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처럼 바람에 인생을 맡겨봐~!

웃음과 감동, 관객과의 소통이 공존하는 환상적인 뮤지컬 ‘빨래’

2009-08-04     최은실 인턴기자

요즘 세상에 집에서 손으로 빨래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다. 버튼하나만 누르면 세탁기가 빨래부터 건조까지 다해주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손으로 빨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살아가는 약자이지만 그들에게 빨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뮤지컬 ‘빨래’는 이렇게 사회적인 약자의 위치에서 무시당하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달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몽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제대로 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점에서 일하지만 사장의 해고통지에 힘없이 직장을 잃고 마는 나영, 아픈 딸의 병간호를 하며 사는 집주인 할매,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돌아온 싱글맘 희정엄마.

매주 쉬는 날 옥상 빨랫줄에 빨래를 널면서 나영은 옆 집 옥상에 빨래를 널고 있는 솔롱고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바람에 날아간 빨래를 통해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처음에는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은 애틋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희정엄마는 애인 구씨와의 매일 같은 싸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오늘 또 구씨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버린다. 집주인 할매는 몸이 아픈 딸의 기저귀를 40년 동안 빨며 눈물과 슬픔을 삼킨다.

이렇게 이들에게 빨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솔롱고와 나영에게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큐피드의 화살이, 희정엄마와 구씨에게는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둘 사이의 갈등을 식혀주는 중재자, 주인 할머니에게는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포기할 수 없는 혈육에 대한 정과 인내의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뮤지컬 ‘빨래’는 웃음과 감동의 교묘한 조화를 이루는 매력을 지녔다. 비오는 저녁 솔롱고가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목매이며 월급을 달라고 하는 장면, 나영이 서점에서 해고되어 통곡하며 슬퍼하는 장면, 무엇보다 집주인 할매가 몸이 아픈 딸의 기저귀를 빨며 눈물짓는 장면. 이러한 장면에서는 관객석이 짠해지고 보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순간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면서 ‘피식’ 웃음 짓게 만들고,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관객들로 하여금 순간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뮤지컬이다.

또한 뮤지컬 빨래는 관객과 함께 만드는 공연, 관객과 소통할 줄 아는 공연이다. 배우들의 무대는 앞에 만들어진 세트만이 아니라 관객석도 하나의 그들의 무대이다. 관객 옆에 계단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더욱 실감나는 공연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공연 중간에 극 중 캐릭터의 팬 사인회를 여는 장면에는 직접 관객들이 앞에 나가서 배우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촬영도 하며 관객도 함께 참여하는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 빨래가 이렇게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번 다 같이 생각해보자. 주위에 외국인 노동자들, 달동네처럼 허름한 곳에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편견이나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극 중에서 월급을 주지 않는 공장장 혹은 이유 없이 해고통지 해버리는 서점사장. 과연 내가 이들을 맘 놓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우리가 이 뮤지컬 빨래를 통해 배우고 느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있지만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는 착실하고 인정 많은 주인공들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희망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노래에 이러한 가사가 있다. “빨래처럼 바람에 인생을 맡겨봐~” 우리도 빨래처럼 바람에 인생을 맡겨보자. 시원한 바람이 이끌어주는 대로.

세탁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이지만 오늘은 한번 빨래를 하면서 힘들고 지쳤던 찌든 때들을 지워내며 새하얀 미래와 희망을 밝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문화투데이 최은실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