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문화가 있었던(?) 2014 박물관 10대 뉴스

2014-12-26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문화학 박사

박물관은 올해도 여지없이 다사다난했다. 특히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로 인해 박물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박물관 10대 뉴스를 정리해본다. 뉴스는 무순으로, 별도의 가중치는 없다.

1.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박물관·미술관 전반에 미친 여파: 지난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는 각 급 학교의 수학여행 및 학교 외 활동 중단으로 이어져 4월과 5~6월 그리고 그 여파가 지속된 10월까지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선 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사업이 전면 중단 또는 연기, 축소되었다,

특히, 사립은 이 시기 학생단체 관람료와 체험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운영상의 타격은 컸다. 한편, 제주 수학 여행길에 희생을 당한 안산 단원고 일정에 제주지역 3개 박물관이 있었음에서와 같이 관광지의 대형박물관은 보다 심각했다. 또한 한국박물관협회(회장 전보삼) 주관 전국 박물관인 대회, 한국박물관국제학술대회 등 관련 단체의 행사 역시 취소 또는 연기, 축소되어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반면, 박물관에도 안전이 중요함을 인식하여 정부의 안전점검 강화, 관련 매뉴얼 비치, 관련 설비 및 교육 강화 등의 조치를 단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1. 문화융성에 기반을 둔 ‘문화가 있는 날’ 시행: 정부의 문화융성을 기조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금년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 무료입장과 야간개관, 교육 체험료 할인 등을 확대했다. 2018년 5월부터 단행하고 있는 국립박물관 입장료 무료조치와 더불어 박물관식 양적완화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고급화 특성화하는 방향보다 무료와 할인으로 몰아가는 정책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가는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이 요구된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은 운영여건이 취약한 사립박물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    

1. 미국에서 개최된 〈황금의 나라 신라〉전에 대한 논란: 문화재반출 결정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으로 지난해 문화재청장을 불명예 퇴진케 했던 〈황금의 나라 신라〉전은 우리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했거나 실시 중인 국외 7건 전시비용 거의 전액을 우리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는 “상당수의 해외전시가 우리 측이 먼저 제안한 전시라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전시는 해외전시의 목적과 성과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1. 나주배박물관 등록 취소: 배를 주제로 한 공립 나주배박물관 등록(개관 1992년)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박물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상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운영했기 때문이다.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전라남도가 감사원 등의 지적에 의해 나주를 비롯, 도내 공립박물관 30여 곳이 있는 지자체에 대한 실사가 이뤄졌다.

당시 현지실사를 나왔던 전남도 관계자는 배박물관이 학예사와 수장고가 없고 소장유물이 부족해 박물관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청문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는 공립박물관 운영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전체 공립박물관을 재점검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박물관 개관의 러시: ‘국립한글박물관’(10.9, 서울 용산구), ‘태권도원박물관’(9.4, 전북 무주군), 은평역사한옥박물관(9.22, 서울 은평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4.28), 더월드베스트필름뮤지엄(8.30, 강원 강릉시), 제주항공우주박물관(4.24, 제주), 부경민화박물관(10.23, 강원 강릉) 등 적지 않은 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최근 박물관은 연간 60~70여개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추이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여가기회(주5일제 근무, 학교 주5일제 수업 정착) 확대에 따른 문화향유욕구와 기회 증가, 개정9차 교육과정 등에 따른 학교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지방자치제 정착에 따른 지역특화 욕구 상승, 박물관 시설의 등록 증가, 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에 대한 정부정책강화 및 지원확대, 컬렉터의 공익적 기능수행 인식 확산, 작가와 유족의 기증 활성화, 특수·전문박물관화 경향 확산 및 인식확대, 생존 작가들의 미술관화 욕구 증가, 기존 형식의 유물 수집 방향의 대안적 방안에 따른 자료의 재해석 및 응용욕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1.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관장 직위해제: 지난해 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전 출품 작가 중 90%가 본인이 교수로 있었던 특정대학 출신으로 꾸며져 큰 곤욕을 치렀던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관장이 올해는 지인들을 같은 미술관 학예연구사에 부당 채용했다는 혐의로 11월 직위 해제됐다. 이를 조사한 문체부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중앙징계위원회를 통해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으나 정직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23일 이전인 1월 19일이 정 관장 임기 만료임에 따라 사실상 관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두 사건은 국민들의 함의와 미술계의 숙원을 담아 서울 한복판에 의욕적으로 문을 연 미술관의 명예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1.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10주년 기념 전시 개최: 지난 2004년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개최했던 ICOM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한국위원회(위원장 배기동)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공동으로, 11월 10일부터 1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렸다. ICOM의 ‘세계박물관대회’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회의로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이란 주제로 2004 서울에서 개최한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를 계기로 지난해 ICOM총회(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8.12~17)에서 배기동 위원장의 건의로 ‘세계박물관의 해’ 제정을 유엔에 건의하기로 의결하는 등 박물관의 국제적 활동과 위상이 크게 강화되었다. 

1. 박물관 관련 민간 단체장 교체: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의 대표 민간기구인 한국박물관협회(이하 한박협)는 지난 10월 2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허준박물관 김쾌정 관장을 제8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또한, 한국사립박물관협회도 김재환 무릉박물관장을 한국대학박물관협회도 차기 집행부로 서울대학교박물관 이선복 관장을 각각 선출했다. 민간기구 수장의 교체는 향후 정부와의 협력, 박물관과의 상호발전을 위한 대표적 역할, 이를 기반으로 한 대국민 서비스 방향 등에서 중요하다.

또한, 문화융성을 표방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박물관의 인식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서도 이들의 활동이 박물관발전과 건전한 활동에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해낼지 주목된다. 

1. 박물관 및 관련 단체의 다양한 국제전과 국제행사 개최: 국립중앙박물관의 베트남 청동기시대를 중심으로 베트남 고대문화의 원류를 조망한 <베트남 고대 문명전-붉은 강의 새벽>전(4.29~6.29), 인상주의 이후 근대미술의 탄생을 알렸던 다양한 화가들의 숨결과 세기말 파리의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들었던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전(5.3~8.31)이 주목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1년에 작고한 제일동포 건축가 <아미타 준 : 바람의 조형>전(1.28-8.31)과 이란계 미술가 겸 영화제작자인 <쉬린 네샤트 회고전>(4.1-7.13) 등을 개최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헝가리 황실의 보물>전(2013.12.3.~2014.3.9.),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일본 오키나와제도에 일본과는 별개의 역사를 형성했던 ‘류큐 왕국琉球王國’의 역사를 조망했던 <류쿠왕국의 보물>전(12.9~2015.2.8.)도 주목되는 전시 중하나다. 한편 공립박물관으로는 서울역사박물관의 <프라하 유럽중앙의 요새>전(11.20~2015.2.1.)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열리고 있으며, 대구미술관의 <장 샤오강 Zhang Xiaogang, Memory+ing>전(6.14~9.10)은 지방미술관의 한계를 극복한 전시로 크게 주목받았다. 

한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블라디미르 쿠쉬>전(12.23~2015.4.5.) 등 전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자체특별전을 가장한 대관 전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박미법상 대관규정도 위반한 것이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 ‘물질문화 연구와 박물관’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의 '국외 학자가 이야기 하는 한글, 한글자료' 주제 국제학술대회, 국립나주박물관(관장 박중환)이 재단법인 대한문화재연구원,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등과 공동으로 연 국제학술대회,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이 충남대 백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동아시아 불탑과 백제 석탑'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 한국박물관학회(회장 김혜정)의 ‘제2회 한·일박물관국제포럼’ 등도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국제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1. 사립박물관의 인권유린과 장물사건 발생: 지난 2월 포천 모 박물관이 불법 건축물 영업과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5월에는 경매에 출품된 불교미술품 4점이 모두 장물로 밝혀져 불교계와 문화재당국에서 이슈가 되었다. 이에 더해 이 작품들은 종로의 한 사립박물관이 사체상환을 못해 사체업자들에게 압류된 소장품으로 밝혀져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었다.

조사결과 박미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유물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박물관에 미치는 파장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해당 박물관 관장의 개인 수장고에서 다량의 도난문화재가 발견되면서 박물관장의 도덕성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이 두 사건은 그 본질과 위법사실을 떠나 윤리의식의 측면에서 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ICOM윤리강령에도 심각하게 저촉되는 이 사건은 박물관인의 윤리의식강화와 윤리강령 제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외에도 문체부의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시스템을 반영한 전체 박물관 유물등록 강화 방침, 정부 지침에 따른 학예·문화재보수·문화재수리분야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 문화융성에 기반을 둔 박물관의 인문학분야 예산 증액, 박미법 상 규제 조항 완화방침 등이 이슈가 되었다.

한편,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콩고공화국 방문 시 약속한 콩고국립박물관 건립 원조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주도하에 울산에 건립이 확정된 국립산업박물관, 문체부의 국립체육박물관, 한국야구위원회의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서울 송파구의 송파책박물관, 충남 당진시의 당진역사박물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기념한 루터회역사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 건립 계획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과 같이 2014년에도 발전과 변화,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 속에서 박물관은 쉼 없이 진화하고 있다. 긍정과 부정, 발전과 퇴보 이 모든 것이 박물관의 또 다른 유물로 평가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