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광화문에 꽃핀 시민들의 예술행동

2016-12-30     조문호 사진가

시국이 어수선하다. 

올바른 세상을 위한 산통으로 보지만,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제 부패한 권력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재벌과 언론을 끌어들여 야합해도 소용없다. 신속한 SNS가 국민들의 귀와 눈을 열어놓았으니, 예전의 독재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촛불시위는 21세기 한국의 문화혁명이다.

기득권층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토요일마다 전국 도심을 촛불로 밝히며, 평화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박사모’ 일당들이 맞불 집회로 방해하고 있으나,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다.

한편으론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먹고 살기 위해 얼굴에 철판 깐 사람들도 있지만, 난리 통에 각인된 반공의식이나 박정희 새마을운동 향수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젠 먹고 살만하니, 빨갱이 세상 될까 걱정하는 단순 무지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신앙적 추종세력들의 속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더 슬프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 걱정할 필요 없다.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살다 사라질 사람들이 아닌가?. 이제 젊은이들이 나서 올바른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면 된다.

성탄절과 연결된 9차 시민촛불 집회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으로 60만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담아 캐럴송을 부르고, 구호를 외쳐댔다.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몰려나와 전쟁터가 아닌 촛불의 축제장으로 이끌어 갔다.

김제동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은 광화문 열기를 후끈 끌어 올리며 추위를 물리치게 했고, 예술가들은 갖가지 행위예술로 군중들의 마음을 끌어 올렸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일행은 네 번째 “옳”시국 퍼포먼스를 벌였고, 판화가 김준권, 류연복씨가 주동이 된 ‘예술행동’도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김준권, 류연복씨가 누구인가? 바로 긴 세월 독재 권력과 싸워 온 역전의 용사들이 아닌가? 거기다 김진하, 여태명, 이인철, 장경호, 성효숙, 박은태씨 등 기라성 같이 많은 예술가들이 합세하여 박근혜가 구속될 때까지 예술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 날 광화문광장에서 보여 준 “옳”시국퍼포먼스는 ‘까도까도 끝이 없다’는 ‘양파’를 보여주었다. 등에 짊어 진 양철판 끌리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가는 길은 나팔소리와 냄비 두드리는 소리까지 가세해 요란했다. 그 굉음에 틀어막은 박근혜의 귀도 뚫렸을 것이다. 뚫렸으면 교도소 들어가서나 공주노릇해라.

광화문 미술행동 ‘차벽공략,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40미터에 달하는 천에 낙서그림을 그려 경찰차벽에다 붙인 것이다. 많은 작가들과 시민들의 참여로 철통같은 차벽을 순식간에 재미있는 그림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국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 ‘자식보기 부끄럽다’, ‘치 떨린다 최순실, 끌어내자 박근혜’ 등 갖가지 구호들이 그림판에 새겨졌다.

요사이 광화문 일대는 박근혜 국정농단에 분개한 예술가들의 전진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의 텐트촌이 생기면서, ‘민미협’에서 만든 거대한 ‘희망촛불탑’도 불을 밝혔다.

수시로 이곳에서 예술가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매주 금요일 오후3시부터 춤꾼 장순향교수가 주동이 된 ‘춤 교실과 전통문화제‘도 열린다. 그리고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전이 열리는 천막 전시장도 마련되었다. 음악과 퍼포먼스, 시와 그림으로 부패권력을 조롱하며 박근혜 구속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시작된 시국전 ‘병신무란 하야제’도 촛불처럼 꺼지지 않는다. 인사동 ‘아리수’에서 열린 ‘조국의 산하’전을 거쳐, ‘인천아트플랫폼‘의 ‘광장, 환대의 문지방’으로 규모가 확대되어 이어지고 있고, 춘천의 ‘순실뎐’에 이어 광주전시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가히 예술혁명으로 이끈다.

박근혜가 구속되고, 세상이 바뀔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저항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을 고생시키지 말고 그만 끝내라. 최소한 연민의 정이라도 남게 하라.  

부디 새해에는 국민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대동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