 재미를 붙여 독후감까지 써보았다. 나의 작지만 엄청난 습관이 생긴 것이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이 어렵고 심오하고 유명한 베스트셀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겐 이 책이 그 습관의 시작이자 긍정적인 힘을 주는 진짜 베스트라고 느끼는 책이었다.

끝으로, 군대를 기분 좋게 오는 전우들은 드믈 것이다. 하물며 군대라는 틀 안에서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사람은 더더욱 드믈 것이다. 나는 군대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전우들에게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한 자습서도 좋지만 가슴이 따뜻해지고 내 걱정과 불안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게 해주는 각자 자신만의‘베스트 책’ 한권씩을 추천해주고 싶다. 그 책 한권으로 인해 제 2의 사춘기를 좋은 방향으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인‘좋은 생각’처럼 전우들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가득차서 항상 웃는 모습으로 힘찬 병영생활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