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철용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 '함께' 문화예술 꽃피워야

신체장애와 능력장애는 달라

2013-10-11     이은영 편집국장

 

셰익스피어, 이솝, 손자, 사마천, 세르반테스, 바이런,  밀턴, 호메로스, 헤르만 헤세, 운보 김기창...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각기 하나씩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 문학가이자 예술가로서 광의적으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빼어난 예술 작품활동을 한 작가 화가 시인들 중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을 뛰어넘는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다.

장애를 단지 불편함을 가진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눈길은 언제쯤 관대해질까? 장애인들은 사회복지 개념에서 그들을 케어한다고 우리사회는 생각한다. 그러나 복지를 넘어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그들을 우리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가 있다. 장애인 최초로 선거를 통해 당당히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철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만나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과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이하장문원)은 1996년도에 문화관광체육부에 정식으로 설립된 최초의 장애인문화예술복지를 다루는 법인 단체이다. 나는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국회의원(제13대)으로 당선된 장애인 의원이다. 당연히 장애인복지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국회의원이전부터) 사회복지만으론 복지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대안으로 장애인복지를 사회복지의 개념을 넘어 문화와 예술로 접근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를테면 가난이 문제가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인도 나라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장애인복지를 문화예술복지로 궤도를 수정했다. 한명의 천재가 나라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도래됐다. 문화예술은 신체장애와는 무관하다. 그 까닭은 신체장애와 능력 장애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신체장애와 능력 장애는 분명히 다르다. 장문원은 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발굴, 개발하여 진흥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장애인도 당연히 사회구성원의 한사람으로 당당하게 문화주체자로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희망세상을 만드는 주역이다. 장애인 가운데 탁월한 예술인을 발굴 교육시키는 일은 그래서 소중하고 시급하게 다뤄야 할 현안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하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지녔다.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수출해야 버틸 수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장애인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100대를 파는 것도 좋지만 문화예술을 자원으로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향이다. 장애인이 힘을 발휘할 좋은 기회의 세기이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문화예술을 꽃 피우는 금상첨화(錦上添花)로 가는 길이 바로 장문원의 역할이며 사명이다.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이 몇 차례에 걸친 장애인의 문화예술복지에 대한 실질적인 활동과 정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계속 열고 있다. 지난 5일에 이어 오는 10일에도 2차 토론회가 이뤄지는데 취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사회복지 수준은 아주 미흡하다. 장애인 문화 복지는 더더욱 미약하다. 우리의 장애인 문화 복지의 현주소는 주소의 형체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위에서 방금 밝혀 듯이 사회복지 개념을 넘어 문화 복지 개념으로 서둘러서 나가야 한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인의 문화예술진흥 즉 장애인 문화 복지를 활기차게 열어가기 위한 과정의 하나이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인 한명이라도 문화예술 방면으로 참여시키고 진출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가능성은 많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토론회이다.

 

 

-지난 5일 토론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오고 갔는가?
오래전부터 이야기 해온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이야기는 난무한데 실제 이뤄지는 것이 별로 없어 답답한 건 여전하다. 그래도 우는 아이 젖 한 번 더 준다는 옛말처럼 장애인문화예술복지라는 큰 틀의 논의는 충분했다고 본다. 장애인 문화예술복지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모아 개념을 쉽게 올바로 정리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는 진지한 자리였다. 꽃이 많이 피면 열매가 많이 열리듯 가능성을 두드리는 적극적인 활동의 한 부분이다.

-지난해 윤덕경무용단과 장애인들이 함께한 무용공연 <내안의 너, 너 안의 너>를 봤었는데 현재 장애인들이 공연예술 중 무용과 연극에 참여하는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
아주 미미하다. 가뭄에 콩 날 정도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엔 미미하지만 나중엔 창대하리라는 믿음으로 여기까지(18년) 숨가쁘게 달려왔다.
문화예술 분야에 참여는커녕 공연관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 장애인문화예술의 자화상이다. 공연관람의 기회를 확대하는 기초적인 일부터 다져 나가면서 큰 틀에서의 장애인 문화예술가들을 발굴해서 교육하고 개발하는 일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장애인 예술단체는 몇 개나 되며 활동과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확실한 것은 파악하지 않았지만 대략 설립된 법인이 10여 곳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밖에 미설립 된 40여개의 단체 등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이뤄가는 장애인 단체 간 교류는 작년부터 적지만 짜임새 있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외부시각과 내부시각은 어떤가?
편견과 차별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렇다. 무지에서 오는 편견이다. 사람은 만민이 평등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약자도 강자도 하나같이 소중하고 거룩한 생명이다. 그래서 함께 귀하게 여기면서 살아야 한다. 삶은 곧 예술이다.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도 예술이지만 그보다 더 고귀한 예술은 삶이다. 이 세상에 삶보다 더 고귀한 예술은 없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은 더더욱 값지고 고귀한 예술이다. 그 까닭은 상처를 입은 조개가 진주를 잉태하고, 부러진 가지에서 옹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상어는 태어날 때부터 부레 없이 태어나 움직이지 않으면 물에 가라앉고 만다. 상어는 물에 가라 앉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런 악조건이 원동력이 되어 바다의 왕이라는 자리를 얻게 된다. 장애는 또 다른 개성을 지닌 삶이다. 장애인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을 꽃 피울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우리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예술은 비장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편견과 차별이 아닌 무지에서 오는 시각이 예술을 비장애인들의 전유물로 만들었을 뿐이다. 잘못된 편견과 생각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겨진다. 장문원의 존재 이유다.

-현재 장애인 예술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 중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맹인가수 이용복/ 지체장애인 조덕배/ 중도장애인 강원래 그리고 본인도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사람들을 썼다. 누구나 죽기 전엔 장애인의 삶을 경험하다가 죽는다. 때문에 모두 다 장애인이다. 이 세상에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큰 소리 칠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지난 번 토론에서 ‘후원회’결성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고 있는지?
지금까지 비영리단체로 부이사장으로 있는 윤덕경교수가 고생을 많이 했다. 장문원이 이제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윤덕경교수(한국무용)의 헌신과 수고이다. 내년부터는 영리단체로 변경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한다. 정부지원은 한계가 있다. 자생적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장애인문화예술복지를 키워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사회적기업 등 많은 사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금도 정치현안에 관련해 가끔 대담자로 언론에 출연하고 계신데 장문연 발전을 위해 정치에 다시 나설 생각은 없는가?
직접적인 정치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바람과 희망을 가감 없이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전달할 생각이다. 지금은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집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대변하려고 한다. 장애인의 소망을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장애인문화예술 진흥개발을 완성지어 나가는 일에 온힘을 다해 매진하려고 한다.

-정부나 국민들에게 바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세상은 싫든 좋든 더불어함께 살아야 한다.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신체장애를 능력 장애로 매도할 시간도 없다. 신체장애를 능력 장애로 여기는 바르지 않은 생각은 한마디로 무지의 탓이다. 장애인도 나라의 자원이라는 올바른 인식을 가질 때 더불어 잘사는 희망세상을 열어 갈 수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 가리지 말고 모두를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나라가 잘 굴러가고 국제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덴마크의 예를 들어 보겠다. 덴마크는 청각장애인의 보청기를 잘 만들어 수출하여 나라경제를 보탠다. 텐마크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효자 상품으로 보청기 수출을 꼽는다. 어느 나라든 개발하려고 들면 무궁무진하다. 누구나 병들고 늙는다. 병들고 늙으면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장애인 문화예술복지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무시 할 수 없는 긴급현안이다. 사랑이 곧 더불어 삶의 원천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이 녹아든 더불어 삶이란?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고 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희망세상을 의미한다.

-앞으로 장문연의 활동과 미래계획을 들려 달라.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공연을 더욱 확대 발전 시켜 나갈 것이다. 창작의 모태는 모방이다. 모방의 시작 없이 창작의 끝은 없다. 이를테면 공연관람을 통해서만이 새로운 창작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장애인에게 공연관람의 기회를 확대시켜나가는 기초 작업을 해나가고 아울러 장애인 예술인을 발굴하고 교육하여 문화예술 방면으로 한명이라고 많이 진출시키는데 온 정성을 쏟겠다. 장애인이라고 천재예술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장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가로막는 곳곳에 가로막는 장애물이 문제이다. 처처마다 쳐진 덫을 거둬내는 일이 우선이다. 접근권리 즉 이동권리가 자유로워야 한다.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집에서 공연장까지 가는 것 자체가 극기 훈련을 방불케 한다.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장벽이 겹겹이 가로막혀있다. 집에서 공연장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현재 많이 미흡하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