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노벨문학상, 밥 딜런 수상의 의미

2016-10-25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노벨문학상에 밥 딜런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벨상 가운데 노벨 문학상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비교적 높지만 팝 가수의 수상은 사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미디어들은 “귀로 듣는 시”라는 찬사를 내놓으며 밥 딜런 음악 다시 듣기 열풍을 일으켰고, 미국은 그의 수상에 유독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의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노벨문학상의 권위는 떨어졌다며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조롱하고 있다. 이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문인들의 일종의 박탈감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밥 딜런에게 노벨상은 필요 없지만 침체된 문단에 노벨상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의 수상은 문학, 시 등 콧대 높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사라졌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밥 딜런은 반문화, 히피운동,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며 대중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였다. 그의 예술은 미국 사회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음유시인으로서의 그의 행보는 그동안의 노벨상이 어떠한 잣대로 대중 예술을 평가했는지, 또 대중 가수의 수상이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은 아니었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대중문화가 예술의 주된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 예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예술과대중문화의 경계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중 매체의 드라마, 예능 등 방송미디어가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예술은 여전히 저급한 것이라 규정짓는 이들이 있다. 밥 딜런의 수상에 대한 논란도 대중문화를 예술과는 무관하거나 심지어 대립적인 것으로 여기는 오만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중 예술의 소비 주체인 대중이 통속적이고 저속한 취미를 일견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저 통속적인 것과 진지한 것의 이분법으로 이해하기엔 대중 예술이 가진 사회적 의미는 상당하다. 대중 예술은 예술의 논의에서 소외 받는 문화산물이 아니라 통속성의 특성과 전통적 예술 사이에서 자기완성을 지향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표현 양식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밥 딜런의 예술도 문학의 양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중음악으로서 그의 시는 가까이 하기엔 어떤 먼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면 듣고 읽고 읊조릴 수 있는 예술이다. 권위라는 이름하에 자신들만의 높은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숨쉬듯 느낄 수 있는 시 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문화 사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마치 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처럼 꽤나 높은 계급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인디가수“볼 빨간 사춘기”의 흥행은 이러한 계급 구분도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을 인디가수로 한정짓기에는 음원차트에서의 파급력은 이미 메이저급이다.

노래 장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것처럼, 전체적인 큰 틀에서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역시 없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많이 불리고 읽혀지는 예술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반증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 된 것이다.

사실 밥 딜런의 수상과 대중 예술계에 불고 있는 일견의 바람이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주류도 고급도 없고 누구나 다가 갈 수 있는 문화가 결국은 예술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변화들은 오히려 하나의 선언처럼 보인다. 계급, 인종, 학벌 등 그 어떤 경계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이를 통해 소통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예술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수상자격을 갖춘 예술이 아닐까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