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전통공예 희망의 빛… 제주 ‘본태박물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 필요
2012년 겨울, 제주에 첫 문을 연 현대와 전통이 하나 된 박물관 ‘본태박물관(관장 김선희)’을 소개하려한다. ‘본래의 형태’란 뜻에서 본태(本態)라는 박물관 이름을 갖고 있는 이곳은 서양의 현대미술품과 우리의 전통 공예품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일본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73)가 설계한 공간도 삼각의 공간과 사각의 마당이 어우러져 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필자가 이곳을 주목한 이유는, 고(故)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69) 씨가 40여 년을 현대가(家)에서 수집해온 소장품으로 박물관 전시실을 채워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박물관 행사에 유명인사가 대거 참석했다고 해 이슈를 모으려는 것도 아니다. 개관 1년이 지난 본태박물관의 전시품인 우리 전통공예가 민속박물관을 벗어나 현대 전시와의 융합이 가능한 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전통공예 융합전시는 박물관 사상 국내 최초기에 개관의 자취는 짧지만 자신 있게 내딛은 박물관을 첫 발걸음은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박물관을 찾은 것은 지난 12일이었다. 여직 개관기획전 ‘아름다움을 찾아서’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 동안 SK 리조트 건설 관련 박물관 조망권을 비롯한 연못 설계에 대한 주장 등으로 불편한 잡음을 만들기는 하였어도 공예품 전시실에서는 우리 전통공예의 가치가 빛을 보고 있었다. 본태박물관의 공예 전시품은 책장이나 탁자, 문갑, 소반 등의 목공예부터 보자기, 조각보, 매듭, 자수 등 여성용 장식구과 가구류, 도자기류도 포함하고 있다. 전통공예가 그러하듯 의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공예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에 흥미를 더하는 것은, 2전시실에서 서양의 현대미술품과 디자인 수공품을 관람하고- 1전시실에서 본격적인 전통공예를 관람하는 데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고, 시기에 따른 변화들도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공예는 왕실이나 사찰의 의례용으로 쓰이거나 일상용품으로 사용되어왔다. 삼국시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의 기술이나 그들이 다루는 재료를 중요하게 여겨 당시에도 중앙관청에서 관리하였으나 중기에 가서 장인의 수취와 처우로 인해 점차 기술의 질이 떨어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박물관 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들은 다수가 조선시대 수공품들로 사라져가는 전통공예 ‘원형’에 대하여 면밀히 살펴볼 만한 유물이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그 간 수집한 공예품을 분류하여 나열하는 전시가 아닌 우리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자료로의 진정성 있는 연구 뒤에 대중과 현대가 융합되는 전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공예품이 최적의 시스템에서 관리, 전시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 전통공예 분야는 현대로 오면서 그 쓰임이나 기능이 소멸해 공예품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를 만들어내는 장인(匠人)들도 기계화에 의존하려들거나 원재료의 단절로 제작이 아닌 재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본태박물관에서 갖춘 최상의 시스템이 한국 전통문화에 커다란 획을 그어주길 간절히 바라며 지속적인 전통공예와 현대와의 융합 전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