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팝아티스트 김일동] 자유롭고 동양적인 팝아티스트, 코인맨 시리즈·달마·시공상상도...등 원형에 덧입힌 유쾌한 확장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과 구조적 시스템화의 산물

2013-09-12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정리 고무정 기자

김일동 작가의 전시 ‘맛있는 세계 미술여행’ 이 오는 10월 13일까지 산토리니서울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 붙은 ‘맛있는’ 이라는 수식은 ‘코인맨’ 쿠키를 나누어주기 때문인데, 코인맨은 사람들의 소비로 순환하는 동전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이다.

유통과 순환에 따라 모습이 변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동전처럼 코인맨은 세계 곳곳 랜드마크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함께하는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시장 바닥에 그어둔 선들을 따라, 이리저리 체험을 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퍽 재미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 김일동 작가는 작품 자체에서의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일까. 김일동 작가가 추구하는 모습 중 하나가 제프 쿤스[Jeff Koons](미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와 같이 갤러리에 갇히지 않으며 작품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는 ‘즐거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다소 상업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건을 일으키고, 그 자체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현대 미술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의 현대미술가)와 같은 모습도 그중에 있다. 그래서 그의 전시는 항상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경쾌한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교육적인 컨텐츠를 가미해 델로스, 양재영 작가와 공동작업한 이번 전시에 김일동 작가는 ’미술의 에너지가 대중과 만나며 값어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 라며 ’미술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달마대사와 햄버거

이렇듯 그의 작품은 즐겁고, 발랄하고, 경쾌하다. 그리고 동양적 색채가 짙다. (이번 코인맨 작품에선 그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못했지만.) 이는 그가 동양화를 전공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양적 가치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그의 시선이 작품으로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 호불호의 주관성을 띄는 동양 철학에 매혹을 느낀 그는 ‘108 달마도’ 작품으로 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일동 작가의  세상은 주관적인 음의 시각과 객관적인 양의 시각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대상에 자신이 비교당하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사실 비교는 자신의 외부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거나 자신이 가진 것에 행복하면 비교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동양의 주관적 ‘음’의 정신성은 현대 사회에서 크게 무력해진다.

단적인 예로, 현재 우리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브랜드’ 는 ‘내가 가진 것이 저것보다 못하고, 현대차보다 BMW가 더 좋다’는 식으로 비교를 강요하는 현대의 물질적 ‘양’의 시각이다.

이러한 음과 양의 시각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면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일례로 정신적이고 주관적인 ‘음’의 시각에 치우치면 객관적인 범위 내에서 소통하지 못하고 답답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물질적이고 객관적인 ‘양’의 시각에 치우치면 물질에 속박되어 끌려가는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두 가지, 양과 음의 조화에 대한 메시지를 건네는 작품이 바로 ‘108 달마도 시리즈’이다. 정신성을 상징하는 해탈 달마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햄버거가 조화를 이뤄, 햄버거를 먹고서 짓는 달마대사의 익살스런 미소가 김일동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고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 이러한 재미있는 상황을 펼치곤 하는 그의 작품들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에 정확히 해당하겠다.

시공상상도(時空想像圖)-기계화된 고전으로 전하는 현대의 이야기

시공상상도 시리즈 중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윤두서의 테마파크2’ 였다. 비스듬하게 앉은 옆모습의 초상을 그리던 당시 그림 풍속과 달리 윤두서는 당당히 정면을 바라보고서 강렬한 인상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그 자화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탄으로 그렸던 상체의 의복이 사라지고 머리만 남게 되어 현대인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된 것이다. 그 당시의 혁신이었던 윤두서의 자화상이 김일동 작가를 만나 새로운 색채로 탈바꿈하게 되었는데, 현란한 색채로 빛나는 ‘윤두서의 테마파크2‘는 가히 온고지신을 넘어 혁신의 혁신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가만히 살펴보면, 탕건의 아래 띠로는 기차가 다니고 눈 주위로는 관람차가 돌며 입은 바이킹으로 전부 기계화된 모습이다. 기계화의 모습은 이 작품뿐만이 아니다. ’Happy Owl’이라는 작품 속 하늘 가득한 별 가운데 서있는 올빼미는 야근하는 샐러리맨들에게 (역설적이게도) 눈물을 흘려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기계가 되어 있고, 초승달이 뜬 밤 트로이 목마와 그 속에서 날이 밝길 기다리는 병사들은 목마의 눈으로 전선이 연결된 기계의 모습을 취한다.

김일동 작가는 이러한 기계화의 모습으로 현대를 설명하려 했다고 한다. 현대는 기계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 둔 기계 속 전자는 정해진 회로로밖에 움직이지 못하고, 그로 인해 기계는 결국 정해진 방법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입력하고, 구체화시켜 더 이상 자유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없는 현대의 특성과 꼭 닮아있지 않는가? 구체화로 스스로를 속박하고, 복잡해진 현대를 나타나기 위해 김일동 작가는 ‘너무 밀도가 높은 나머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기분을 간직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무엇을 느끼려는지 형식을 머릿속에 만들어 두고 그린 그림은 관객도 그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데, 그의 시공상상도가 지닌 과한 복잡함은 이러한 이유에서 그런 것이다. 다음은 시공상상도에 대한 그의 작가노트 중 일부이다.

"3차원의 structure(구조) 속에 the mechanics (일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만들고, 마침내 system(체제)로 완성하게 되며, 이렇게 하나가 끝나면, 또 다시 그 행위를 반복한다. 점점 섬세해지고 디테일 하게, 끝없는 이분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 인간은 발전 이라는 명분을 행하기 위해 본연의 것에 대한 망각을 지향한다. 동시에 모든 것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며, 그 속에 희, 노, 애, 락, 인간사의 모든 습성의 작용들로 마찰된다."

트로이 목마 그림의 해석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보다 자세하게 이해해보자. 하늘에 뜬 초생달은 다음날 있을 전쟁을 (어찌 보면 죽음을) 기다리는 병사들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낸다. 그 아래의 목마의 눈과 목마 속의 병사들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목마 속 전쟁을 기다리는 병사들이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은 목마의 눈뿐인 것이다.

 

이는 휴대폰으로 얻은 정보로 세상을 판단하려는 우리의 모습과 꼭 닮아있지 않은가? 우리가 직접 느끼거나 스스로 여러 가지 사안 속에서 고민하지 않고,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객관화된 사실만으로 판단하려는 현대인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 여기에 들어있다.

내일이면 산업의 전선으로 나가 돈을 벌고, 경쟁에 지지 않기 위해 계속 휴대폰이라는 플랫폼을 들여다봐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마치 전쟁을 기다리는 트로이 목마 플랫폼 속 병사들과 같은 것이다.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선으로 목마의 눈과 연결된 다른 병사들과 달리 카트리지에서 뽑혀 눈빛을 잃어버린 병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휴대폰이 꺼져, 내일 있을 산업 전선의 경쟁 체제 속 살아남을 준비를 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상징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목마 속에서 치밀한 전략을 짜고 내일의 전쟁을 준비하는 B.C 1200년 경의 병사들과, 그러부터 3200여년이 지나 내일의 산업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휴대폰을 들여다봐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어찌나 닮아있는지! 그래서 이 작품명은 컨템플로리 맨(Contemporary Man, 현대인)인 것이다. 

동쪽에서 해가 뜬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자유로울 수 있다. 빈 그릇에 물을 담으면 컵이고 술을 담으면 술잔이다. 그러나 내 눈엔 이 그릇이 술잔으로 보일 수 있지만, 타인의 눈엔 컵으로 보일 수 있다. 김일동 작가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세상의 온갖 희노애락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물론이고 문화와 문화가, 국가와 국가의 시각의 차이가 충돌하는 접점에서 온갖 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그릇들을 구별해서 이건 컵이고, 이건 술잔이며, 이건 사발이네 하고 정의내리며 구체화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내가 하는 상상이고 내가 만드는 구별이다.

동양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동양 철학이 주관성을 띄는 만큼 동양화의 여백은 자신의 주관적인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동쪽에서 해가 뜬다」 작품 시리즈는 닭이나, 부엉이나, 메뚜기 등을 그렸지만, 으레 다른 동양화가 그러하듯 여백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많다.

그 여백 속에 새가 울고 있으면 우는 것이고, 웃으면 웃는 것이며, 산이 있으면 산이 있고 있는게 강이면 강이다. 구체화로 포화 상태가 된 현대, 디지털 동양화인 김일동 작가 「동쪽에서 해가 뜬다」 시리즈의 여백에 자신의 마음을 비춰 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의 김일동은?

김일동 작가는 갤러리의 범주 이전에 먼저 즐거움을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유쾌하고 발랄하다. 기업들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사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해야 한다. 즐겁고 긍정적인 작품을 생각하는 김일동 화백은  지난 4월에는 BMW에서 콜라보레이션 제의가 들어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BMW 차량을 스케치하는 라이브퍼포먼스를 행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그의 작품에 항상 명분을 걸고자 한다. 이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그 요구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작품을 하는 것이 김일동 작가가 추구하는 바이다. 기업이 제안하는 범주에 갖히면 작품이 답답해지고, 심지어는 작품이 아닌 상품이 되기까지 한다.

잘 그린 영화 포스터는 작품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없다. 상업적인 범주에 갇히지 않은 예술은 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이를 이용하는 것이 사람과 기업가의 역할이다.

이처럼 자신이 자유로이 펼치는 예술 활동을 기업이 이용하도록 하고 싶다고 한다.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그의 작품들이 여지껏 우리에게 탄사를 자아내도록 했던 만큼, 앞으로도 김일동 작가 안의 자유로운 역량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