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도서관이 사진집을 소홀 하는 이유가 뭔가?

2016-08-01     조문호 기자/사진가

도서관의 수준을 보면, 그 지역의 수준을 알 수 있고,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서관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도서관은 국가에서 세운 국립 도서관과 지방에서 세운 공립 도서관, 그리고 학교나 단체에 딸린 사립 도서관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중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 각각 하나씩 있고,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 특수도서관 등 모두 일 만개가 넘는다. 이외에도 등록되지 않은 마을의 소소한 도서관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도서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이라는 것이다.

도서관은 기록으로 남겨진 여러 가지 책이나 그림, 사진 등의 자료를 모으고 정리, 보관하며,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책 · 신문 등 인쇄물뿐만 아니라, 그림, 사진 등의 시청각 자료는 물론, 심지어 녹음테이프, 영상 필름, 마이크로필름까지 보관한다. 그런데, 문학이나 과학 등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사진집에 관해서는 한마디로 빵점이었다.

난, 사진 찍는 일이나 잡다한 일에 파묻혀 도서관을 자주 찾을 형편은 못되지만, 책벌레인 아내 덕에 종종 들릴 때가 많다. 사실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입장에서 사진집을 골고루 사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릴 때마다 보고 싶었던 책들을 검색하면, 백전백패다. 원하는 사진집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난달 한 평생 ‘골목 안 풍경’만 기록하다 돌아가신 김기찬 선생의 글을 쓰다, 컬러로 찍은‘골목 안 풍경’이 생각났다. 선생의 ‘골목 안 풍경’은 대개 고즈넉한 맛이 우러나는 흑백사진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두 번째 발행된 사진집은 컬러사진이었다. 서재에 분명 꽂혀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도서관을 돌아다녔는데, 어디에도 그 사진집을 비치한 도서관은 없었다. 사료적 가치는 물론, 대중 인지도까지 높은 사진집이 없다니 기가 막혔다. 신청하면 구해 놓겠다지만, 일하다 나왔으니 마냥 기다릴 처지가 아니었다. ‘눈빛출판사’에서 출판된 아카이브 ‘골목 안 풍경 전집’은 몇 쇄를 거듭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유일한 사진집이 아니던가? 그런 인기 작가의 서적이 도서관에 없다는 것은 다른 사진집은 보나 마다다.

도서관의 조직은 대체로 수서부문, 정리부문, 열람부문, 참고업무부문, 관리부문으로 나누어진다. 수서부문은 도서관자료를 선택하여 수집한다. 왜 도서관 사서들이 인문학 서적 못지않게 중요한 사진집들을 비치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사진집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사진집은 바로 우리들의 살아있는 역사다. 백 마디 말보다 강한 소구력을 가진 것이 사진이다.

진실의 현장이 기록된 다큐사진집을 비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서들의 무지를 넘어, 직무유기다.

이제 세상은 암기력이나 지식의 총량이 아닌 상상력과 창의성이 경쟁력이자 성장 동력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좋은 사진집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은 영상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전체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평균 이하이며, 유엔 가입국 중에서도 하위 그룹에 속한다. 더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독서 인구와 독서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제 작년 통계에 따르면 한 번도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은 학생이 42%나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조한 우리의 독서력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빈약하게 하고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도미노 현상을 가져 올 것이다. 따라서 독서력을 높이는 것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 삶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사서들이여! 기케로 루보크의 명언을 되새기자.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