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재환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회장]사립박물관 처참한 실태, 정부예산 확보해 타개 포부 밝혀

국공립박물관 무료 운영 지적… 사립 지원 함께 이뤄져야

2014-12-02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지난 10월, 김재환 무릉박물관장이 한국사립박물관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전국 16개 사립박물관장이 모인 가운데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 8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재환 신임회장은 강원도 원주에서 17년째 무릉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박물관협회장, 치우민족무예전수연구회장, 24반무예경당연합회장, 한국사립박물관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은 선진화된 외국의 사립박물관에 비해 오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사립박물관 정부지원 등의 문제점에 대해 일갈하며, 사립박물관에 대한 정당한 운영평가, 공평한 예산 지원 등을 촉구했다.

또한 현재 전국에 사립박물관은 400여 개에 이르지만 그 중 원활히 운영되고 있는 곳은 열 손가락에 꼽는다고 말하며, 사립박물관장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축적되는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정부차원의 지원은 거의 미미하다보니 그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발로 뛰어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그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지난달 한국사립박물관협회 제 8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껏 박물관을 운영해오긴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업무일 테니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립박물관들 정말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들 콜렉터로 시작해서 좋은 마음으로 뛰어든 건데 처음 생각이나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고들 하신다. 이게 생존문제로까지 이어지다보니 마음 아픈 상황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게 됐고,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사립박물관협회에는 160개에 가까운 회원 사립박물관들이 가입돼 있다. 협회의 역할을 더욱 보강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 달라.
“사립박물관의 가장 큰 과제는 정부로부터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이다. 지금껏 문체부에만 매달려있었다면 앞으로는 다른 부처를 직접 발로 뛰어다닐 계획이다. 우리 협회는 예산을 받을 자격도 되고 여건도 된다고 자부한다. 당위성을 보여주고 설득한다면 예산을 끌어오는 게 충분히 가능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열심히 뛰어다닐 테니 지켜봐 달라.”

-그렇다면 지금껏 사립박물관이 지원을 받지 못한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사립박물관들 스스로도 박물관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신경을 써야한다. 몇몇 사립박물관은 이게 과연 유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수선하게 전시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 관람객이 보기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물관 스스로도 일반 관람객들에게 유물의 가치를 잘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형광등 조명 아래 서적, 옷감 등을 전시하는 등 유물 관리 및 보관에 너무나도 무지하고 무신경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물 수집에만 신경을 썼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무신경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숨겨져 있던 유물을 발굴해 사립박물관을 세우고 그걸 전시해 공공화한 것은 국가에서 못한 일을 개개인이 해냈단 것으로, 그것에 대한 깊은 의의를 먼저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정부예산에서 유물보존에 관련한 예산도 지원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박물관으로서의 제대로 된 면모를 갖추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일 수 있으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거다.”

-정부지원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예를 들어 자신보다 더 늦게 시작한 박물관이라든가 혹은 질적인 면이나 시설적인 부분에서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박물관이 예산을 받으면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고, 반발심이 생긴다. 각자 돌아가는 예산이 줄어들고 자부담 비율이 더 늘어나더라도 예산이 여기저기 골고루 나눠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물관 허가 규정, 제도 등 정부의 허점도 있다. 박물관이라는 곳은 본디 옛 유물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곳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50년 이상 된 유물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에서 그런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간혹 허무맹랑한 곳을 박물관이라고 등록허가를 내줄 때면 허탈하기도 하다.”

-운영난에 허덕이는 사립박물관이 대부분이다. 밑 빠진 독과도 같이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어떻게든 박물관을 지키려고 한다.
“평생 번 돈을 쏟아 붓고, 그게 다 떨어지면 나중에는 빚을 내서라도 유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한 관장님은 서울 아파트 수 채 팔아서 그 돈을 다 들이부운 분도 계시다. 이제 와서 그만둘 수가 없으니 결국 빚까지 내는 상황에 이르는 거다.”

-공공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실제로 와 닿는 이야기인가?
“많이들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상일 뿐이다. 지자체에서도 문화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심지어 임기 동안 문화박물관 한 번 둘러보지도 않은 지자체장도 있다.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는 거다.”

-해외 사립박물관과 비교해본다면?
“활발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사회기업들과의 매칭을 통해 기업들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사립박물관은 후원을 받는 제도가 있다. 또한 박물관장의 위상도 높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사립박물관장에 대한 대우는 너무도 열악하다. 박물관장들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물관부터도 관장들을 대접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대우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토록 어려운 여건에서 국공립박물관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유로로 운영 중인 사립박물관과 비교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무료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 국민세금으로 보조되는 것이잖나. 국립은 시설이 사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고 뛰어난데 애초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관람객들은 사립박물관을 둘러보곤 이 정도 해놓고 돈을 받느냐고 하는데, 그때의 비애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현재 국립박물관은 외국인관람객마저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데, 이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공립은 무료로 운영되며 사립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 사립박물관장들은 너무도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상도의라는 게 있지 않나. 사립은 나 몰라라 방치하며 국공립은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건 어려운 사람은 죽으라는 걸로밖엔 받아들일 수 없다. 국립이 너무 잠식하니 그 사이로 사립이 들어갈 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매달 ‘문화의 날’이 운영되며,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원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화의 날’ 운영에는 참여하라고 한다. 아무리 하루라지만 겨우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하루 동안 운영비와 인력 등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문제다.”

-강원도 원주에서 무릉박물관을 17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박물관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봉제공장을 운영했는데, 우연히 인사동을 찾았다가 어마어마한 유물책들을 보게 된 후 여기에 빠져들게 됐다. 그냥 좋았다. 누구도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쾌감이 있었다. 처음부터 박물관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전통무예를 계속 해 왔었고, 서울을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쉬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원주로 내려갔던 거였다. 그러다가 폐교를 보게 됐는데 터가 넓어 운동도 하기 좋고, 지금껏 모은 유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좋아 보이더라. 서책, 서예 글씨 등을 모아 전시해왔는데 아무래도 관람객들이 어려워해서 요즘에는 불교유물, 고서화 등을 더해 3개의 전시실로 운영 중이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1만여 점의 유물을 전시 및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한 마음을 느꼈으면 해 이름을 무릉박물관으로 지었다.”

-관람객 수는 어떻게 되나?
“연평균 1만5천 명에서 2만 명가량 된다. 군사지역이라 군인들이 많이 찾고 단체 관람객, 개인 관람객 등 다양하다. 특히 군인들이 찾을 때면 국수 등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난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인 걸 반대하면서도 정작 나는 무료로 운영 중인데, 이유는 폐교에다 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하다보니 아무래도 내 스스로 시설적인 면에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 관람객들도 부담 없이 편하게 보고 가시라는 뜻에서 무료로 운영 중이다.”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과 보람이 됐던 기억이 있다면 말해 달라.
“학예인력 채용이 어렵다. 중앙에는 공급이 많지만 아무래도 지방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한 명 찾기도 너무나 힘든 상황. 인력예산이 지원이 되더라도 정작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으니 참 난감하다. 보람이 있을 때는 구하기 어려운 유물을 구해 관람객에게 공개할 때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물관은 문화적인 면도 있지만 교육성도 강한 곳이다. 각각의 유물과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배우고 즐기면 되는 거다. 또한 동시에 인성교육, 예절교육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내다보고 있다. 많은 분들께서 유물 하나하나를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그 유물만의 고유의 이야기와 특성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김재환 프로필

현재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회장, 무릉박물관 관장 / 도박물관협회 회장, 치우민족무예전수연구회 회장, 24반무예경당연합회 회장, 한국사립박물관협회 부회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