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보다 더 나쁜 ?

2009-07-10     편보경 기자

경상남도에서 초등학생도 이해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경남도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8~17일 창원과 마산ㆍ진주ㆍ김해 등 도내 4개 도시에서 세계합창대회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런데 국제적 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동네잔치에 그칠 전망이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전 국민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대회조직위는 당초 민간 협찬금을 포함해 도비 55억, 국비 20억 등 모두 95억 원을 책정했으나 협찬금이 한푼도 들어오질 않아 85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것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데, 그것도 모자라서 행사 주최인 인터쿨트르 재단에 주최 비용 전액 47억 원을 이미 지불했다고 한다.

도는 이마저도 20만 유로(약 3억5천만 원) 정도를 깎고 지급한 것이라고 한다. 재단이 처음에 세계 80개국, 400여 개 팀을 참가시키겠다고 해 놓고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개국, 165팀(외국 67팀, 국내 98팀)밖에 유치하지 못했고, 환율이 변동되었다는 명분을 내세워 간신히 깎았다고 한다.

행사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반액도 아닌 전액을 다 지불한 것도 우습거니와, 계약서를 보면 더 어이가 없다 한다.

계약서를 보면, 경남도가 행사의 기획·준비·조직·실행을 위해 300만 유로를 재단에 선납하고 불가항력으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게 되면 ‘상호 협의’해 처리하도록 돼 있을 뿐, 인터쿨투르 재단이 기존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나 해외팀 참가 저조로 흥행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조항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참가자 숙박비 등으로 313억 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으나 참가자가 크게 줄면서 이마저도 187억 원으로 준 상태다. 이중 163억 원은 관람객의 숙식비와 기타경비로 책정되어 있어 그나마도 보장받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경상남도가 행사를 위해 책정한 금액은 7억 원이 준 88억 원일 뿐이며, 이미 행사 주최인 인터쿨투르 재단에 전액을 지급해 버렸으니 경남도가 책임져야 할 총상금의 절반인 10만 달러까지 생각한다면 완전 ‘쪽박 신세’다.

비단 돈 문제만 큰일이 아니다. 참가를 신청한 67개 외국 팀의 경우 중국 16팀 등 아시아권 참가팀이 50팀이어서 ‘세계대회’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팀도 전체 98팀 중 절반이 넘는 50여 팀이 경남지역 초·중·고교 합창단이어서 국제대회가 동네잔치냐는 식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전문 합창단과 아마추어 합창단이 치르게 되는 대회 종목은 다르나 이런 상황은 국제합창제라기엔 너무 함량 미달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음악계에서는 상업성이 짙고 몇 차례 사기 의혹까지 받아 ‘말이 많은’ 인터쿨투르 재단을 경남도가 무슨 이유로 선택했는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수준 높은 합창단이 참가를 꺼릴 것이란 음악인들의 조언이 많았는데도 경남도가 대회 유치를 강행했다. 좋다. 국내에 아직 스케일이 큰 합창 행사를 담당할 만한 공연기획사가 없다고 판단해 인터쿨투르 재단을 굳이 선택했다면, 최소한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제재 조치는 계약서에 남겨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계약서를 만든다면 최소한 ‘네가 잘못했을 경우’와 ‘내가 잘못했을 경우’에 대한 조항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또한 기자의 머릿속에 옛날 말이 떠오른다고 탓할 수도 없다.

“세금 도둑질하는 ?은 김일성보다 더 나쁜 ? 이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