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9~10월 국립극장 주요공연

창극 <적벽가>부터 한국무용 <완월(完月)>, 국악 기반의 <별미(別美)콘서트>까지

2015-08-10     강다연 기자

학생들의 2학기와 함께 국립극장의 새 시즌도 시작된다. 우리 소리, 우리 춤에 기반을 둔 국립극장의 다양한 가을 공연을 정리해봤다. 임준희 작곡가가 진행하는 <별미 콘서트>, 국립창극단의 역량을 보여줄 신작 <적벽가>, '2015칸댄스페스티벌'에 초청된 <회오리>의 재공연 등 시즌 초반부터 라인업이 화려하다.

소리를 맛보는 색다른 음악회, 국립국악관현악단 <별미(別美)콘서트>

눈으로 음식을 맛보는 쿡방이 유행이지만, 소리를 맛볼 수 있는 음악회도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우리 음악 레서피 <별미(別味) 콘서트>는 기존의 국악관현악 틀을 해체해 실내악, 챔버, 소편성 관현악까지 다양한 악기 구성을 시도한다. 음향 확성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음색과 울림을 전달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앙상블은 악기 하나하나의 매력을 꼼꼼하게 맛보여주는 요리사다. 또, 숨겨진 진귀한 레퍼토리를 발굴해 국악의 새로운 ‘맛’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오페라 <천생연분>, 실내악 <댄싱산조> 등의 작곡가 임준희가 프로그램 디렉터 및 해설자로 함께한다.  9월 4일(금), 10월 6일(화) 저녁 8시 달오름극장. 전석 4만 원.

한 번에 불이 버썩, 천지가 떠그르르... 국립창극단 <적벽가>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호방하고 선 굵은 <적벽가>로 만드는 창극 신작이다. 판소리 <적벽가>는 고음이 많고 풍부한 성량이 필요해 다섯 바탕 중에서도 가창의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국립창극단은 어려운 원작의 소리를 구현하면서도 세련되고 모던한 창극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로 1997년 데뷔한 이래, 대작 오페라를 다수 매진시키며 독특한 미장센과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이소영이 연출과 극본을 맡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보유자 송순섭 명창이 이 작품의 작창 및 도창을 맡았다. 송 명창은 한자어가 많은 사설의 뜻을 소리꾼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또렷한 발음과 발성으로 부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소리꾼이다. 이소영 연출의 자세 또한 일맥상통한다. 사설을 있는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해석이 담긴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풀어내 자막으로 관객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9월 15일(화)~19일(토), 평일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3시 해오름극장. VIP석 7만 원,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2015칸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된 국립무용단 <회오리> 

2014년 4월 초연 시, 국립무용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하는 작품이기에 공연 전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테로 사리넨과의 이 작업이 일회적 시도로 끝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완성도 면에서 수준 높은 결과를 끌어내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무용으로 훈련된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핀란드 출신의 무용수 겸 안무가 테로 사리넨 특유의 자연주의적 성향의 안무와 어우러져 이질감 없이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다. 또, 2015칸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오는 11월 20일 프랑스 칸에서도 공연된다. 행사의 메인 포스터도 <회오리>가 장식한다.

비빙의 음악과 라이브 연주는 종합 공연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무대, 조명, 의상,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제목처럼 하나의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킨다. 한국 춤이 가진 세계성과 고유성을 확인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7일(수)~10일(토)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 해오름극장. VIP석 7만 원,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민속춤이 컨템포러리로 탄생한다, 국립무용단 <완월玩月>

강강술래는 여인들이 한가위 보름달 아래에서 손잡고 돌며 추던 춤, 혹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했던 춤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든 한국 민속춤이 그렇듯 강강술래엔 삶과 자연적 이치의 본질을 드러내는 다양한 매력이 숨어있다. 장영규와 국립무용단이 제작하는 2015년 신작 <완월(玩月)>은 강강술래를 음악적으로 해체하고, 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영규는 음악그룹 ‘비빙’으로 활동하며 불교음악 프로젝트, 궁중음악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통을 재료로 현재를 담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연출가로서 전체 무용공연을 이끌어 가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분 남짓한 소품이었던 원형의 강강술래가 60분짜리 독립적 공연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음악의 반복과 차이를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고 확장되는 변주는 현재의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로서의 새로운 강강술래를 만나게 될 것이다. 10월 9일(금)~11일(일) 주말·공휴일 오후 5시 달오름극장. R석 4만 원, S석 3만 원.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정순임의 흥부가_박록주제>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완창판소리> 첫 번째 무대는 관록의 정순임 명창이 부르는 박록주제 <흥부가>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부가> 예능 보유자인 정 명창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판소리 명가 1호’의 3세대이기도 하다. 1세대인 큰 외조부는 고종황제로부터 혜릉참봉의 교지를 받았던 장판개 명창이며, 2세대는 천재 명창으로 불렸던 외숙 장영찬과 어머니 장월중선 명창이다. 시대를 대표했던 이 명창들의 명맥을 정순임 명창이 3대째 이어간다.

이번 공연에선 박송희로부터 사사한 박록주제 <흥부가>를 부른다. 박록주는 1964년 판소리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흥부가>의 권위자다. 박록주제 흥부가는 섬세하게 다듬어 여성스럽고 간결한 사설이 특징으로, 점잖은 소리로 유명하다. 9월 19일 (토)  오후 3시 KB청소년하늘극장. 전석 2만 원.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 

2009년 ‘국내 최초 국악 브런치콘서트’로 시작해 7년째 이어지는 <정오의 음악회>는 한 달에 한 번, 오전 11시에 열린다. 착한 가격, 풍성한 볼거리로 주부 중심의 중・장년층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국립극장의 스테디셀러다. 이번 시즌엔 그간 사랑받았던 레퍼토리를 비롯해 신예 국악스타와의 협연 등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새로운 진행자 송혜진 교수(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의 해박하고 친절한 해설이 더해져, 국악을 더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달 다양한 음악과 가벼운 다과, 한적한 남산 산책로가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9월 23일(수) 오전 11시 해오름극장. R석 1만 5천 원, S석 1만 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궁연의 <좋은밤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에 <정오의 음악회>가 있다면 밤엔 <좋은밤 콘서트>가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극장 대표 예술가, 그리고 새로운 작업을 즐기는 뮤지션이 협업을 통해 국악의 참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공연의 핵심은 혁신적 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 소재를 세련되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수준급 연주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가 융합되고, 무대에는 감각적인 비주얼 영상이 펼쳐진다. 이 중심에는 뮤지션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궁연이 있다. 그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연출뿐 아니라 재치 있는 해설까지 일인 다역을 소화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신선한 라이브 음악의 향연, 현대화된 한국 춤, 민요 등 전통 예술 장르가 ‘혁신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된다. 9월 24일(목) 오후 8시 해오름극장. R석 3만 원, S석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