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절절한 사랑이야기보다 혁명의 솔직한 모습에 주목해보라

2016-09-28     임동현 기자

라벨라 오페라단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인으로 활동했지만 귀족이라는 오해를 받고 사형을 받게 되는 안드레아 셰니에와 그를 사랑하는 막달레나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해 <안나볼레나>로 오페라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긴 예술감독 이강호, 연출 이회수, 지휘자 양진모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새로운 오페라의 탄생을 예고했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우선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끈다. 귀족들의 잔치, 마라의 흉상이 선 곳 등 무대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긴장감을 안긴다. 뜻밖에 사형 대상자로 지목된 셰니에의 갈등과 혁명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프랑스 혁명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왕정을 뒤엎었지만 프랑스 혁명가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귀족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국민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저 귀족과 가깝다는 이유로 그 사람마저 단두대에 올리려한다. 안드레아 셰니에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이유도 바로 귀족들의 파티에서 시를 읊었기 때문이었다.

귀족의 딸인 막달레나가 결국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을 이루려는 모습은 사랑의 결실과 더불어 귀족이 민중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속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것은 혁명의 상태와 함께 이와 맞물린 인물들의 갈등이다. 막달리나 집의 하인이었던 제라르는 주인과의 갈등으로 해고된 후 혁명의 지도자로 부각되지만 사모하던 막달리나가 안드레아 셰니에와 같이 있는 것을 보자 안드레아 셰니에를 귀족으로 몰기도 하지만 셰니에의 칼에 찔린 후에는 조심할 것을 경고한다. 혁명과 사랑, 질투 등이 맞물린 극적 이야기가 이 오페라의 가장 핵심이다.

또한 아들을 잃고 손자마저 전쟁터로 내보내는 눈 먼 여인 마데롱의 아리아는 이 작품에서 가장 숙연함을 느끼게하는 장면인데 혁명의 그 날을 기리며 손자의 목숨마저도 국가에 내놓으려는 그의 모습은 혁명을 고대하고 혁명의 완수를 이루려는 민중의 감정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과 그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들이 부르는 아리아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그 상황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이 왜 무대에 공을 들였는지가 여기에 나온다. 혁명.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드레아 셰니에> 작품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안드레아 셰니에와 막달리나의 절절한 사랑도 귀족을 무조건 죽이고 싶어하는 민중들의 분노를 이해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혁명이라는 극적인 상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더 극적인 인간 군상들의 모습. <안드레아 셰니에>는 단순하게 보면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지만 진정한 핵심은 바로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엄청난 운명을 맞이해야하는 이들의 비극적인 삶이다.

<안드레아 셰니에>의 감동은 절절한 음악도 물론 한몫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혁명 속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